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도달했을 때 이런 자괴감이 들었다. 왜 나는 3개월도 못 기다리고 여론조사의 성향에 동조해 윤 대통령 비판에 나서는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좌파 정권 때 좌파 언론과 이른바 시민단체들은 어떠했는가. 그들은 집권 3개월 정도가 아니라 집권 내내 비판을 삼갔었다. 때로 그들은 언론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꼈을 텐데도 끝내 비판의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 내 기억이다.
요즘 좌파 성향의 언론 매체들은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여권의 내홍이 깊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매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보수 언론들마저 윤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며 신이 나서 윤 정부 전면 공세에 나서고 있다.
3개월도 지켜보지 않고 비판에 나서는 것이 보수 언론의 단점이라면 보수 정권의 대통령이라고 무조건 지지하지 않고 비판에 나서는 행태 역시 보수의 장점으로 지적하고 싶다. 보수 매체는 어제 지지했다고 오늘 어떤 결점이 알려졌는데도 입 다물고 있지 못한다. 비판을 본업으로 삼는 한, 언론은 그것을 피해갈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당(黨) 내홍의 핵심이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당내 정치에 휘말렸다. 이준석 대표의 ‘내부 총질’ 하나 해결 못하고 헛발질이 빈번했고, ‘윤핵관’ 문제를 조정하는 데도 한계를 드러냈다. 부인의 문제에도 그는 명쾌히 대응하지 못했다. 사실 그런 것들은 나랏일을 꾸려가는 데 있어 주류적(主流的) 사안은 아니지만 우리의 정치에서는 원래 본류(本流)보다는 지류(支流)에서 흙탕물이 더 많이 튄다는 것을 그는 터득하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여러 대응 방법을 터득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지엽적 사안들이 정리되지 못하면, 다시 말해 그의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본류의 정치에 진입하기 어렵고 설혹 진입한다 해도 사람들은 그것을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
그것이 어제까지 윤 대통령의 ‘달라져야 하는 것’들이라면 이제부터 ‘달라져야 하는 것’들은 보다 본격적인 것들이다. 지금의 국면은 초기의 자질론, 인사의 편협성, 경험 부족, 또는 민생 중심의 차원을 넘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살리는 ‘국생’(國生)의 국면이다. 그것은 야당과의 전쟁을 의미하고 부정(不正)과의 전쟁이며 공정과 상식을 지켜내는 ‘윤석열의 전쟁’이다. 국민이 뽑아준 대로의 대통령의 길이다.
이제 야당과의 협치는 물 건너갔다. 의석수에서 절대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정석(定石)의 정치를 하려면 윤 대통령은 협치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장동·백현동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법정에 불러내면서 민주당과의 협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그는 협치 대신 ‘대장동’을 택한 것이다. 이 대표를 법정에 세우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윤 대통령은 요즘 ‘민생’에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의 문제들은 세계경제적인 문제고 세기(世紀)적인 문제고 또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이념적인 문제다. 우리나라가 노력한다고 달라질 문제가 아니다. 매일 ‘현장’을 찾는다고 풀어질 문제도 아니다. 이제는 몸으로 때우는 민생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민생이어야 한다. 민노총, 전교조 문제는 그가 풀어야 할 큰 숙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보수적 이미지를 중화시키려는 듯 대북·대중국 문제에서도 상당히 융통성 있는, 또는 리버럴한 포용력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그는 그럴 때마다 북한으로부터 실로 참기 어려운 모욕을 당했다.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와 면담 불발 사건도 중국 눈치 보는 더블 작전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좌파와의 전선(戰線)에서는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보다는 우리 국방력을 강화하는 등 보수의 본령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협치도 물 건너가고, 민생도 한계가 있고, 경제회복도 어렵고, 대북 융화책도 별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가야 하는 길은 나라 바로 세우기의 ‘윤석열의 길’이다. 그것으로 가는 길은 ‘공정과 상식’이다. 즉 공정에 어긋나면 어느 누구도 어느 권력자도 가차 없고 상식을 벗어나면 누구든 심지어 대통령 자신과 가족도 대가를 치르는 엄격함만이 국민의 공감을 살 것이다. 그래야 나라가 보수의 정체성 위에 바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