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원회·개인정보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에 구매했다는 일본제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들고 김홍일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게 '이 대표 법카 의혹'을 질의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어린 시절 가난을 대표 브랜드처럼 내세웠다. 경기도 지사 때 찍은 떡볶이 먹방에서 “맹물에 소금 간을 맞춘 국물에 끓인 수제비를 자주 먹었는데 너무 맛이 없었다”면서 “수제비를 보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했다.

이 방송을 마산에서 찍은 2021년 6월 17일은 경기도 이천 쿠팡 화재가 발생한 날이었다. 당초 1박 2일이었던 출장이 당일로 단축되면서 경기도청 의전팀은 비상이 걸렸다. 이 지사의 6월 18일 아침 식사를 긴급 주문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1년 365일 아침에 샌드위치 2개, 닭가슴살 샐러드, 컵 과일 2개로 구성된 ‘모닝 샌드위치 3종 세트’만 먹었다. 당뇨인 이 지사는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야채를 두 배로 늘리는 대신 가격을 올린 ‘이재명표 샌드위치’를 도청 10분 거리 카페에서 전날 사전 주문하는 방식으로 조달했다.

3종 세트 가격이 3만원. 한 달 치 비용이 90만원이어야 하는데 실제는 150만원가량이 들었다. 이 지사가 아침 식사를 수내동 자택, 도청 관사인 굿모닝 하우스, 또는 지방 출장을 떠나는 교통편 어디서 할지 모르기 때문에 복수로 주문하는 일이 잦았다. 이 지사는 눅눅해진 샌드위치를 극도로 싫어해서 남은 분량은 폐기 처분됐다. 결과적으로 하루 평균 5만원이었던 아침 식사는 호텔 조식 뷔페와 값이 맞먹었다. 공무와 상관없는 혼밥 비용이 모두 도청 예산에서 지불됐다.

이달 초 발간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법카’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재명 지사 부부가 경기도 법인 카드로 사적 비용을 결제했으며, 도청 공무원들을 개인 심부름에 동원했다고 폭로한 7급 공무원 조명현씨가 쓴 책이다. 경기도 의전팀은 ‘이 지사 담당 팀’과 ‘김혜경 사모님 담당 팀’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조씨와 조씨를 지휘한 5급 공무원 배소현씨는 ‘사모님 팀’이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장 배우자를 공무원이 수행하거나 의전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모님 팀의 운영부터가 불법인 셈이다. 사모님 팀은 이 지사 부부의 가사 도우미나 마찬가지였다. 조씨의 하루 일정은 굿모닝 하우스 2층 화장실에서 시작됐다. 이 지사가 벗어 놓은 속옷과 양말을 세탁기에 돌리고 와이셔츠는 세탁소에 맡겼다. 일제 쿠오레 샴푸, 에르메스 로션, 왁스, 면도기 등이 제자리에 있는지, 분량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채워 넣는다.

쿠오레 샴푸는 서울 청담동 소재 이 지사 단골 미용실이 추천한 것으로 500ml 기준 8만원이었다. 올해 1월 생필품 가격 급등 기사에서 유명 대기업 샴푸 값이 1만1900원이었는데 그 7배 가격이다. 이 지사가 그 샴푸로 머리 감을 때 민주당은 유니클로 같은 저가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더구나 단골 미용실이면 한 달에 한 번씩은 들렀을 텐데 경기도 광주에 사는 조씨가 휴일에 30km 떨어진 청담동까지 가서 대신 구입하곤 했다. 이 지사 자신이 샴푸를 직접 사 들고 나오는 것은 모양이 빠진다고 여겼거나 개인 돈으로 샴푸 값을 지불하기 아까웠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남다른 특권 의식이긴 마찬가지다.

샴푸, 로션을 비롯해서 이 지사 부부가 쓰는 고급 일상 용품은 법인 카드 결제가 불가능했다. 조씨가 개인 카드로 쓴 뒤 비서실에 청구하면 경기도 공무원 출장 경비 중 갹출해서 모아 둔 돈으로 처리해 줬다. 사기업의 비자금 조성 수법과 똑같다.

김창균 논설주간

이재명 지사는 주말 휴일도 ‘굿모닝 하우스’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아내 김씨도 동행하곤 했다. 이런 날은 의전 팀도 당연히 출근해야 한다. 오전 10시 반에 음식을 주문하고 지하 주방에서 밥그릇, 국그릇, 접시에 옮겨 담아 지사 부부가 있는 2층으로 옮긴다. 30, 40분 후에 올라가 밥상을 치우고 저녁 시간이 되면 같은 일을 반복한다. 이 업무를 ‘굿모닝 하우스 휴일 수라상 의전’이라고 불렀다. 이 지사 부부는 도청 의전 팀 공무원을 주 7일 168시간 동안 자기 소유 노비처럼 부렸다. 그랬던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를 69시간까지 탄력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반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대선 주자급으로 급부상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한 사이다 발언 덕분이었다. “정치인은 국민을 모시는 머슴인데 자신들이 주인인 줄 착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쩌면 이렇게 말과 행동이 완벽하게 따로 놀 수 있을까. 그것이 대한민국 좌파의 첫째 덕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