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46회>

최첨단 장비로 개인을 감시 위협하는 ‘철창 속의 사회’

중국 선전에서 열린 중국 공안 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안면 인식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로이터

아득한 먼 과거를 이상화하는 경향은 여러 문명에서 관찰된다. 기독교 문명엔 실낙원(失樂園)의 신화가 있다. 유교 문명엔 먼 과거 성왕(聖王)이 통치하던 대동(大同) 사회의 이상이 있다. 발전사관은 기껏 18세기 계몽주의 이래 널리 퍼져나간 근대인의 견해일 뿐이다. 인류사 거의 모든 문명권에 상고의 인간사회를 유토피아로 그리는 로맨티시즘이 널리 퍼져 있었다.

먼 과거 한 때 모두가 다 잘 살았다는 믿음의 역사적·심리적 뿌리는 무엇일까?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인류가 만들어낸 가상현실인가? 현실 도피의 대체 역사인가? 현실 비판의 이념적 준거인가? 모두 다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선사시대 인류가 오늘날 우리보다 더 풍족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살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인류의 유전적 오디세이를 추적하는 바이오역사학(biohistory)의 성과에 따르면, 7-8만 년 전 해빙기 북아프리카를 빠져나온 현생인류는 유라시아 전역으로 퍼져 나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옮겨 갔다. 장구한 인류의 대이동은 대략 1천 년 전 남태평양 뉴질랜드 부근에서 막을 내렸다. 인류사 대부분은 그렇게 기껏 20-30여 명 사람들이 작은 무리를 지어 끊임없이 전 세계로 뻗어간 탐험과 이산(離散)의 과정이었다.

수백만 년 멀리멀리 떠돌아다니던 인류가 1만 년 전 시작된 농업혁명으로 문명의 철창 속에 감금당했다. 문명의 수인(囚人)이 돼 버린 인류는 가혹한 노동, 반복되는 전염병, 침략전쟁, 대량학살, 신분적 예속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었다. “철창 없는 사회”(cageless society)에 살던 인류가 “철창 속의 사회(caged society)”에 갇힌 격이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를 가나 사슬에 묶여 있다!” 루소(Jean-Jacques Rousseu, 1712-1778)의 이 유명한 발언은 문학적 수사가 아니라 사실적 묘사일 수도 있다. 문명의 늪에 빠져버린 호모사피엔스의 서글픈 숙명에 관한. 산업혁명으로 근대문명을 일으키고 과학기술혁명을 거쳐 디지털 정보혁명까지 나아간 인류는 오늘날 과연 자유롭고, 평화롭고, 행복한가? 정보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왕좌왕 헐떡이다 보면 18세기 루소의 통찰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진정 우리는 지금 세계 어디를 가나 사슬에 묶인 채 감시당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 센스타임(商湯)이 개발한 안면 인식 기계. 사진/wsj.com>

비대해진 국가 권력 “너희는 지금 감시당하고 있다!”

20세기 문명사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권력의 비대화다. 전근대 국가가 제아무리 강했다 해도 현대의 기준에선 유약하기 짝이 없었다. 세계사의 여러 제국의 정치구조를 보면, 중앙권력은 방대한 영토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기 보다는 지방의 토호 세력에 권력을 위임하고 물러나 있는 상징적 권위에 머물렀다. 교통·통신의 미발달과 행정력의 한계 때문에 강력한 중앙집권화의 이념은 요원한 꿈이었다.

2차 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내 각급 정부의 모든 세수는 국민총생산의 10%에도 미치지 않았다. 그 수치가 불과 반세기 후인 1990년대에는 35%를 넘을 정도로 비대해졌다. 미국이 그나마 다른 산업화된 국가들에 비해 그 비율이 낮은 편이었다. 인류는 2차 대전을 겪고 나서야 진정한 리바이어던(Leviathan)의 출현을 경험하게 되었다.

