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3석, 비례(더불어시민당) 17석을 합쳐 180석을 얻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구 84석, 비례(미래한국당) 19석 등 103석에 그쳤다. 그러나 2년 후 2022년 대선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누르고 정권을 교체했다. 다시 2년이 지나서 치르는 내년 총선 결과는 어떻게 될까. 민주당이 지금처럼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경우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 3년은 식물 상태가 될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이 승리할 경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은 탄력을 받고, 지지부진했던 연금·노동·교육 개혁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국민의힘, 지난 대선이 총선이라면 지역구만 138석

국민의힘은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궤멸하다시피 패배했다. 하지만 2년 만에 치른 대통령 선거에선 윤석열 후보가 48.5%를 득표해 민주당 이재명 후보(47.8%)를 0.7%포인트 차로 이겼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지난 대선 때와 똑같은 선택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서울대 한규섭 교수가 대선 당시의 읍·면·동별 선거 결과를 취합해 현재 국회의원 지역구별로 다시 집계한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은 전국 지역구 253곳 중 138곳에서 민주당에 앞섰다. 만약 차기 국민의힘 총선 출마자들이 지역구별로 대선 때 윤 대통령이 얻은 표를 그대로 얻는다면 지역구에서만 138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4년 전보다 무려 54석을 더 얻게 된다. 그럴 경우 비례대표가 지난 총선 때 정도의 정당 득표만 해도 19석을 합해 절반을 넘는 157석을 확보하게 된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때 전체 121석 중 17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22년 대선 득표를 대입하면 서울 49석 중 27석을 얻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때 서울에서 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총선에서 59석 중 7석을 얻은 경기도에서도 대선 결과대로라면 13곳까지 차지할 수 있다. 11곳 중 2곳만 이긴 인천도 5석을 확보하는 등 수도권 121석 중 45석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국민의힘의 상승세는 대선 이후 석 달 만에 치른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절정을 이뤘다. 17개 시·도지사 선거 중 12곳을 이겼다. 당시 시·도지사의 읍·면·동별 득표 결과를 국회의원 지역구에 대입해보면 국민의힘은 253개 지역구 중 무려 181곳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한 교수는 분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49개 선거구 모두에서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이때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도 정점을 찍었다. 서울 55%, 인천·경기 52% 안팎으로 대선 득표율보다 지지율이 더 올랐다. 호남에서도 20%가 넘는 결과가 나왔다. 정권 교체 효과에 지방 선거 여파로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2022년 7~8월 ‘이준석 사태’ 이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동반 하락세로 반전됐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한때 20%대까지 떨어졌다.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지난 대선 수준에 이르지는 못한 상황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로 본 민심은 2020년 총선과 비슷

2022년 지방선거 이후에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서 여야의 득표력을 정확히 따질 길은 없다. 다만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지방선거 이후의 민심 변화를 부분적으로나마 가늠해볼 수 있다.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51.3%를 얻어 민주당 후보를 2.6%포인트 차로 누르고 구청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1년 4개월 만에 치른 보궐선거에서는 39.3%를 얻는 데 그쳐 56.5%를 얻은 민주당 후보에게 17.2%포인트 차로 크게 패했다. 이 지역에서 이 정도 표 차는 2020년 총선 때와 비슷한 결과다. 당시 강서구 갑·을·병 국회의원 선거를 모두 민주당이 이겼는데, 표 차는 각각 17.5%p, 13.8%p, 23.4%p였다. 다음 총선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같은 양상으로 치러진다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처럼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당 견제론 대 지원론 비슷, 반전 여지 있어

지난 대선 출구 조사에서 정권 연장론은 35%로 교체론(48.7%)에 크게 못 미쳤다. 그 결과대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하지만 12월 3주 차 NBS 조사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정부 여당을 지원해야 한다(43%)와 견제해야 한다(45%)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으로서는 반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 어디에서 지지율을 만회해야 할까. 한때 국민의힘을 지지했으나 지금은 돌아선 사람들이 1차 공략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이들이 되돌아올 수 있도록 공약을 만들고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 반면 민주당은 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거나 국민의힘으로 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33%, 부정 평가는 59%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득표율(48.5%)에 비하면 15%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이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가장 많이 떨어져 나갔다. 지난 대선 출구 조사에서 20대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45.5%, 30대는 48.1%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달 들어 두 차례 NBS 조사에서 20대는 18~25%, 30대는 18~20%대를 기록 중이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은 20~30대의 절반 이상이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40대는 지난 대선 때나 지금이나 윤 대통령을 가장 지지하지 않았고, 60대 이상은 여전히 윤 대통령 지지세가 강하다.

지역별로는 전국에서 고루 지지율이 떨어진 가운데, 15%포인트 이상(NBS 12월 3주 차 조사 기준) 떨어진 곳은 서울, 충청,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선거는 각 지역구에서 1표만 많아도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이기 때문에 대구·경북은 의석수에 큰 변동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세대별로는 20~30대, 지역별로는 서울과 충청, PK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승부는 수도권 ‘스윙 지역구’에서 갈릴 것

한규섭 교수

한규섭 교수는 지난 총선은 민주당이 이겼지만 대선에서는 윤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차기 총선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우위였으나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앞선 지역구는 강동갑·을, 강서을, 광진갑·을, 노원갑, 동대문갑·을, 동작갑·을, 마포갑, 서대문갑, 송파병, 양천갑, 영등포갑·을, 종로, 중성동갑·을 등 총 19곳이라고 했다.

경기도에서는 성남 분당을, 수원병·정, 안양 동안구을, 용인병·정, 의왕·과천, 하남이 여기 해당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수원에 방문규 산업부 장관, 이수정 교수 등을 투입해 일전을 벼르고 있는데, 지난 대선 때처럼만 된다면 수원 5곳 중 2곳은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에선 동구미추홀갑·을, 연수갑 등이 지난 총선과 대선 결과가 달랐던 곳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 낙폭이 컸던 충청 지역의 스윙 지역구도 주목 대상이다. 21대 총선에서 대전·세종·충북·충남 28개 지역구 중 국민의힘이 이긴 곳은 8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선을 기준으로 보면 국민의힘 우세가 21곳으로 올라간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이동한 곳은 논산·계룡·금산, 당진, 대전 대덕, 대전 동구, 대전 서갑·을, 대전 유성갑, 청주 상당, 청주 서원, 청주 흥덕 등이었다.

한 교수는 “현재로서는 지난 21대 총선과 20대 대선 사이 어디에선가 내년 총선 결과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스윙 지역구의 승패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 공천 과정에서 보여주는 낮은 자세, 공천받은 후보자의 경쟁력, 지역구를 위한 주요 정책 제안 같은 요인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