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73회>


포로의 얼굴들, 홀로코스트의 증거물

2009년 늦봄 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답사했다. 폴란드 남부의 고도(古都) 크라쿠프(Krakow)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한 시간 정도 국도로 달려가면, 초록빛 넓은 평원 어딘가에서 돌연 큰 짐승을 통째로 삼키는 늪처럼 “아우슈비츠(Auschwitz) 강제수용소”가 나타난다. 그 수용소의 정문에는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라는 나치 시대의 구호가 걸려 있다. (송재윤, “아우슈비츠의 얼굴들”)

지금은 역사박물관이 되어 있는 그곳에 들어서면, 한쪽 벽에 전시된 증명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멀리서 기차에 실려 짐짝처럼 운반되어 온 유대인들이 가스실에 들어가기 직전, 나치 간수들은 일일이 한 명씩 포로들의 증명사진을 찍었다. 그 결과 수용소의 포로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포로 1인당 정면, 측면, 반(半) 측면의 얼굴 사진이 3장씩 남겨졌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온 유태인 포로들은 가스실에 들어가기 직전 측면, 정면, 반측면의 얼굴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https://facesofauschwitz.com

겁에 질린 저 나약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죽지 않는 그 넋의 심장이 아직도 쿵쿵 뛰고 있는 듯했다. “얼굴”의 어원이 “얼의 꼴”이라 했던가? “얼의 꼴”이란 “영혼의 모습”이란 말인가? 불안과 두려움에 떨며 독가스를 마시고 잿더미로 타버릴 운명임에도 마지막 순간 그 “얼의 꼴”을 보면, 근엄한 표정이 생생히 살아있다. 인간의 자존심일까? 영혼의 에너지일까? 지금도 세상에는 나치가 자행한 홀로코스트를 모두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 저 얼굴들을 보여주면 무슨 말을 할까? 저 사진들보다 더 강력한 증거물이 또 있을까?

<슬픈 중국>에서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를 언급하는 이유는 최근 중국의 신장 지역에서 억류당한 수많은 위구르족의 실제 사진이 중국 경찰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새어 나와 백일하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 속 인물들은 2018년 신장에서 구금된 10대의 위구르 소녀들이다. 이 소녀들을 잘 보면, 모두가 단발머리란 점이 눈에 띈다.

“신장 경찰 파일”에 들어 있는 위구르 소녀들의 증명사진. 왼쪽 위가 15세로 가장 연하이고, 오른쪽 아래 인물은 19세이다./ The Victims of Communism Memorial Foundation, xinjiangpolicefiles.org.

2017년 여름, 신장의 강제 수용소에 2년 넘게 감금돼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위구르 여성 아나르 사비트(Anar Sabit)의 증언에 따르면, 구치소에 들어가면 간수가 큰 가위로 여성의 긴 머리를 싹둑싹둑 거칠게 잘라버린다. 위구르와 카자크 문화에선 여성의 긴 머리는 행운을 상징한다. 어려서부터 계속 길러서 긴 머리를 풀면 발끝까지 닿는 여성도 드물지 않다. 감금되어 머리를 잘릴 때, 여성들은 간수에게 조금만 더 남겨 달라며 눈물로 호소한다. 여성들은 머리를 깎이고 나면, 스스로 죄수가 된 듯하여 수치감에 휩싸인다.


“신장 경찰 파일,” 인권유린의 실상을 폭로

2022년 5월 말 독일의 인류학자 아드리안 젠쯔(Adrian N. Zenz, 1974- )는 신장 지역 중국 경찰이 직접 제작한 극비 자료를 폭로했다. 젠쯔에게 “신장 경찰 파일”을 전달한 익명의 제3자는 위구르족이 밀집한 신장 지역 두 경찰서의 컴퓨터를 직접 해킹하여 이 자료를 구했다고 밝혔다.

젠쯔는 그 모든 자료를 공산주의 희생자 기념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신장 경찰 파일(Xinjiang Police Files)”에 전부 공개했다. “신장 경찰 파일”에는 연설문, 정책 지시문, 현장 사진들, 관련 자료 및 통계 수치 등 신장 지역 수용소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중국 경찰 내부의 자료가 대량 포함되어 있다.

