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미문화원 방화 사건 3개월 전인 1981년 12월, 운동권 선배 김현장이 신학과 대학생 문부식에게 말한다. “(1980년 12월) 광주 미문화원 방화는 실화(失火)로 처리되어 국내외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너희들이 거사를 하여 촬영 필름을 갖다주면 외신 기자에게 전달하겠다.”
1982년 3월 18일 목요일 오후 1시, 일당은 휘발유 4통을 뿌리고 불을 질렀다. 유학 준비차 문화원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동아대 장덕술씨가 숨졌다. 그들이 뿌린 유인물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미국과 일본은 더 이상 한국을 속국으로 만들지 말고 이 땅에서 물러나라.” ‘반미 투쟁’ 사진 한 장을 위해 스물두 살 대학생이 타 죽은 것이다. ‘광주 학살 배후는 미국’이란 음모론은 그렇게 운동권의 구호가 됐고, ‘미제 타도’는 지금도 시위 현장에, 좌파 지식인 입 속에 살아있다. 문학평론가 임헌영 같은 이는 “우리는 아직까지 준식민지 상태”라고 주장한다.
라오스 북부에 루앙프라방이라는 멋진 도시가 있다. 몇 년 전까지는 수도 비엔티안에서 야간 버스로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요즘은 쾌속 열차로 약 두 시간 걸린다. 지난 2021년 개설한 중국 쿤밍(昆明)-비엔티안 고속철도 덕이다. 총공사비 8조원 중 70%를 중국이 대고, 빈국인 라오스가 약 2조원을 중국에서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빚이 늘면서 라오스는 ‘국가 부도로 가는 급행 열차’를 탔다고 손가락질받는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선발로 참여했던 스리랑카는 중국 은행에서 빌린 채무를 감당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고, 남부 함반토타 항구 99년 운영권을 중국 측에 넘겼다. 사실상 영토로 대납한 것이다. 비슷한 꼴을 당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가 속출한다. 지난 20년간 중국이 개도국에 뿌린 유·무상 원조가 1500조쯤인데, 그중 10년 미만 상환에 국제 원조로는 매우 높은 금리 4% 빚이 높은 비율로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런 데이터도 모두 기밀로 처리한다.
2차대전 후 미국은 주로 무상 혹은 저금리 원조를 했지만, 중국은 ‘고금리 담보 대출’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국제 고리대금업이라 비난받는다. 신체 포기 각서를 요구하는 사채업자 같다. 21세기에도 제국주의가 존재한다면, 중국의 ‘채권추심 제국주의’일 것이다.
‘간악한 미제(美帝·미 제국주의)는 문화라는 외피를 입었다’는 말을 20대부터 들어왔다. 중국은 그런 건 안 한다. 더한 짓을 한다. 최근 국정원은 중국 업체가 한국 뉴스 사이트로 위장해 활동해왔다며 38개 사이트를 발표했다. 일대일로 찬양, 우리 정부 외교 정책 비난 뉴스가 쓰여있었다. 중국은 이미 한국에 ‘가짜 뉴스’를 퍼뜨릴 디지털 인프라와 무도함을 갖췄다. 자국에서는 페이스북을 금지하고 마약 사범은 사형시키는 중국이 다른 나라의 마약과 가짜 뉴스 시장에서는 맹활약 중이다. 땅을 뺏고, 돈을 뺏고, 사람을 조종하고, 이게 제국주의가 아니면 뭐가 제국주의인가.
좌파도 모르지 않는다. 모른 척할 뿐이다. 운동권 지주(地主) 세력이 지금처럼 우대받고 특혜를 누리려면 대한민국은 미제의 앞잡이나 식민지여야 한다. ‘가상의 식민지 조선민국’이 존재해야 운동권이 계속 빨대를 꽂고 먹고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이 일본보다 잘산다. 이런 식민지가 어딨나” 반박하면 이렇게 답한다. “정신적으로 식민지나 다름없다.” 아직도 시위 현장에서 ‘미군 철수’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면 20세기 초 발매된 ‘반제(反帝) 투쟁’ 운동권 부적은 썩지도 않는다.
그렇게 ‘운동권 정년 연장의 꿈’을 위해 오늘도 후배 세대들은 ‘반미, 반일’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 전직 의원 최강욱씨 표현을 빌어, ‘설치는 암컷’이 생각하기에 이거 말곤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