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많은 신년 여론조사는 공통적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에 밝지만은 않은 총선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정당 지지도는 대체로 여야가 비슷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에서 고착돼 있고, 이번 총선에서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견해보다 크게 높다. 무엇보다 이대로라면 59석이나 되는 경기도 거의 전 지역을 민주당이 또 한 번 석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가 많은 화제 속에 출범한 직후 실시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단기간이라도 지지율 상승 효과가 나타나는데 국민의힘 지지세는 별로 움직이지 않았다. 특이한 것은 이런 가운데에도 한동훈 개인에 대한 지지는 대폭 상승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한 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호각세를 이뤘으며 어느 조사에선 첫 역전으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불과 얼마 전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가장 약한 것으로 꼽히는 20~30대 여성층도 44%가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 총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했다. 20~30대 여성층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반감이 심하다. 그런 계층에서도 한 위원장에 대한 긍정 평가가 높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결국 한 위원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긍정 평가는 높지만 이것이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선거의 주연은 한 위원장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한 위원장도 보지만 그 뒤에 있는 윤 대통령을 보고 있다. 주연에 대한 지지가 낮은데 조연인 한 위원장 인기가 아무리 좋아도 영화가 흥행하기는 어렵다.

선거에선 여가 이길 수도 있고 야가 이길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국민의 선택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이 하는 브레이크 없는 정략적 입법 폭주와 국가 개혁 봉쇄 만은 끝나야 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생 고령화, 노동·규제·교육·연금·공공 개혁 지체 등 사회 모든 분야가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불행히도 민주당은 개혁을 가로막아야 기득권을 지킬 수 있는 세력과 연합을 이루고 있다. 민주당이 또 한 번 지금처럼 국회를 완전히 장악하면 박근혜 탄핵 사태 이후 다음 총선까지 10년 이상을 나라가 개혁 불능과 마비에 빠지게 된다. 몇 달 만에 다른 세상이 되는 지금의 세계에서 이런 나라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민주당의 국회 재석권은 민주당에도 이롭지 않다.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잃은 것은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오만한 행태가 곳곳에서 불거진 때문이었다. 이번에 다시 압승하면 다음 대선에서 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민주당의 국회 완전 장악은 우리나라와 여야 모두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총선의 주연인 윤 대통령의 선택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윤 대통령 앞에는 총선으로 가는 신작로가 뚫려 있다. ‘지금의 민주당’은 지지자들에게도 흔쾌한 응원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달라지면 상황이 바뀔 여지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총선으로 가는 신작로엔 김건희 여사 문제라는 관문이 있다. 그 문만 열면 넓은 신작로가 펼쳐진다.

그 신작로 옆에는 작은 샛길도 있다. 좁고 구불구불하고 기복 심한 샛길도 총선으로 갈 수는 있다고 하지만 중간에 좌초할 가능성이 더 높은 길이다. 어쩌면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 해결 없이 이 샛길로 가도 총선에 이를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도 모른다. 최근 윤 대통령이 자신이 마주한 문제의 본질은 놔둔 채 연일 포퓰리즘 정책을 던지는 것도 그런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은 신작로를 놔두고 굳이 샛길로 가는 행위 자체에 대한 평가를 내릴 것이다. 그때는 함께 샛길을 갈 수밖에 없는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노조 폭력에 원칙 대응했을 때 높은 지지를 받았다. 홍범도 동상 이전 등 이념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김 여사 사건이 불거졌을 때는 지지 하락을 겪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된 문제들에 대한 설명과 대응책이 전혀 나오지 않으니 국정 수행 지지도가 30%대를 맴도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1년이 넘도록 어떤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있다. 세계 민주 국가에서 유례가 없을 것이다. 신년 회견조차 하지 않았는데 올해도 할지 안 할지 모른다고 한다. 안 한다면 할 말이 없고, 한다면 상황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신년 회견에서 사람들이 윤 대통령에게서 받고 싶은 사과를 받고, 듣고 싶은 대책을 들으면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지지율 30%대의 대통령이 총선의 주연으로 끝까지 나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