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 한국경제신문이 피앰아이(PMI)에 의뢰한 총선 수도권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힘 윤희숙, 김은혜, 권영세 후보가 민주당 전현희, 김병욱, 강태웅 후보보다 앞선다는 것이었다. ‘웹 설문’ 방식을 썼다는데, 다른 회사 조사와 달랐다. 같은 방식의 2주 전 ‘낙동강 벨트’ 조사 때는 조용했다. 갑자기 민주당에서 난리가 났고, 선관위 내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공표 불가’ 판정을 내렸다.
결과는 어땠나. 전현희(민주), 김은혜(국힘), 권영세(국힘)가 당선됐다. PMI 조사가 비교적 접전지역에서 강했다. 이 회사가 잔치 분위기일 줄 알았다. 뜻밖의 답이 왔다. “선관위로부터 과태료 2000만원을 받았고, 공직선거법 108조(여론조사의 결과 공표금지 등) 위반 혐의로 지난 4월 24일 고발당했다.” 선관위는 ‘표본 추출 대표성, 패널수 허위기재’ 등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여론조사는 전화로 묻는 ARS 방식이 대세다. 조사 협조율이 1~5%, 특히 젊은 층이 안 한다. 이 때문에 조사자들은 1차 데이터에 가중치(성별, 연령별, 지역별 등)를 적용해 숫자를 ‘보정’한다. 조사 회사의 정치성, 노하우가 들어간다. ‘웹 설문 조사’는 문자로 설문지를 보내고 3~5일 시간을 준다.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돼 ‘보정’을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이 방식이 대세다.
경영학과 출신 리서치 전문가가 세운 PMI는 원래 대기업과 지자체가 고객이었다. 이 회사도 낮은 응답률을 고민하다 막대한 가입자 정보를 가진 통신사와 제휴하며 정교한 결과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PMI는 같은 방식으로 정치여론조사 시장에 들어왔다. 작년 11월 여심위에 문의해 가능하다는 답을 듣고 일을 시작했다.
지난 3월로 다시 되돌아가 본다. 조사 발표 다음 날인 3월 29일 아침 8시 30분, 유튜브 라이브에서 김어준이 “용산에서 왜 권영세가 높게 나오냐. 이 여론조사 회사 뭐냐” 반발했다. 그날 11시 PMI 사무실로 여심위 직원이 찾아와 ‘용산구 데이터’를 요구하기 시작, 전방위 조사가 시작됐다. 4월 1일 이내영 여심위 위원장이 언론에 말했다. “결과 값도 다른 조사와 많이 다르다. 그렇게 다를 수 있나. 아무리 모바일웹 조사라도 문제가 있다.” 기관 직원이 이런 말을 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추이가 있는데 왜 당신네 조사만 빵빵 터지냐. 짜증 난다.” 이 분야 전문가인 A교수는 “그나마 이 방식이 가장 신뢰할 만하다. 여심위가 전화조사 시대 기준을 고수하며 새 기법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3월 선거여론조사 781건 중 286건(37%), 전체 총선 여론조사 1996건 중 393건(20%)을 김어준이 세운 여론조사회사 ‘꽃’이 했다. 절대적 1위. 그들이 말하는 ‘다른 데와 다르다’는 게 혹여 김어준 조사와 다르다는 뜻인가. 다른 데와 달라 뒤졌고, 뒤져서 꼬투리를 잡았다는 이야기인가.
기자는 김어준식 ‘여론조사’가 실제로는 ‘여론 조성’이었다고 본다. 비명계 지역구에 ‘친명’을 넣어 설문조사 후 발표하고, 그 후보를 유튜브에 불러 띄워줬다. 대표(김어준)의 명확한 정파성, 매체를 활용한 여론 확산, 특정인 띄우기.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실효적 여론몰이’다.
노태악 선관위원장, 이내영 여심위원장의 공정성은 자주 의심받아 왔다. PMI가 절차상 잘못으로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앞으로 정치 여론조사를 못한다. 시장은 이것을 ‘경고’라 해석할 것이다. “정확성은 후순위다 눈치를 장착하라, 김어준과 다르면 큰일 난다, 민주당에 찍히면 죽는다.” 이게 선관위의 의도는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