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장소’에서 이뤄진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문제 된 후 일선 검사들에게 검찰청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조사해 본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는 검사들도 있었지만 “여러 번 해봤다”고 답한 검사도 적지 않았다.
한 검사는 “정신 질환으로 폐쇄 병동에 수용된 피의자를 찾아가 조사했다”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지방에 있는 참고인들을 조사하기 위해 출장을 여러 번 가다 아예 그 지방에서 임시 사무실을 차렸었다”고 했다. 참고인은 출석 의무도 없기 때문에 최대한 편의를 봐준 것이다. 전직 고위 검찰 간부가 ‘청사에는 도저히 못 나오겠다’고 해서 그의 자택 근처 음식점에서 조사했다는 검사도 있었다. 난이도가 높은 사건일수록, 경력이 많은 검사일수록 다양한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검사 눈높이’로 보면 검찰총장이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사과하자 ‘아귀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반발하며 사표를 냈었던 수사팀 검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어떻게든 진술을 받았으면 됐지 조사 장소를 이렇게까지 문제 삼을 일이냐는 것이다. 한 중견 검사는 “검찰청 공개 소환이 점수로 쳐서 100점이라면 비공개 소환은 80점, 제3의 장소는 50점, 서면 조사는 30점, 이도 저도 못 하면 0점”이라며 “80점 맞을 수 있는 것을 50점 맞았다고 혼내는 격”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로 보면 그 30점의 차이는 의미가 있다.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김 여사가 전주(錢主)에 불과해 기소 자체가 어렵고,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은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 조사 대상자는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다. 그래서 수사 과정에서 절차적 정의가 중요했다. 김 여사가 일반 국민과 똑같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면, 적어도 중도층에 해당하는 국민들은 무혐의 결론이 나더라도 수긍할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조사했어도 법적인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처가 관리하는 보안청사에서 검사들이 휴대폰을 반납한 채 이뤄진 조사로 무혐의 결론을 낸다면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
김 여사가 포토라인에 설 필요도 없었다. 검찰청사에 나오기만 하면 됐다. ‘조국 수사’이후 비공개 소환이 원칙이 됐기 때문이다. 그랬으면 현직 대통령 부인으로는 사상 최초로 검찰 대면 조사를 받고도 온갖 논란에 휩싸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대 야당의 탄핵 위협에 시달리는 검찰이 ‘아귀 논란’으로 사분오열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김 여사가 뒤늦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변호인을 통해 사과했다 그 사과 방식마저 비판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검사 눈높이와 국민 눈높이 차이는 따지고 보면 30점에 불과하다. 김 여사가 그 30점을 놓친 결과 온갖 억측과 논란을 낳은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