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KT&G 사장 선임에 정권이 개입하려 했다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문재인 정권 2년 차였다. 큰 이슈가 되리라 생각하고 한 일이 아니었다. 민영화되었다지만 기업은행 등 공공 기관이 KT&G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사장 선임에 정권이 개입한 것 자체는 불법이라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시도만 했을 뿐, 성공한 일도 아니지 않았나.

그럼에도 당시 필자가 그 문제를 제기한 것은, 낙하산 인사를 목적으로 민간 기업 사장 선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이 잘못 운영되고 있다면 정부가 주주권을 행사하여 개입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 권력을 위해 음지에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권력 사유화다.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정권을 ‘적폐’라고 비판하면서 탄생했음에도, 이런 권력 사유화가 반복되었기에 많은 공무원은 그저 선거에서 승리한 집단이 바뀌었을 뿐이라 했다. 실제 지난 정권은 ‘적폐’를 청산한다고 하면서 새로운 ‘적폐’를 만들어 나가지 않았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나 산업부 월성 원전 감사 방해 사건처럼 말이다. 민간 기업인 KT&G 사장 선임에 정권이 개입하려 했던 시도 역시 불법은 아니더라도, 부당한 시도라 생각했다. 그래서 비판했다.

“과거 행동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많은 사람이 물어봤다. 공무원을 그만둔 것이나 정권에 대해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방식에 대해서는 후회스럽다. 도망치듯 비판을 끝내지 않고 더 성숙한 방식으로 마무리했다면, 더 많은 공무원이 잘못된 지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말이다.

때로는 필자의 행동이 더 나쁜 사회적 결과를 초래한 것 같아 슬퍼지기도 했다. 연임된 KT&G 사장은 정부 감시에서 벗어나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했다고 비판받는다. 사외이사 초호화 해외 출장이나 쪼개기 후원 등도 문제 되었다. 모 언론사 기자는 이렇게 KT&G가 통제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필자의 비판이 일조했다고 했다. 정부 개입을 억제시킨 결과라고 말이다. 정말 그랬다면 필자의 행동은 사회를 나쁜 방향으로 유도한 것이리다.

대안까지 논의해야 했다는 자책도 한다. 적자 국채 발행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이 불합리했다고 말했을 때, 몇몇 권력자를 비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더 합리적인 의사 결정 관행이 정착되기를 희망했다. KT&G는 ‘주인 없는 기업’들이 주주권을 갖춘 국민들의 이익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방안을 논의하고 싶었다. 민간이 중심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국민연금 등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반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비판에 그쳐, 아무것도 개선된 것은 없었다.

뚜렷한 뜻을 가지고 정권을 비판한 것이 아니다 보니 많은 부분이 서툴렀다. 그저 잘못되어 보이는 것을 잘못되었다 말하고 싶었고, 그런 비판이 수용되면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였다. 그렇기에 비판이 수용되지 못하고 생각지 못한 파장을 불러왔을 때 감당할 수 없었다.

5년 사이 정권이 바뀌었다. 지금은 어떨까. 이번 정권은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했을 때 그 비판을 받아들여 변화할 수 있을까. 국정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외치는 공무원이 있다면, 대안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그 대답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더 낫게 바꿀 수 있을까?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정권이 그런 식으로 비판에 열려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그런 풍토가 ‘공정과 상식’에 걸맞은 사회 문화라 생각하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