2020년대 디지털 정보혁명에 힘입어 국가권력은 더더욱 커져만 간다. 세상 어디를 가나 인공지능이 조정하는 감시 카메라가 놓여 있다. 카메라는 개개인의 안면, 음성, 홍채, 걸음걸이, 소비성향, 생활습관 등 생체 정보와 생활 습관까지 정교하게 채집한다. 실시간 생성되는 빅 데이터가 빅브라더의 슈퍼컴의 하드드라이브에 집적된다. 모든 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빅브라더는 개개인의 실적을 점수화해서 사회신용의 등급을 매긴다. 빅브라더는 말한다. “어여쁜 백성들은 두려워 말라! 범죄자, 범법자, 일탈자만 잡아내는 알고리즘의 통치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한 최첨단의 시스템이다.”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설치돼있는 감시카메라/로이터

엄격한 법 통해 모두 범법자로 만든 뒤 골라서 처벌하면 누구나 걸려든다

결코 망념이나 기우가 아니다. 이미 구현된 21세기 중국공산당의 디지털 전체주의의 실상이다. 언론엔 날마다 감시 카메라의 위력을 알리고 칭송하는 뉴스가 즐비하다. 허난 성 정저우(鄭州)에서 안면인식 안경을 쓴 경찰관이 히로뽕 밀매업자를 잡는다. 안후이 성 우후(蕪湖) 시에선 감시 카메라가 살인 용의자를 찾아낸다. 중국 동남부의 한 도시에서 경찰은 전과자 세 명이 같은 호텔에 투숙했음을 실시간으로 알아낸다. 반정부 시위 경력이 있는 한 사내가 베이징 행 기차표를 구매할 때 제깍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한다. 푸젠 성에서 정신 병력이 있는 한 여인이 집을 나서자 집 앞의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산둥 성 청도(靑島)의 맥주 축제에 몰려든 대규모 군중 중에서 AI 카메라는 스물네 명을 콕 집어서 잠재적 범죄자로 분류한다.

중국의 많은 도시에는 이미 거리 곳곳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누군가 적신호에 길을 건너면 그의 안면을 인식한 AI 카메라가 즉시 그의 신원 정보를 대형 스크린에 띄워서 공개적으로 모욕을 준다. 사람들은 날마다 실시간으로 빅브라더의 감시망에 걸려든 일탈자의 초라한 얼굴을 보고 혀를 차고 손가락질하지만, 스스로 예외일 수 없음을 알기에 공포를 느낀다. 오웰이 예언했듯 “빅브라더가 너희를 보고 있다.”

<후베이 샹양(襄陽) 창홍(長虹)대교 부근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사진/視覺中國>

<<노자(老子)>>73장에 “천망회회(天網恢恢), 소이불실(疎而不失)”이란 구절이 나온다. 하늘의 그물은 느슨하지만 아무것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뜻. 인과응보(因果應報)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의미로 새길 수 있지만, 전 인민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법가(法家) 통치의 원리로 해석될 수도 있다. 법이 작동하려면 정부는 법을 은밀하고 교묘하게 적용해야 한다. 엄격한 법을 만들되 장시간 법 집행을 아니 하면, 어느새 모두가 범법자가 된다. 그때 통치자는 법의 칼을 빼들고 한, 두 명 처형대에 올리면 된다. 느슨하고 성글게만 보이는 법망의 그물코를 당기면 모두가 걸려든다.

중국 감시 시스템 天網 “하늘의 그물은 빠져나갈 수 없다!”

1984년 작 <<터미네이터(Terminator)>>는 스스로 지각능력을 갖게 된 슈퍼 인공지능 스카이네트(Skynet)와 인간의 투쟁을 그린 영화다. 스카이네트의 중국어가 바로 “천망”인데, 중국공산당 정부는 안면인식 기술과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일컬어 “톈왕(天網, 천망, Skynet)”이라 한다. 중국에선 그 누구도 천망을 피해 달아날 수 없다. 중국공산당은 천망은 중국 밖까지 그물코를 드리우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바로 그 천망을 이용해서 해외로 도피한 인사들까지 샅샅이 색출해서 “본국”으로 “소환”한다.

중국은 2005년부터 전국 규모의 디지털 감시망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진핑 정부가 출범하던 2013년 중공중앙은 중국에서 “천망”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온 세상을 공개했다. 2013년 당시 전국에는 2천 만 개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었다. 일반 대중을 감시하는 카메라 외에도 신장의 모스크, 티베트의 사원, 반정부 투사들의 주거지에도 카메라가 설치되었다. 2017년부터 중공중앙은 인민의 휴대전화기에 감시용 앱(app)을 깔게 했다. 지방 정부는 국가 치안 목적으로 모바일 앱을 작동시켜 인민들에게 주위의 불법행위를 모두 고발하라 종용한다.

