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대입 수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역시 대한민국은 교육의 나라다. 교육열로 일어섰고 또한 교육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적 자원이 거의 없는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발전해 온 힘은 교육열이 일등 공신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눈앞에서 과열 부작용을 보기 때문에 나쁜 것처럼 보이지만, 인공지능(AI) 시대를 앞둔 대한민국에 교육열처럼 소중하고 보배로운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하여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하게 만드느냐에 달려있다.

챗GPT에서 봤듯이 AI의 발전은 놀랍다. 현재 추세로 발전하면 우리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활동할 20년 후, 2040년에는 인간의 많은 일을 AI가 대신하고 있을 것이다. 지식은 AI가 제공해 주기 때문에 지식 습득의 중요성은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역할은 창의 활동에 집중될 것이다. 인간의 역할은 변하고 일자리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처럼 AI의 진격이 코앞에 와 있는데, 우리는 아직 수능 킬러 문제 수준의 담론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이는 마치 40여 년 전에 컴퓨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도, 암산이나 주판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논쟁하던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긴 안목에서 바라보면 눈앞의 문제도 해결 방향이 보일 것 같다.

◆AI 시대에 맞는 창의 인재 양성

첫째, 오늘 우리 학생들이 살아야 할 2040년에는 지식이 많은 사람은 AI에 밀려나고,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이 사회를 주도할 것이다. 창의 인재를 기르려면 학교가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마다 자율성을 가지고 독특한 교육철학에 따라서 운영해야 한다. 정부는 각 학교의 교육철학을 존중해야 하고, 공표한 교육 방침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지 평가만 하면 된다. 우리는 이미 개인의 은행 신용은 각 개인이 관리하고 있다. 각 학교의 신용도 각자 관리하게 해주어야 한다. 정부는 각 학교의 신용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둘째, 대학에 입시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 수십만 명이 응시하는 수능 시험은 창의성 판별에 적합하지 않다. 현재 변별력 논쟁은 수능으로 모든 평가를 대신하려 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수능은 기초학력 테스트에 만족하고, 그다음은 대학별 교육철학에 맞는 입시를 하게 해주면 된다. 예를 들어서 수능을 60%, 대학별 평가를 40% 반영하는 대학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대학이 각자 선발 기준을 공표하고, 그에 맞게 입시를 하는지 평가하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현재의 문제도 해결하고 미래에 대응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 수능은 기초학력 테스트에

셋째, 수능은 기초학력 테스트에 충실해야 한다. 어려울 필요가 없다. 당연히 교과서 범위 내에서 내야 한다. 못 맞추게 하려고 비비 꼬아서는 안 된다. 교과서를 충실하게 공부했으면 만점 맞게 해주어야 한다. 만점자 나온다고 출제자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 아니다. 킬러 문제가 없어지면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천 명 이내의 최상위권에 해당할 뿐, 정작 숫자가 많은 중위권 변별력에는 역행한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수능 응시자 44만7000명 중에 단 3명이 전 과목 만점을 받았다. 최근 3년간 자료를 보면 만점자는 약 0.0007%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의 수능에 해당하는 미국의 SAT는 170만명이 응시하여 천 명 이상이 만점을 받아, 약 0.07%에 이른다. 100배 차이가 난다. 미국처럼 생각하면 우리나라에 만점자 300명이 나와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미국 SAT가 이렇게 쉬워도 잘 작동하는 이유는 SAT의 역할이 기초학력 테스트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대학을 믿고 자율권을 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각 대학이 자율성을 가지고 특성에 맞는 학생을 뽑기 시작하면 수능 만점 300명이 나올 정도로 쉬워도 문제없고, 공교육 왜곡도 줄어들고, 킬러 문제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더욱 큰 수확은 그 길이 바로 미래 AI 시대에 맞는 창의 인재 양성의 길이라는 점이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고운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