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45회>

<2016년 6월 19일, 중국 광둥성 우칸(烏坎)의 마을 사람들이 마을 지도자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The Asahi Shimbun/>

중국 공산당, 왜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조차 허용 못하나

논리의 힘이 없는 정권은 힘의 논리를 쓴다. 논리의 힘은 다수 국민의 자발적 동의를 유도하지만, 힘의 논리는 거센 반발과 민심 이반을 야기한다. 1989년 6월 4일 텐안먼 대학살이 증명하듯, 독재정권은 힘으로 반대의견을 억누르고 저항과 시위가 거세지면 군을 투입해서 인명을 살상한다. 9500만 당원을 자랑하는 중국공산당은 명실 공히 세계 최대 규모의 막강한 정치조직이다. 그렇게도 강력한 집단이 왜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조차 허용하지 못하는가? 덩치만 클 뿐 논리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 대학 로스쿨의 장첸판(張千帆, 1964- ) 교수는 중국의 대표적인 헌법학자다. 그가 쓴 <<헌법학 도론(導論)>>은 중국의 여러 대학에서 널리 사용되어 온 중국의 대표적인 헌법학 교과서다. 2004년 중국 사법부 직속의 법률출판사에서 초판이 출판된 후, 장 교수는 2008년, 2014년 내용을 보강하고 업데이트해서 증보판을 펴냈다. 15년 간 중국의 유수한 로스쿨에서 널리 읽혀 온 이 책이 2019년 1월 갑자기 중국공산당의 금서(禁書) 목록에 올랐다. 이 책이 “서방(西方) 가치를 선양(宣揚)한다”는 이유였다. 현재 중국에선 인터넷 서점에서도 이 책을 구매할 수가 없다. 중국공산당은 대체 왜 그런 무리한 조치를 취해야만 할까?

<2015년 1월 5일 중국 매체의 위헌적 입장을 비판하는 베이징 대학 로스쿨의 저명한 헌법학자 장첸판(張千帆, 1964- ) 교수. 사진/law.ytu.edu.cn>

장첸판 베이징대 로스쿨 교수의 ‘헌법학 도론’ 금서 처분

700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헌법학 도론>>을 정독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장 교수는 간명하고도 재기 넘치는 문장으로 중국의 독자들에게 헌법이란 국가폭력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의 무기임을 명쾌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견제와 균형, 삼권분립, 연방주의, 선거를 통한 민주적 권력 창출의 절차 등 헌법에 의한 통치, 곧 헌정(憲政) 실현의 필수 조건을 상세히 논구(論究)한다.

헌법학 자체가 중국 전통의 산물이 아니라 서구 근대에서 발전한 입헌주의의 전통에서 나왔다. 헌법학자라면 그가 중국인이든, 인도인이든 국가권력을 제약하고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교한 이론의 그물을 짤 수밖에 없다. 장첸판 교수가 바로 그런 이론가이다. 물론 중국공산당은 그를 서방 이론을 추종한다고 비난하지만, 장첸판 교수는 이미 한 세기가 넘는 중국 헌정사의 전통을 내세워 중국공산당의 헌법 유린을 비판한다.

1908년 망해가던 청조(淸朝)가 <<헌법대강>>을 반포한 이래 중국 지성계는 줄곧 헌정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장 교수는 오늘날 중국 헌법이 중국공산당 집권 이전부터 꾸준히 축적된 헌정 담론의 결과임을 논증한다. 오늘날 중국 헌법의 이론적 근거를 파헤쳐 보면, 근대 서구의 입헌주의 전통은 물론, 신해혁명 이후 국민당 통치 시기의 영향도 발견된다. 공산주의 국가 “중화인민공화국”의 헌법이 “공민의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천명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중국의 근본 문제는 바로 그 헌법의 권리 조항을 중국의 인민들이 현실에서 제대로 누릴 수 없다는 점이다.

2019년 2월 15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구시(求是)>>에 게재된 강화(講話)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중국은 절대로 서방의 헌정, 삼권분립, 사법독립의 길을 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의 <<헌법학 도론>>이 판금 조치된 지 채 한 달이 안 된 시점이었다. 두 사건은 연동되어 있다. 베이징 대학 로스쿨의 헌법학 교수가 중국 헌법의 전제성을 비판한다는 사실을 중국공산당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물론 중국공산당은 장 교수의 이론을 반박할 논리의 힘이 없다. 국가폭력을 휘둘러 장 교수의 책을 없애는 힘의 논리만 휘두를 뿐.

<2019년 금서(禁書)가 되어버린 장첸판 교수의 명저 “헌법학 도론” 표지. 사진/캡처>

장첸판 교수 “도는 어디에나 있다....헌법은 공민 권리의 수호신”

흥미롭게도 장체판 교수는 <<헌법학 도론>> 서두에서 <<장자(莊子)>><지북유(知北遊)>편에 나오는 동곽자(東郭子)와 장자(莊子)의 대화를 인용한다.