중공중앙은 2018년 대민 감시에 최첨단의 안면인식 장비를 도입했다. 이후 시진핑 정권은 감시의 고삐를 더욱 조여서 감시 드론, 로봇 경찰, 빅 데이터 슈퍼컴를 동원한 감시체제를 거의 완성해 가고 있다. 2019년 말까지 전 세계에 설치된 7억 7천 만 개의 감시 카메라 중에서 4억 1천 5백 80만 개가 중국에 있었다. 2019년 디지털 정보회사 컴페리테크(Comparitech)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감시가 심한 도시 10개 중 8개가 중국에 있다. 충칭(重慶), 선전(深圳), 상하이(上海)가 그중 단연 “톱3″로 꼽힌다. 현재 세계 전역엔 10억 개 이상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 있다.

<중국 베이징의 인공지능 회사 메그비(Megvii)의 본부에서 사용되는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사진/Gilles Sabrie, nytimes.com>

전 세계 감시카메라 7억7000만개 중 4억1580만개가 중국에

2022년 6월 21일 뉴욕타임스는 1년에 걸쳐서 중국공산당이 지향하는 전체주의적 대민 감시 시스템에 관한 보고서를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10만 건 이상의 “경찰 구매 입찰 문서”들을 분석한 기사이다. 여기서 “경찰 구매 입찰 문서”란 유수한 민간 기업들에게 생산비, 장비, 아이디어 및 기술력을 밝히고 정부 발주의 감시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하라 독촉하는 경찰의 공문이다.

지금껏 중공중앙의 최첨단 감시 시스템을 만들어 온 중국의 기업으로는 텐센트(Tencent, 騰訊), 다화 기술(Dahua Technology, 浙江大華技術), 히크비전(Hikvision, 海康威視), 센스타임(SenseTime, 商湯), 바이트댄스(ByteDance, 字節跳動), 메그비(Megvii, 曠示), 화웨이(Huawei, 華爲), ZTE(中興通訊) 등 최첨단의 디지털 기술력을 갖춘 중국의 기업들이다.

중국공산당이 전일적 감시 체제를 국정과제로 제시하면, 중국 공안은 필요한 장비의 구축을 위해 구체적 사업을 발주한다. 이에 최첨단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창의적인 기획안을 써서 입찰한다. 발탁된 기업은 인민의 혈세를 받아 대민 감시의 시스템을 개발한다. 인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디지털 전체주의는 그렇게 관민(官民) 합작으로 굴러가는 기묘한 체제다.

중국 인민은 얼굴생김, 목소리뿐만 아니라 혈액, DNA 프로필, 홍채 스캔 등 개개인의 모든 생체 정보를 정부에 빼앗기고 있다. 빅 브라더는 안면 인식기에 성문(聲門, voiceprint) 분석기를 결합한다. 그 위에 안구 홍채와 유전자 정보까지 종합해서 14억 인구 모두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최첨단의 디지털 감시망이 형성된다. 언뜻 느슨하고 성글어 보이지만,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하늘의 그물”이다.

중국식 디지털 감시체계, 아시아 아프리카 권위주의 정권에 수출

전후좌우 일말의 견제도 없이 일당독재의 단일체로 질주하는 중국공산당 정권이 급기야 최첨단의 디지털 감시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중국의 감시체계는 이미 아시아, 아프리카의 권위주의 정권에 수출되고 있다. 전 세계 독재정권이 중국식 모델을 따라 인민을 감시하고 반대자를 색출한다.

비단 권위주의 독재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도 예외일 수 없다. 영국의 런던 시에만 94만 2천여 개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 언제 어디서든 어느 정권 아래서든 개인은 기꺼이 감시당해야만 하는 세상이다. 디지털 전체주의의 시대, 그 최첨단의 기술을 중국이 이끌고 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때 등장한 구호. “폭정은 반드시 망한다.” 사진/npr.org>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의 빅테크 회사들이 미 국방부와 공조하여 미국 전역에 디지털 감시망을 깔고 있다면 미국의 시민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한국 정부가 삼성, LG, SK 등 한국의 대기업과 결탁하여 중국식 천망을 구축하려 한다면, 한국의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혹시 이미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역시 중국만큼이나 디지털 전체주의를 구현하고 있진 않나?

오늘날 인류는 어디를 가나 집요하게 디지털 감시망에 갇힌 채 신상을 털리고 있다. 공공장소 어딘가에 숨어 있는 정교한 기계가 나의 안면을 인식하고, 전화기를 추적하고, 목소리를 식별하고, 홍채를 인지하고, 나의 취향과 생각과 습성까지 파악해서 나를 지배한다. 자유민주주의 헌법이 비대화된 권력, 강력해진 정부로부터 개개인의 기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보호망이라지만, 과연 우리는 안전한가? 중국식 디지털 전체주의가 인류의 미래인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