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인천공항을 통해 압송되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공항사진기자단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송환되기도 전인데 깡패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 건가?”(김남국 의원)

“저는 깡패라고 본다.”(한동훈 법무장관)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김 의원)

지난 2월 15일 국회 법사위에서 오갔던 대화다. 그에 앞서 1월 16일 한동훈 장관은 법사위에 출석해 조폭 출신으로 알려진 쌍방울 전(前) 회장 김성태씨를 ‘깡패’라고 지칭했다. 그때는 태국에서 붙잡힌 김씨가 국내 압송되기 하루 전이었다. 김남국 의원은 김씨가 아직 수사도 안 받은 시점에 왜 ‘깡패’라 불렀느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향후에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발언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요즘 김씨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김씨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와 함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의 키(key)를 쥐고 있다. 두 사람 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치명적인’ 진술을 법정이나 검찰에서 해놓은 상태다.

김씨를 향한 공격의 하이라이트는 이 대표가 김씨를 ‘노상강도’라 부른 것이다. 검찰이 김성태씨에게 적용한 법 조항만 9개인데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왜 국가보안법 위반과 재산 국외 도피 같은 혐의는 빠졌느냐고 했다.

국보법 부분은 민주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대공 수사권을 박탈해 검찰이 수사를 할 수가 없고, 재산 국외 도피 혐의는 김씨의 경우 적용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런 억지성 공격을 하는 것은 앞으로 민주당이 법리와 증거보다는 정치의 영역으로 이 사건을 끌고 가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김성태씨는 2일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응했다. “일부 정치인은 저를 노상강도로 비유했다”면서 이재명 대표를 직격했다. 김씨도 한때 ‘정치인 이재명’에게 크게 베팅했었다. 김씨 기업을 중심으로 양측 인사들이 얽힌 흔적은 한둘이 아니다.

쌍방울이 북한에 800만달러를 송금했던 것은 ‘팩트’다. 김씨 주장대로 800만달러 중 500만달러가 경기도 대신 낸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인지, 또 나머지 300만달러가 이 대표 방북비였는지는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다. 이화영씨가 ‘방북비 300만달러’를 쌍방울이 부담한다는 걸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이씨가 재판정에서 이를 번복할지도 지켜볼 문제다.

김씨는 쌍방울과 그 계열사에 적지 않은 이 대표 측 사람들을 사외이사나 감사로 앉혔다. 이 대표의 변호인이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거나 ‘이재명 경기도’와 관련이 있는 이들이었다. 쌍방울 사외이사였던 이화영씨는 3억원이 넘는 돈을 비서와 함께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喪)을 당하면 김씨와 이 대표는 서로 자신의 비서실장을 보내 조문했다. 김씨는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 측에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본인과 주변을 동원해 이 대표의 대선 캠프에 2억원 가까이 후원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2022년 3월 대선 직후 김씨가 이화영씨에게 “방북을 하지 못했고 대선에도 졌다”고 안타까워하자, 이씨가 그 앞에서 이 대표와 통화한 뒤 “이재명이 (민주당) 대표가 되거나 국회의원이 되면 쌍방울은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김씨 검찰 진술도 있었다. 조폭 출신 장사꾼에게 의리를 찾는다는 것은 허망하지만, 이재명에 대한 김성태의 ‘진심’이 드러난 한 대목이 아닐까.

김씨는 입장문에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말한다는 이유로 제가 후원했던 정당으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인사들은 “김성태가 다 털어놨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민주당도 그렇게 난사(亂射)할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김성태가 내놓은 것이 단순한 입장문이 아니라 ‘경고장’일 수 있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