동곽자(東郭子)가 장자(莊子)에게 물었다.

“도는 대체 어느 곳에 있나요?”

장자가 말했다.

“도는 어디에나 있다오.”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개미 몸 위에 있습니다.”

“어째서 그처럼 하찮은 곳에 있습니까?”

“강아지풀과 논에 자라는 피에도 있소!”

“어찌 더욱 하찮은 곳에 있나요?”

“깨진 기와나 벽돌에도 있소!”

“어째서 더욱 심해집니까?”

“오줌도 똥에도 있소!”

장 교수가 장자의 고사를 인용한 의도는 도가 세상 어디에나 있듯 헌법 또한 인간사(人間事) 어디에나 적용되는 기본 원칙임을 알리기 위함이다. 헌법이 어디에나 있고, 모든 사건에 적용될 수 있음을 안다면 중국 인민은 스스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된다. 장 교수는 중국에서 철거민들이 당하는 불이익을 중국에 흔하디흔한 사건 하나로 보여준다.

“당신의 집이 곧 철거된다. 정부는 일부 보상을 받고 정해진 시한 내에 인근 도시에 들어서는 새 주거지로 이주해야 한다고 통지한다. 당신은 이사할 ·생각이 없다. 정부가 주는 이사 비용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또 정부 관리와 개발업자가 막후 교역으로 당신과 주변 이웃의 정착 비용을 침탈해서 이윤을 나눠먹는다고 의심한다. 그래서 마을 대표를 찾아서 의견을 전하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주변에 물어봐도 아무도 모른다. 긴박한 상황에서 당신은 불만을 품은 이웃사람들을 찾아내고, 함께 정부 청사까지 몰려가서 항의하지만, 투입된 전투경찰에 의해 해산되고 현지 책임자에 의해 ‘군중을 모아서 소동을 일으켰다’는 혐의로 피소된다. 이어서 사회에 나쁜 영향을 조장했다는 죄목으로 공안국에 붙잡혀서 이틀간 구류를 살고 또 샅샅이 조사까지 당한다. 풀려나기 직전엔 주의 사항을 듣고 경고를 받는다.”

“철거일이 임박해서 개발업자들은 ‘대표 정부’를 만들어서 ‘신속 철거! 이주 촉진!’이라는 구호 아래 철거를 강행하고, 철거민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당신은 지방 법원에 이 사태를 고발을 하지만, 관련 행정 부문은 법원에 압력을 행사하고, 상급 법원도 통지문을 하달해서 사건의 수리 자체를 거부한다. 정부 내의 부패 집단과 민간 개발업자가 결탁하여 자신의 권리를 박탈한다고 생각하여 당신은 법관과 관리를 고발하는 격문을 언론에 발표한다. 그 결과 먼저 타인을 고소하지도 않았는데 타인들이 당신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한다. 결국 1심 판결에서 패배한 당신은 갈 곳 없는 지경까지 내몰린다.”

<중국 한 도시의 철거되는 건물들. 사진/ 중국인터넷>

“헌법을 잘 이용하면 빼앗긴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

오늘날 중국인이면 흔히 주변에서 접하는 사건이다. 지방 관리, 개발업자, 법원, 행정기관, 공안국까지 관련한 총체적 부패 고리가 빤히 보이지만, 자기 집에서 쫓겨난 미약한 개인은 과연 어떻게 거대 권력에 맞서 투쟁할 수 있을까? 장 교수는 이 부패 사건이 바로 헌법 문제임을 설명한다.

도가 하찮은 사물에 깃들어 있다고 말하는 장자처럼 장 교수는 헌법이 “닭털이나 마늘 껍데기”처럼 “작은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헌법이 이렇게 작은 일에 관여할 수 없다면, 큰일에도 관여할 수 없다!” 장 교수는 중국의 공민이 헌법을 잘 이용하면 거대 권력에 박탈당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음을 알리려 한다.

위의 사례처럼 부당하게 집을 빼앗긴 철거민은 헌법을 무기 삼아 정부를 상대로 싸울 수가 있다. 바로 “공민의 주택은 침범될 수 없다”(제39조), “공민의 합법적 사유재산권은 침범될 수 없으며,” “국가는 법률 규정에 따라 공민의 사유재산권을 보호한다”(제13조)는 조항이 헌법 속에 명기돼 있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가 공안을 동원해서 개인의 언론 활동을 제약한 조치 역시 위헌이다. 중국 헌법 제35조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 철거민을 잡아서 구류를 살린 공안국의 조치도 위헌이다. 중국 헌법 제37조에 따르면, “공민의 인신 자유는 침범될 수 없으며, 불법 구금 및 기타 방법에 따라 부당하게 공민의 인신 자유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2014년 2월 산둥성 칭다오의 주민들이 “거주민의 정상적인 물 사용권”을 보장하라며 투쟁하고 있다. 사진/ http://www.lhjfdc.com/Article/dlaj/201402/20140222183730.html>

