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월급 200만원 추진이 초급 간부 확보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

윤석열 정부 들어 병사 월급을 오는 2025년 20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많은 군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져왔던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은 ‘주간 국방논단’을 통해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1만명의 징병 신체검사 대상자를 대상으로 현재 희망하는 복무 형태와 지원 이유, 병사 급여의 단계적 인상 시 희망하는 복무 형태에 대해 조사한 것이다. 이런 형태의 조사가 대규모로 이뤄진 것은 처음이었다.

국방연구원은 설문에서 병사 월급이 114만원, 160만원, 205만원으로 각각 인상될 경우에도 장교 또는 부사관으로 계속 지원하겠는가를 물었다. 병사 월급 인상에 따라 장교·부사관 지원자는 점차 줄어들었고, 병사 월급 205만원시 장교는 약 60% 수준, 부사관은 76% 수준으로 지원자가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부(장교+부사관)를 희망하는 복무 희망자도 전체의 4.8% 수준으로 2016년에 조사한 비율(11.3%)보다 크게 감소했다.

간부 지원 하락은 단지 설문조사로 끝난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우선 지난해 3군(軍) 부사관 충원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육·해·공군은 부사관 1만1107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충원 인원은 9211명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채용 계획 인원 대비 충원율은 82.9%였다. 전년도에 비해 7.3%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3군 중 육군 부사관 충원율이 77.1%로 가장 낮았다. 육군 소위 임관자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ROTC(학군사관) 지원율도 급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ROTC 지원율은 2.39대1로, 약 10년 전인 2014년 6.1대1에 비해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된 데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급여 등 처우 문제와 군 복무 기간 단축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데에 이견이 별로 없다. 지난 2001년과 지난해 신분별 월급을 비교해보면 장교는 3.1배, 부사관은 3.5배가 오른 반면, 병사는 34배가 늘어났다. 병사 월급 급등은 그동안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헌신해온 병사들의 처우를 ‘정상화’한다는 점에선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처우가 ‘정체’돼온 초급 간부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많이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초급 간부 문제는 최근 국방부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선 초급 간부 급여·수당 증액 추진이 주요 내용으로 발표됐다. 전군지휘관회의는 보통 북 도발에 대비한 대응 태세 등이 주요 안건으로 부각되는데 이례적으로 초급 간부 처우 문제가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국방부는 이날 초급 간부 단기복무 장려금·수당을 지금의 2배 수준으로 인상하고, 하사 호봉 승급액, 중위·소위·하사 성과 상여금 기준 호봉과 당직근무비 등을 공무원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급 간부 문제는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급감에 대한 현실적인 핵심 대책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현재 한국군 총병력은 50만명인데 병사 30만명, 간부 20만명으로 구성돼 있다. 인구 절벽에 따라 연간 22만명 수준이었던 군 입영 대상(20세 남성 기준)은 2040년엔 13만명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계속 초급 간부 모집이 더 어려워지고 인구 증가율이 예상보다 떨어질 경우 2040년엔 총병력 30만명을 겨우 채우거나 그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드론·로봇·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할 경우 병력을 대체, 병력 급감 쓰나미를 크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킬러 드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무인 공격기 리퍼와 관련된 ‘리퍼의 역설’이라는 게 있다. 무인기 도입으로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문 운용 인력이 추가로 필요해 오히려 인력 수요는 늘어난 데서 비롯된 말이다. 국방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기술 등 과학 기술 적용으로 얻을 수 있는 병력 절감 효과는 10% 수준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기대치에 상당히 못 미치는 수치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을 통해서도 아무리 첨단 무기가 발전한 현대전이라도 병력,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만고불변(萬古不變) 진리가 재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지상전에서 우크라이나전과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병력 규모가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남북한 지상군 격차는 이제 3대1(북한군 110만명 대 한국군 36.5만명)로 벌어졌고, 앞으로 그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국방부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과학기술 강군 건설을 ‘국방혁신 4.0′의 핵심 과제로 내걸고 있다. 미래전에 대비해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발등의 불’로 떨어진 적정 수준 병력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도 필요한 때다. 이는 국방부만 뛰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대통령실, 초급 간부 처우 개선 예산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등도 나서야 한다. 차제에 모병제와 여성 징병제·지원병제, 군 복무 기간 단축 문제 등은 선거 때마다 주요 이슈로 등장하는 만큼 국회 여야 정치인 주도로 군·민간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병역제도 발전 TF(태스크포스)’도 발족하면 좋겠다. 적정 병력을 확보하는 병역제도는 국가안보상 너무나 중요하고 여야 정치인을 포함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