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한반도와 주한 미군 임무에 미칠 영향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은 워싱턴의 한미연구소(ICAS) 주최 화상 심포지엄에서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대만 침공에 대비해 한국군 지도부와 한국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시다시피 사령관이나 지도자들은 그 어떤 것과 관련해서도 비상 계획을 세운다”며 이런 취지로 답변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대만 유사시 대응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 “2027년까지 대만 공격 준비 끝내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수년 내 대만을 침공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오는 2027년쯤까지 중국이 대만을 무력 통일, 즉 무력 침공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2027년이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4기가 시작되는 해이고, 악화되고 있는 경제 등 중국 내부 문제가 시진핑 주석으로 하여금 최악 시나리오를 선택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 번스 미 CIA 국장은 지난 10월 “시진핑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끝내라는 지시를 군에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더 커졌으며 시기는 2027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군사력에서 미국이 아직까지 중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중국이 군사력 증강 속도, 특히 해군력과 미사일 전력 등에서 미국을 급속도로 위협하고 있고, 유사시 피해를 극복하는 ‘회복 탄력성’에서 미국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게 된 상황을 우려한다. 김지용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분석에 따르면 1945년 24곳에 달했던 미 조선소는 지난 11월 현재 5곳으로 줄었고, 이 가운데 대형 전투함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단 2곳에 불과하다. 2차 세계대전 직후 6700여 척에 달했던 미 전투함은 50년 만인 2000년에 20분의 1 수준인 318척으로 줄어들었고, 2005년에는 300척 미만 수준이 돼 지금까지도 300척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함정 수에서 미국은 지난 2015년 이후 중국에 추월당했고, 2030년이 되면 중국이 135척 정도 우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35척은 세계 해군력에서 5~6위 수준인 한국 해군의 전투함 전체 숫자를 능가하는 수치다.
◇주한 미군 두 전투비행대 대만 투입?
실제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주한 미군을 비롯, 우리나라도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주한 미군 U-2 정찰기가 지난 2020년 이후 여러 차례 대만해협에 출동해 중국군 훈련 등을 감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주한 미 지상군 차출은 어렵겠지만 F16 전투기 등 공군력을 대만 유사시 투입할 가능성은 크다고 지적한다. 지난 1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개한 중국의 대만 침공 워게임 보고서에도 주한 미 공군의 네 전투비행대 중 두 비행대가 오키나와로 이동 배치된 뒤 대만 전선에 투입되는 시나리오가 포함됐다.
공군 등 주한 미군이 대만 사태에 투입되고 미국이 지원을 요청하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함께 중국의 대만 침공도 동시에 벌어질 경우 우리 대응은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 전력(戰力) 분산을 위해 북한의 도발을 ‘사주’, 국지전 등 고강도 도발로 사실상 ‘네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는 최악 상황에도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두 전쟁 지원도 벅차기 때문에 ‘서너 전쟁’ 동시 발생 시 미군의 한반도 대규모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9월 미 CNN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요청 시 대만 방어를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만약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북한 역시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경우 대한민국에서는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중국 북해함대 견제 역할 가능
하지만 이와 관련해 한·미가 협의 중인 사안이나 우리 정부·군의 대응 방침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직까지 없다. 마침 지난달 세종연구소에선 ‘중국의 대만 침공과 한반도 핵전쟁 가능성 대비’ 등을 주제로 한·미·일 전문가들이 참석한 국제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미·중 간 대만해협 전쟁이 벌어질 경우 지난 1월 미 CSIS 보고서가 밝힌 것처럼 미국이 승리하더라도 많은 희생이 발생하는 ‘피로스의 승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과정에서 북한이 공세적으로 준동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치시다 나루시게 일본 정책연구대학원 부총장은 대만 사태 발생 시 미국이 한국에 요청할 수 있는 분야로 비전투원 후송 작전, F-16·F-35 등 미 전투기들의 재급유와 유지 보수를 위한 후방 지원, 정보 감시 정찰(ISR) 지원 등을 제시했다.
우리가 대만해협으로 이동하는 중국 산둥반도 칭다오의 북해 함대를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지용 해사 교수는 “한국 해군이 남쪽으로 항행하는 북해 함대와 나란히 제주도 해역까지 이동하면서 북해 함대의 동향과 규모, 전시 태세 등을 미국 및 우방국에 전송하면 북해 함대의 기습 효과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책 연구 기관의 한 전문가는 “대만 사태 시 주한 미군 개입 및 미국의 지원 요청 대응 문제가 껄끄러운 사안이라고 애써 외면할 것이 아니라 서둘러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우리 방침을 정하고 미국과 사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만 무력통일하는 3가지 상황]
다양한 中 대만 침공 시나리오
중국은 지난 2005년 ‘반국가분열법’에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는 세 가지 상황을 법률로 규정했다.
첫째 ‘대만 독립’ 세력이 어떠한 방식이나 명목으로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 하거나, 둘째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셋째 평화통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질 경우 등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즉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전문가인 조현규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의 분석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은 지난 2021년 전문가 인터뷰와 관련 보고서 등을 토대로 대만 침공 6단계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1단계는 중국이 대만 주변 영공·영해를 침범하는 등의 ‘회색 지대’ 전략, 2단계는 중국 본토에서 가까운 대만 마주다오(馬祖島), 진먼다오(金門島)를 점령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3단계는 대만에 대한 부분적 봉쇄, 4단계는 대만 완전 봉쇄다. 5단계는 대만 주요 전략 및 기반 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 마지막 6단계는 대규모 상륙작전 및 공수부대 투입이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미사일로 대만 레이더 기지 및 지휘소 등을 파괴하는 것부터 상륙작전에 이르는 4단계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중국은 합동 화력 작전, 합동 봉쇄 작전, 합동 공격 작전(상륙작전) 등 3단계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면적 무력 침공은 중국으로서도 손실과 위험이 큰 만큼 전면전 대신 함정과 군용기, 미사일 등을 동원해 대만 항구와 영공을 전면 봉쇄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