국제 연구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2017년 이래 중국 정부는 최소 80만 명에서 최대 200만 명의 위구르족, 카자크족, 우즈베크족 등 신장의 이슬람 종족들을 강제로 구금(拘禁)해 왔다. 한사코 수용소의 존재를 부정하던 중국 정부는 위성사진이 공개되자 그 시설들은 “직업·기능 교육·훈련 센터”라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신장 경찰 파일”에 포함된 이 이미지는 실제 상황이 아니라 2018년 테케스 구치소에서 실시된 치안 훈련의 한 장면이다./ The Victims of Communism Memorial Foundation, xinjiangpolicefiles.org.

위구르족에게 직업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여 낙후된 신장 지역의 경제를 살리려는 중국공산당의 깊은 배려라는 판에 박힌 답변이었다. 2019년 12월 신장의 지방정부는 “수감자는 모두 다 졸업했다”고 발표했는데, 2020년 호주전략정책 연구소(ASPI)는 위성사진을 분석해서 재교육 캠프, 구치소·감옥 등으로 보이는 시설 380개를 찾아냈다.

2020년 9월 현재 신장 지역에 들어선 201개의 재교육 캠프와 179개의 구치소나 감옥 등으로 추정되는 시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

지금껏 위구르 문제 전문가들은 보통 위성사진, 공개된 정부 문서나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연구를 진행해 왔지만, “신장 경찰 파일”의 공개로 이제 그 시설 내부의 실상을 보여주는 생생한 1차 자료를 얻게 되었다. 파일 속에 포함된 이미지들을 보면, 중국 정부가 말하는 “직업훈련소”란 게 실상은 신장의 위구르, 카자크, 우즈베크족 등을 억류하고 세뇌하고 중노동을 시키는 강제수용소임이 자명하게 드러난다.


위구르 수용소의 실상: 그들을 잡아간 이유

현재 “신장 경찰 파일” 사이트에는 2,884명 위구르족 억류자들의 증명사진이 올라와 있다. 그 증명사진들은 2018년 상반기에 위구르족 밀집 지역인 신장 남서부 카쉬가르 주(州) 코나셰헤르(Konasheher) 현의 경찰서와 구금소에서 촬영되었다. 파일 속 사진 옆에는 나이, 성별, 구금 상태, 형기, 혈액형, 구금 사유 등등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다. 구금자의 연령대는 남녀 모두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다. 이미 언급했듯 사진 속의 여자들은 모두 단발머리를 하고 있다. 남자들은 짧은 머리에 수염을 깎은 얼굴이다.

“신장 경찰 파일”에 포함된 30~60대 남자들의 증명사진. 구치소에 들어갈 때 포로들은 빡빡머리로 삭발당하고 수염을 깨끗이 밀어야 한다. 증명사진 중에는 깎은 지 시간이 꽤 흘러서 수염이 텁수룩하게 자란 얼굴도 있지만, 긴 수염을 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The Victims of Communism Memorial Foundation, xinjiangpolicefiles.org

사진 옆에 적힌 수용소 포로들의 신상 정보는 충격적이다. 우선 10대의 남자 수감자를 살펴보면, 19세 시렐리 메메트(Shireli Memet)는 “자유문(自由門) 조직” 두목의 죄명을 쓰고 “제4류”로 분류되어 투옥되었다. 18세의 야르메메트 압두케림(Yarmemet Abdukerim)은 그 부친이 사회 불만 세력이라서 잡혀 왔다. 18세의 이브라힘 투르순(Ibrahim Tursun)은 핸드폰을 끄고 있었다는 이유로 끌려왔다. 18세의 메흐무트 압두케림(Mehmut Abdukerim)은 “사상이 완고하며, 그의 모친에게 이슬람 경전을 배웠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그 밖에도 테러활동을 준비하거나 부모를 위협하거나 위험인물과 동행했다는 이유로 연행된 경우도 보인다.