강제로 공권력을 사용해 철거민의 집단 시위를 해산시킨 점 역시 헌법 35조에 보장된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 게다가 중국 헌법 41조는 “공민이 어떤 국가 기관이나 국가 공무원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항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법원이 행정 부문의 압력 아래서 철거민의 민원을 거부한 점 역시 헌법 제126에 명시된 “사법독립의 보장” 규정에 저촉된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위의 사건에서 철거민이 마을 대표를 찾아도 알 수 없는 상황 역시도 헌법에 어긋남을 지적한다. 헌법 제97조에 따르면, 공민은 유권자의 직접선거를 통해서 각 구역의 인민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헌법이 “현묘하고 고원한 이론이 아니라 실생활 속 일상사에 관계되는” 필수불가결의 법망(法網)이라 강조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어디나 편재(遍在)하는 섭리처럼, 헌법은 인간 사회 모든 일상사의 밑바탕에 놓여 있다. 안타깝게도 중국의 많은 사람들은 바로 그 무소부재(無所不在)의 헌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헌법을 모르기에 많은 중국인들은 정부가 때리면 맞고, 빼앗으면 뺏기고, 잡아가면 잡혀간다. 중국의 헌법학자들이 흔히 말하듯, “헌법은 있으나 헌정은 없다!”

그 근본 이유는 개개인이 제대로 헌법적 기본 권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선언한다. “헌법은 공민 권리의 수호신”이라고. 공민이 모두 헌법의 권리를 자각할 때, 그 수호신이 강림한다. 헌법이란 수호신이 인민을 보호할 때가 오면, 인민은 모두 신체의 자유, 사상·언론의 자유, 결사·집회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장 교수의 <<헌법학 도론>>은 미약한 인민을 헌법이란 수호신과 연결시켜 막강한 공민으로 거듭 나게 하는 접신(接神)의 매개체와도 같다. 공산당은 인민의 수호신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바로 그 책을 금서로 만들었다.

계속되는 장첸판 교수의 헌정 투쟁... “중국의 헌정이 寒流를 만났다”

2019년 1월부터 그의 책은 금서가 되었지만, 장첸판 교수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그는 2021년 중국의 헌정 담론을 정리한 <<헌정 중국 연강록(憲政中國講演錄)>>1, 2, 3권을 출판했다. 도합 738쪽의 이 방대한 편찬서는 2010년대 이래 중국에서 뜨겁게 일어났던 이른바 헌정 담론의 주요 논문, 대담, 강연을 집대성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은 정부의 검열을 피해 홍콩에서 출판되었다. 장첸판 교수는 이 책의 서문에서 홍콩 성시(城市) 대학 출판부의 사장 주궈빈(朱國斌) 교수의 성원과 편집부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아래와 같이 썼다.

“바로 그들의 노력으로 이 책이 광대한 독자층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중국의 헌정이 한류(寒流)를 만난 이때, 헌정 탐색의 온기와 생기가 유지될 수 있다.”

<계속되는 중국공산당 정부의 압박에도 2021년 홍콩에서 “헌정중국 연강록”을 출판한 베이징 대학 로스쿨의 저명한 헌법학자 장첸판 교수. 오른쪽은 책 표지. 사진/캡처>

“중국의 헌정이 한류를 만났다”는 표현은 시진핑 정권의 사상 탄압이 극심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헌정 탐색의 온기와 생기가 유지된다”는 문장에선 정치적 탄압에 맞서는 도전과 저항의 정신이 읽힌다. 사상의 해방구로서 비판적 지식인의 무대였던 홍콩은 지금 시진핑 정부의 공격을 받아 함락 직전의 요새가 된 듯싶다. 2018년 3월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는 99.8%의 찬성률로 1982년 헌법의 제79조에 명시된 국가주석의 임기제한을 삭제했다. 그 결과 시진핑이 종신토록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2020년 5월 28일엔 99.7%의 찬성률로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켰다. 2021년 3월 11일엔 99.97%의 찬성률로 홍콩의 선거제를 베이징의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는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이후 시진핑 정권은 반민주 법안을 칼날처럼 휘둘러 민주화 인사들을 대거 구속하고 있다.

그렇기에 “헌정 중국”이 홍콩에서 출판됐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은 사법 개혁, 법치 제도 확립, 중앙·지방의 권력 분립, 언론자유 등 중국공산당이 금기시하는 민감한 “헌정” 의제를 논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의 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중국공산당의 전제성”을 비판하는 지식인들이다. 바로 작년 초 이 책이 홍콩에서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중국의 지식인들이 홍콩 지식인들과의 연대 속에서 중앙정부에 대항한 저항과 투쟁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속>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을 읽는 중국의 한 어린이. 사진/ 중국인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