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좌우한다. 햇빛이 부족한 겨울이 되면 계절성 정서 장애(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를 앓는 사람들이 있는데, 비가 많이 오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이나 극지방인 북유럽에서는 꽤 흔한 병이다. 캐서린 메이는 자신의 책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에서 “삶은 숲을 통과하는 여정처럼 구불구불” 해서 “한창 울창해지는 계절이 있는가 하면, 잎이 떨어져 나가서 앙상한 뼈를 드러내는 계절”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잎은 다시 자란다.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 겨울에는 해가 뜨지 않는 극야가 끝없이 이어지는 핀란드에도 어김없이 봄이 오는 것처럼 말이다.

긴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절임 음식을 만들고, 땔감을 준비하는 것처럼 마음의 혹한기를 견딜 수 있는 처방전 몇 개는 상비해 놓아야 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우울해질지도 모를 미래의 나를 위해 ‘감사일기’를 적는다. 감사하고 고마운 일 몇 가지와 그때의 행복한 감정을 일부러 펜으로 적는다.

이것은 미래의 불행한 나를 위해 현재의 행복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저축해 놓는 나만의 의식이다. 언제가 그것이 필요한 혹한의 순간이 오면, 조금씩 인출해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땔감으로 사용할 요량이다. 감사 일기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는 게 좋다. 일어나자마자 감사 일기를 쓰는 건 최고의 효과를 발휘하는데 ‘칼 융’에 따르면 일어난 직후가 자기 검열 없이 모든 것이 자유로운 마술의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의 원제는 월동을 의미하는 윈터링(Wintering)이다. 차가운 계절을 견디어낸 존재들은 쓴맛이 날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은 달래와 냉이는 향긋하다. 겨울과 봄에 수확하는 봄동은 달고 아삭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봄은 온다. 시간이 하는 모든 일이 그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