30~40대 남성 수감자를 보면, 31세의 아딜 아리프(Adil Alip)는 2016년 7월 불법적으로 이슬람 경전을 공부하고, 이슬람 사원에서 이틀 정도 예배를 보고, 또 이슬람 경전을 외었다는 죄목으로 10년 형에 처해졌다.

36세의 하심 투르순(Hashim Tursun)은 정당한 사유 없이 마을 조직의 강연대회에 불참했으며, 사법 기관에 의해 핸드폰 사용이 중지된 데다 1992년 1~2월 이스마일리 압둘라(Ismaili Abdullah)에게서 종교적 가르침을 받았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40세의 하무트 야씬(Hamut Yasin)은 2014년 9월 7일 부인이 임신 중에 “종교적 극단주의의 영향 아래서” 처제와 재혼했다. 그의 부인은 20일 후 이혼했음에도 “종교적 극단주의의 영향 아래 아기를 낳았다.” 또한 하무트는 “2012~2014년 그의 부인이 이슬람 스타일의 의상을 입을 수 있도록 허락했고, 2012년 2월 1~20일 그의 아들을 사촌에게 소개하여 이슬람 경전을 읽게 했으며, 1984년부터 1986년까지 2년간 메흐메트 카지(Mehmet Kaji)와 함께 경전을 공부했다는 죄목으로 구속되었는데, 그의 구체적 형량은 명시되지 않았다.

50세의 파크란드 카스우드(Parkland Casswood)는 “고의 상해죄”로 체포되어 17년 형을 받았다. 그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직접 테러를 범하지는 않았지만, 테러 행위를 준비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한 그의 종교활동도 구속 사유로 열거되어 있다. 2010년에서 2011년 사이 그는 여러 차례 이슬람 사원에서 이맘 유마이에르(Imam Yumaier)의 설교를 들었다. 그 설교 내용은 “이슬람 교도들은 매일 다섯 차례 기도를 올려야 하고, 서로를 도와야 하며, 정기적으로 금식해야 하고, 종교세를 내야 하며, 음주와 흡연을 삼가야 한다”는 정도였다.

그 밖에도 극단적 종교 지식을 갖고 있고, 싸움을 걸고 혼란을 일으키고, 이슬람 특유의 하랄(Halal) 식단을 지키고, 히잡을 쓰고, 수염을 기른다는 이유 등으로 구금되어 재교육을 강요받고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도 수두룩하다.

신장 지역에서 감시, 통제 등 경찰업무에 활용되는 핸드폰 앱(APP)의 이름은 “일체화 연합 작전”이다. 이 앱을 통해서 신장 경찰은 은행거래, 전화 통화, 불법 행위 등 개개인의 모든 행동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신장 경찰은 불량행위를 저지르는 36개 유형의 인간형을 제시한다.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 집의 정문 대신 뒷문으로 드나드는 사람, 전기 사용량이 유달리 많은 사람, 수염을 기른 사람, 사회 활동이 적은 사람, 사회관계가 복잡한 사람, 가족 중에 불순 분자가 있는 사람, 민감한 국가로 국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 등…. 이 모든 사람이 잠정적 테러 성향을 보인다고 의심받는다.

국제 인권단체는 신장 지역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모스크에 갔다가 끌려가고, 사상·신념의 이유로 잡혀가고, 코란을 낭송해서 붙잡히고, 특정 종족이라서 구금되고, 가족이라 연좌되고, 친구라서 연루되고, 때론 원인도 모르게 돌연히 어디론가 실종되어 버린다고 고발해 왔다. “신장 경찰 파일”을 조금만 살펴봐도 그 모든 지적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대체 몇 명이나 감금되었나?

지금껏 위구르 제노사이드를 파헤쳐온 연구자들은 신장의 재교육 시설, 구금소, 강제수용소 등 여러 감금 시설에 억류당하고 있는 사람의 총수를 파악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왔다. 지방 경찰관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단서를 끌어내거나 누설된 정부 통계를 분석하거나 재교육 캠프에 지급된 식비 등으로 추산하는 방법 등이었다. 그 결과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를 종합해보면, 그 숫자는 최소 100만에서 최대 300만에 이른다. 다만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그 어떤 추측도 정확할 수는 없다.

