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예정 노선. 하부정류장, 상부정류장과 로프웨이 구간 모두 양양군에 속한다. 바다와 외설악 절경을 조망할 수 없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행정 절차가 얼마 전 마무리됐다.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관광단지에서 출발해 3.3㎞ 떨어진 설악산 끝청 아래(해발 1430m)까지 닿는 ‘오색 케이블카’를 내년 착공해 후년 연말 완공한다는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양양군·속초시가 1982년 처음 시도해 41년 만에 성사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나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설악산은 국립(國立)공원 아닌가. 말 그대로 중앙정부가 국민 전체의 의사와 이익을 반영해 관리, 보전, 활용할 책무를 갖는다. 그러나 마치 군립(郡立)공원인 것처럼 케이블카가 추진되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하부 정류장이 들어설 곳의 지번(地番)은 ‘양양군 오색리 466번지’, 상부 정류장은 ‘오색리 산1번지’이다. 시설 전체가 ‘양양군 오색리’에 속한다. 총 1172억원이 드는데 양양군이 948억원, 강원도가 224억원을 부담한다고 한다. 양양군 한 해 예산의 거의 20%를 쓰게 된다. 국립공원 내 시설인데 국가 예산은 하나도 없이 거의 군청 예산으로 짓게 된다. 운영도 군(郡)이 맡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정상인가 하는 것이다.

설악산은 강원도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의 네 곳 지자체에 걸쳐 있다. 네 시군은 오래 전부터 각기 케이블카 노선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2010년 국립공원 케이블카 길이 규제를 2㎞에서 5㎞로 완화한 다음, 어느 시점부터인가 설악산 케이블카는 ‘양양군의 오색 케이블카’로 단일화됐다. 속초, 인제, 고성은 손을 뗐다. 그 정확한 배경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2012년 9월 지역신문이 보도한 시장·군수 토론회 기사에서 당시 양양군수가 “속초, 고성, 인제가 협약서까지 제출하면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지원했다”고 발언한 것을 찾을 수 있었다. 4개 지자체가 모종의 협상을 통해 합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각자 고집할 경우 시간만 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전직 환경부 장관과 현직 국립공원관리공단 고위직에게 물었더니 같은 의심을 품고 있었다.

2015년 8월 ‘설악산 케이블카, 놓으려면 바다 보이는 곳에’라는 칼럼을 썼다. 오색 케이블카의 로프웨이 구간과 끝청 부근 상부 정류장에선 동해 바다가 거의 보이지 않는 위치라서 적절치 않다는 취지였다. 끄트머리에서 간신히 바다가 시야에 잡히는 정도이고, 대청봉에 막혀 공룡능선과 천불동계곡의 숨 막히는 경관도 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생태 파괴 논란을 무릅쓰고 기왕 만들기로 한 것이면 세계적인 명품(名品) 케이블카를 조성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동해 바다와 외설악 경관을 끌어안는 노선이라야 했다. 그 칼럼 이후 상부 정류장 위치가 약간 조정됐다고는 하지만 큰 의미가 없다. 관광객들은 설악산의 얼굴 쪽을 보고 싶어하는데 시설은 등판에다 붙인 셈이다.

그동안의 오색 케이블카 반대 논리의 핵심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이용객들이 대거 대청봉(1708m) 일대를 누비고 다니면 그 답압(踏壓)으로 설악의 예민한 고산 생태계가 엉망이 될 것이란 점이었다. 양양군은 상부 정류장에서 대청봉으로 연계되는 탐방로를 막겠다고 하지만 덕유산이나 두륜산 케이블카 전례를 봐도 그 약속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경관에서 약점을 갖고 있어 케이블카를 두 번 타려 들겠느냐”고 했다. 케이블카 운영이 적자에 허덕이게 되면 이용객 유치를 위해 대청봉 탐방로 쪽을 개방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립등산학교 교장과 월간산 편집장을 지낸 산악인 안중국씨는 지난 4월 주간조선 기고에서 바다 쪽 경관을 품으면서 연계 등반을 방지할 수 있는 두 개 대안(代案) 노선을 제시했다. 하나는 속초 시내 쪽에서 울산바위(780m) 정상까지의 노선이고, 다른 하나는 양양군 회룡리 개활지에서 송암산(767m)을 거쳐 화채봉(1328m)까지 잇는 노선이다. 울산바위와 화채봉은 설악산 외곽에 우뚝 솟은 지형이라 외설악 절경과 동해 바다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다. 울산바위와 화채봉 정상에선 대청봉 등 설악산 본체로 직접 연결되지 않아 케이블카 이용객들이 연계 등산의 엄두를 내기 힘들다. 따라서 환경단체의 반대도 훨씬 덜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왜 애당초 이런 대안 노선을 강구하는 논의 자체가 없었을까. 개발 논리와 보전 논리가 부딪쳐 어느 쪽도 물러서려 하지 않을 경우, 양극단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 보전도 하면서 개발의 이익도 취하는 대안을 강구했어야 하는데 그런 시도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국가를 대표하는 명산(名山) 국립공원의 케이블카를 군 단위 지자체가 지역 입장만 고려해 지역 재정만 갖고 건설하게 방치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