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호남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38%였다. 현 정부가 출범하던 작년 5월 초 77%와 비교하면 10개월 만에 반 토막 났다. 역대 민주당 계열 정당으로선 호남에서 보기 드문 저조한 지지율이다.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 폭락은 이재명 대표 때문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작년 5월 첫째 주 갤럽 조사에서 77%였던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은 그 직후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일주일 만에 63%로 급락했다. 그가 당대표로 선출된 작년 8월 말에는 48%로 더 떨어졌다. 대선에 지고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돌아와서 제1 야당을 이끄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다. 최근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과정에서 ‘무더기 반대표’ 이후 개딸(개혁의 딸)의 폭력적인 ‘좌표 찍기’가 호남 민심을 자극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은 ‘수박(배신자)’을 색출한다며 이들의 배후로 이낙연 전 대표를 지목하고 영구 제명 청원까지 올렸다.
‘민주당의 심장’으로 불려온 호남에선 최근 민주당 지지율 폭락과 맞물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無黨派)가 폭증했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선 무당파가 39%로 민주당 지지율(38%)을 추월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없던 현상이다. 호남의 무당파 비율은 전국적으로도 1위였다. 국민의힘 지지율(12%)은 여전히 전국 꼴찌였다. 민주당이 싫어도 국민의힘으로는 지지가 이동하지 않고 무당파만 늘어났다.
호남에선 대선 주자로서 이 대표에 대한 지지율도 부진하다. 3월 초 광주 유권자 대상 KBS 광주방송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25%였다. 선호하는 차기 정치 지도자가 ‘없다·모르겠다’(53%)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쳤다. 특히 광주의 20대는 이 대표 지지율이 7%에 그쳤다. 얼마 전에는 ‘이 대표의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호남에서도 10명 중 4명(37%)에 달한다는 조사가 있었다.
최근 호남 분위기는 ‘문재인 호남 홀대론’이 확산됐던 2015년 말과 비슷하다. 당시에도 갤럽 조사에서 호남은 무당파가 문재인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을 추월했다. 안철수와 김한길 등 비문(非文) 세력이 2015년 12월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창당한 국민의당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호남의 총 28석 가운데 23석을 휩쓸었다.
지난 1월 이 대표는 검찰 출석을 앞두고 호남을 방문해 “잘 지켜주시면 저도 잘 지켜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호남은 이 대표를 지켜줄 마음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개딸의 포위를 뚫고 ‘이재명의 강’을 건널 준비를 하는 듯하다. 2016년 총선 때처럼 호남에서 신당 깃발이 꽂힐지가 내년 총선 구도와 관련해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