“신장 경찰 파일”에는 전 공안부 장관 자오커즈(趙克志, 1953- )의 2018년 6월 15일 기밀 연설문, “신장 자치구 공안과 안정 공작 관련 보고 관련 강화”가 포함돼 있다. 이 기밀문서에는 이른바 “신장 직업·기능 교육·배훈(培訓) 센터 (재교육 시설)”에 감금해야 할 구체적인 인원수를 암시하는 대목이 나온다.

“신장에선 200만 정도가 신장의 독립과 범(泛)이슬람주의와 범(泛) 터키적 사유에 영향을 받아왔다. 신장 남부에는 종교적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세력이 200만 이상 존재한다.”

“신장 경찰 파일”을 공개한 젠쯔는 바로 이 대목을 예의주시한다. 자오커즈가 말하는 첫 번째 “200만 정도”는 위구르, 카자크, 키르기스족 등 신장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터키계 종족 중에서 신장의 독립과 분리주의에 동조하는 세력의 명수를 가리킨다. 두 번째 “200만 이상”은 신장 남부에 거주하는 보다 구체적인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을 가리킨다.

“신장 경찰 파일” 속에 들어 있는 2017년 테케스 현 소재 한 구치소의 사진. 중앙 상단의 텔레비전에서는 신장 인민정치협상회의 의장 누얼란 압두만진(Nu’erlan Abudumanjin)의 연설이 방송되고 있다. 왼쪽 벽의 검은 종이에는 중국어와 위구르어로 “신장 감관”이라 적혀 있고, 오른쪽 노란 포스터에는 “극단주의 배격 ”세 가지 악“과의 투쟁이라고 적혀 있다. 이상은 젠쯔(Adrian Zenz)의 해설. / The Victims of Communism Memorial Foundation, xinjiangpolicefiles.org

오늘날 중국에서 극단주의란 개념은 사실상 코란을 읽거나 금식하거나 기도를 올리는 등 일상적 종교활동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현령비현령의 개념이다. 이미 살펴보았듯, “신장 경찰 파일”에 따르면, 수염을 기르고, 히잡을 쓰고, 경전을 공부하고, 심지어는 이혼한 여성이 낙태를 거부하고 아이를 낳는 결정까지도 종교적 극단주의의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사실상 이슬람교도라면 누구나, 언제든, 자의적으로 극단주의자의 혐의를 씌워 체포, 연행, 구속, 구금, 처벌할 수 있다.

2018년 6월 기밀 강화에서 자오커즈는 과연 왜 200만 명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했을까. 공안부 장관이 기밀문서에서 발설한 그 숫자가 근거 없이 만들어진 가상의 숫자일 순 없다. 그는 그 강화에서 2017년에서 2021년까지 다섯 해에 걸쳐서 “종교적 극단주의에 오염된” 위구르족을 위시한 모든 터키계 종족들을 “엄하고 매섭게 타격하는” 신장 지역 “극단화 제거 투쟁”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포괄적 안정”을 이룬다는 5개년 계획까지 제시했다. 중국 관료행정의 선례에 비춰보면, “200만 이상”이란 수치는 베이징의 중앙 정부에서 신장의 지방정부에 하달한 구체적인 목표치일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4월부터 신장에선 대규모 체포령이 내려졌다. 6월 19일부터는 단 한 주 동안 4개 주에서 1만6000여 명이 체포되었고, 5500명은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전체 중국 인구의 불과 2%가 거주하는 신장에서 전국 구속자의 20%가 나왔다.

바로 그런 맥락에서 자오커즈가 말한 “200만 이상”이란 신장에서 실제로 200만 명 이상을 잡아넣고, 그들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개조하라는 구체적 요구로 해석될 수 있다. 바로 신장 지역 “일체화 연합 작전”의 목표 수치가 200만 이상이라는 얘기다. 설혹 200만 이상이라 해도 위에서 보았듯 종교적 극단주의의 혐의만 걸면 누구나 구속할 수 있었을 터이기에 신장 경찰은 어렵지 않게 그 수치를 달성했으리라 짐작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