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은 배신자 낙인

민주당은 변절자 올가미

국민 분열로 먹고사는

그들이 바로 배신자

홍준표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뉴스1

총선 직후 여당에서 ‘배신’이라는 의미심장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홍준표 시장은 한동훈에게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고 했다. 홍 시장이 윤 대통령과 만찬을 한 며칠 뒤 나온 말이니 둘 사이 교감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동훈은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했다. 홍 시장에 대한 반박처럼 들렸는데 갑자기 용산에서 한동훈이 윤 대통령 회동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말이 칼이 되고 칼이 말로 돌아왔다. 봉건시대의 배신이란 단어가 21세기 정치에서 탁구공처럼 튀었다.

아직도 유승민은 배신의 천형을 지고 산다. 경북고를 나온 친박이었던 그를 주변인으로 몰아낸 단어가 배신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6월, 당시 원내대표였던 그가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보장하는 법을 처리하자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며 추방령을 내렸다. 이후 벌어진 일들은 진박 감별사 등장과 총선 패배, 그리고 탄핵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권 일부에선 유승민 등판을 주장했지만, 배신의 굴레는 윤석열 정부까지 이어졌다. 이준석에 대한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텔레그램은 친윤 별동대 활개와 대선 연합 해체로 이어졌다.

보수 정당은 3당 합당, 운동권 수혈, 세대교체를 통해 끊임없이 위기를 극복해 왔다. 누구는 플러스 정치라고 했고 누구는 야합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대, 이념, 계층적으로 코너에 몰릴 때마다 이질적 존재를 품는 혁신과 변화에 나섰다. 그랬던 정당에 사쿠라도 아닌 배신자라는 배타적 단어가 등장하더니 진박,진윤 놀이와 마이너스 정치로 변했고 그 결과는 총선 3연패였다. 이놈은 안 되고 저 사람은 배제하니 지역 토호들과 특권층의 목소리만 커졌다. 몰락의 계곡으로 가는 배에는 배신자 타령만 요란하다. ‘배신의 감옥’에 유승민, 김세연, 이준석에 이어 이제는 한동훈까지 가두려 한다.

국민의힘에 배신자 타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변절자 합창곡이 있다. 좌파 노선을 수정한 인사들에게는 변절자라는 올가미를 씌웠다. 1세대 변절자는 김문수, 이재오, 이우재였고, 2세대는 김성식, 정태근, 하태경, 신지호였다. 최근 이 대열에 김경율, 민경우, 함운경이 막차를 탔다. 민주당식 변절자 기준이라면 국민의힘 절반은 변절자다. 변절자 비난은 고민하지 않는 자신들에 대한 손쉬운 변명이다. 수십 년 동안 낡은 사상을 품고 사는 자들이 시대의 변화를 고민하는 사람을 변절자로 비난하는 것은 기만이다. 전대협 세대가 민청학련 세대를, 한총련 세대가 전대협 선배들을 변절자로 부르는 건 코미디에 가깝다.

변절자 놀이에 싫증 났는지 요즘 민주당에 등장한 게 ‘수박 놀이’다.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부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사람들을 변절자와 수박으로 규정해 집단 괴롭힘을 하더니 공천에서 비명횡사 대상으로 삼았다. 총선에서 압승했으니 이런 변절자 배제의 과정을 ‘신의 한 수’로 칭송하겠지만, 친명 일색인 정당의 취약한 면역력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변절자 타령의 압권은 탈북자를 그렇게 부르는 건데, 지키려는 절개가 뭔지 설명 좀 듣고 싶다.

정치는 내 편을 늘리고 적을 줄여서 국민의 마음을 사는 일이다. 윤 대통령이 총선 후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 건 국민 마음을 사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이 정치의 장애물이 바로 배신자와 변절자 타령이다. 진짜 배신자가 누군지 궁금한가. 오늘도 배신, 변절을 입에 달고 살며 나라를 쪼개고 국민을 갈라 놓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자들, 그들이 바로 배신자고 변절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