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회의에 첫 참석한 강민구 최고위원과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야기로 하루가 시작하고 끝난다. 이재명이라는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이재명의 나라’라도 된 것 같다. 그의 지지자든 비판자든 이재명을 입에 올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보다 많이 거론된다. 다음 대선에서 이 대표가 야당의 대선 후보가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분위기다.

‘헌법 84조’ 문제도 그렇다. 이화영씨의 대북 송금 유죄 판결이 계기였다. 이 사건으로 추가 기소된 이 대표가 2027년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그의 재판도 중단되는 것인지, 아니면 재판을 계속해 유죄가 확정되면 대통령직을 상실하는 것인지가 쟁점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 해서 재판은 중단되지 않는다”며 논쟁을 점화했고, 국민의힘은 ‘희망의 불빛’을 발견한 듯 반겼다.

그러나 비명계 야권 인사 반응은 의외였다. 그는 “재판이 중단되든, 대통령직을 상실하든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 아니냐” “이재명 대세론을 인정하는 패배주의”라고 말했다. 대선이 2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세론’은 충분히 붕괴될 수 있는데, 국민의힘까지 여기에 편승한 것 같다는 비판이었다. 이재명과 헌법 84조 생각에만 함몰되면 이재명에 맞설 정치적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의 나라’를 위해 모든 걸 던질 태세다. 지도부에선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이라는 찬가가 울려 퍼지고, 당 대표를 위해 당헌·당규를 고쳤다. 검사도 판사도 탄핵하겠다는 건 두목을 건드리면 대가를 치른다는 협박이다. 민주당이 이런다고 국민의힘과 비명계 야당 인사들까지 개딸들이 연주하는 리듬에 맞춰 춤추려 한다. 자기 목소리는 없고 “이재명 반대”뿐이다. 모든 것이 이재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명동설’을 추종하는 것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질문도 고민도 없다.

국민의힘과 반명(反明) 야권은 이 대표가 센터에 선 ‘이재명 운동장’을 벗어나 자신들이 중심에 설 운동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적 문제를 비판해야 하지만 이 문제만 따지다 보면 결국 머릿속에는 ‘이재명 대세론’만 남는다. 이 대표가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 전체가 검찰청과 법원만 목이 빠져라 쳐다보는 건 직무유기다. 총선에서 국민은 이 대표의 법적 문제를 알고도 윤 대통령에 화가 나서 야권에 200석 가까이 몰아줬다. 이런 일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금 이곳에는 저출생, 종부세와 상속세, 노동의 이중 구조 그리고 연금·교육 개혁이라는 중요하고 시급한 민생 사안이 많다. 반도체로 먹고사는 나라가 AI(인공지능)와 미·중 갈등이라는 파도 앞에서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과 푸틴의 괴기한 포옹을 보며 걱정과 분노가 교차한다. 이런 문제들에서 이재명과 실력을 겨뤄야 한다.

정치적 상상력은 법의 해석을 훨씬 뛰어넘는다. 국민의힘에는 친윤 말고도 다양한 세력이 있고 민주당에도 개딸 추종 세력만 있는 게 아니다. 법이 아니라도 이재명 대세론을 붕괴시킬 정치 수단은 많다. 야권의 재편도 있고 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는 정치 연합도 있다. 이 대표의 법적 문제는 법원에 맡기고 정치권은 정치적 수단으로 이 대표에 맞서야 한다. 이재명의 자기장에서 벗어나 미래 이야기로, 새로운 정치 세력의 창의적 연대로 출구를 찾아야 한다. 이재명 생각만 하다간 그가 쳐 놓은 새장에 갇힌 채 한발도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