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지난주 이스라엘을 공습해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고 전쟁이 발발했다. 세계는 테러 집단의 악랄함에 경악하는 한편 중동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재래식 무기에 당한 데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친(親)이스라엘 언론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일에 지난 수년간 파묻혔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무력했던 이스라엘’의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보수 집권당 대표인 네타냐후는 2019년 가을 세 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외국 사업가에게 3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주거나 비판적 언론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공작한 등의 혐의다. 네타냐후가 자신의 이 같은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도구로 의회와 인사권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개인의 위기가 국가적 위험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네타냐후가 먼저 손길을 뻗은 곳은 의회였다. 총리였던 2020년 1월 자신에 대한 면책특권 부여(표결 필요)를 요청했다. 이 시도는 연정 파트너였던 중도파까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실망한 네타냐후는 무리수를 두었다. 앞서 연정 구성 때 중도파인 청백당 베니 간츠 대표와 총리직을 18개월씩 번갈아 하기로 한 약속을 배신하고 의회 전격 해산과 총선 재실시를 유도했다. 청백당의 한 간부가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네타냐후는 ‘내가 다음 검찰총장을 임명해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귀를 의심했습니다.”
중도와 갈라선 네타냐후는 연정 구성에 실패해 2021년 6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11월 재집권한다. 총리로 돌아오기 위해 그는 ‘극약’을 집어삼킨다. 반(反)이슬람 울트라 극우 정당(오츠마 예후디트)과 연정을 구성한 것이다. 이 당의 대표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과격 행동 탓에 유죄 판결을 최소 8번 받은, 우방인 미국도 기피하는 인물이다. 네타냐후는 그에게 안보장관이란 요직을 선물한다.
취임 후 벤그비르는 선을 넘는 도발로 아랍권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를 무턱대고 방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랍권은 거세게 반발했고 하마스는 보복을 천명했다. 지난 7일 공습에 하마스가 붙인 작전명 ‘알아크사 홍수’는 이 사건과 연관돼 있다. 안보장관이 안보 위협이 된 셈이다.
네타냐후는 대법원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이스라엘은 문서화된 헌법이 없고 대법원이 헌법재판소 역할을 한다. 네타냐후는 권력 비대화를 이유로 들어 대법원 권한을 대폭 줄이는 사법 무력화 법안을 지난 7월 관철시켰다. 대법원이 국민 청원을 통해 접수된 자신의 총리 해임안을 검토하기 시작하자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수백만 명이 반대 시위를 했고 국방장관은 이에 반발해 사표를 던졌다. 모사드·신베트 등 첩보기관에서도 반대 기류가 형성되면서 안보엔 구멍이 뚫렸다. 하마스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NYT는 “‘이스라엘의 지도자는 나여야만 한다’고 자만하는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을 위험으로 몰아넣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는 지난 11일 전시 비상 내각을 구성하면서 이 사태의 책임을 물어도 모자랄 벤그비르를 내각에 남겨두려 해 비난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쟁 이후 총리직 유지를 위해 극우 정당과 연정이 여전히 필요해서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와중에도 ‘다음 자리’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수천 명의 무고한 사상자를 발생시킨 이번 전쟁의 일차적 가해자는 테러 집단 하마스다. 이런 야만스러운 적이 총구를 겨눈 나라의 지도자가 국민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방탄’에 집착할 때 국가는 더 큰 위험에 내몰린다. 지난 4년간 네타냐후의 행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