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억세게 운이 좋다. 그토록 수많은 스캔들, 온갖 법적·도덕적 논란에 휘말렸어도 매번 궁지를 빠져나와 의회 권력의 정점까지 올랐으니 보통 운은 아니다. 이 대표의 상황 타개 능력은 가히 ‘미션 임파서블’ 급이다. 도저히 빠져나갈 곳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는 놀라운 괴력을 과시하곤 했다.
정치 입문 후 그에겐 대략 5번의 정치적 사망 위기가 찾아왔다. 첫 번째가 ‘형수 욕설’이다. 2014년 공개된 욕설 녹음 파일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남을 폭탄급 악재였으나 그는 “불행한 가족사”로 해명하며 궁지를 넘겼다. 두 번째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 ‘허위사실 공표’ 논란이다. TV 토론회에서 “형을 강제 입원 시키려 한 적 없다”는 취지의 거짓 발언을 해 2심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히는 바람에 죽다 살아났다. 당시 대법원 선고엔 대장동 주범 김만배와 연결된 권순일 대법관이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세 번째는 대장동 사건이다. 이 대표가 업자들에게 수천억원 부당이익을 안겨 주었다는 혐의가 2021년 대선 경선 때 제기됐다. ‘단군 이래 최대 비리’라는 의혹은 초대형 쓰나미로 비화됐지만 이 대표는 민주당 경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둬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네 번째는 이 대표 부부가 초밥·한우며 명절 선물, 일제 샴푸까지 경기도 법인카드로 긁은 사실이 비서 제보로 드러난 ‘법카 사건’이다. 대중 분노에 불 지른 민감한 이슈였지만 이 대표는 이번에도 살아남아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
작년 9월 당내 반란 표로 체포동의안이 덜컥 가결되면서 다섯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구속 영장이 발부된다면 정치 인생이 끝장 날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영장 판사는 “위증 교사 혐의는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하면서도 영장 기각 결정을 내려 주었다. 이 대표로선 지옥 문턱까지 갔다 온 셈이었는데, 그는 이를 비명(非明) 제거의 기회로 반전시켜 민주당을 완벽한 ‘이재명당’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여권이 잇단 실책과 자살골로 도와주면서 총선 압승의 날개까지 달게 됐다.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며 정치 체급을 높여온 이 대표에겐 이제 마지막 목표만 남았다. 대통령이 되는 일이다. 현재 정치 지형에서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 이 대표임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 그는 거대 야당의 지배 주주이자 정치권 최강의 ‘개딸’ 팬덤을 보유했다. 윤석열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될수록 정국 주도권은 의회 권력을 쥔 이 대표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총선이 여당 참패로 끝난 순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그런데 그에겐 지금까지 어떤 고비보다 난도 높은 최종 관문이 남아 있다. 사법 리스크다. 현재 이 대표는 ①대장동·백현동 등 병합 사건 ②공직 선거법 위반 ③위증 교사 혐의로 3개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되는 유죄 확정 판결을 받는다면 그는 3년 뒤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법률적 관문을 뚫느냐에 이 대표의 대권 도전이 달린 상황이다.
3개 재판 중 ②선거법 위반과 ③위증 교사 사건은 몇 달 내 1심 선고가 나오고 3년 안에 대법원 판결까지 끝날 가능성이 높다. 법리가 간단하고 관련 증거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선거법 사건의 경우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고 말한 것 등이 거짓말이라는 증언들이 있고, 위증 교사도 그가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녹음 파일 물증이 확보돼 있다. 이 대표가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구조다.
재판이 불리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펼칠 대응책은 뻔하다. 선고를 늦추는 지연 전술이다. 175명의 소속 의원들을 방탄 부대로 앞세워 재판부를 압박하면서 대선 전까지 최종 판결이 못 나오게 재판을 질질 끌려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끌어도 3년 내내 대법원 선고를 막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대선을 앞당기는 방법을 고려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중도 퇴진시켜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확정되기 전에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야권이 벌써부터 탄핵이니 개헌 얘기를 띄우는 것은 조기 대선을 위한 밑밥 깔기 목적이라 봐야 한다. 이 대표로선 ‘박근혜 모델’, 즉 촛불·탄핵 정국을 일으켜 여론의 힘으로 하야시키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난도 최상급인 이 전략이 성공하느냐는 결국 윤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윤 정권이 지금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국정 운영을 고수하며 국민 지지를 떨어트리는 것은 이 대표의 대권 플랜을 도와주는 일이다. 계속되는 헛발질로 민심 이반을 자초하고 지지층마저 등 돌리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7개 사건, 10개 혐의로 3개 재판을 받는 이 대표의 마지막 ‘미션 임파서블’이 성공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