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기 군포시 클린일렉스에서 직원이 과충전 방지 PLC 화재 예방 완속 충전기를 시연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2025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기차 화재예방충전기 보급을 9만 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뉴스1

작년 이맘때 전기차를 구매해 몰고 있다. 지금이라면 전기차를 사지는 않겠다. 한국의 벤츠 전기차는 140대, 포르투갈 테슬라는 200대를 태워 먹었다. 주변에까지 이렇게 대량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면 불안해서 어떻게 전기차를 구입하겠는가. 그러면서도 미래차는 결국 전기차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전기차에 대해 흔히 갖는 혼란이 있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 때 일단 60% 에너지가 소실된다. 나머지 40%만 배터리에 넣어 동력으로 쓴다. 그런데 어떻게 휘발유차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을 수 있냐는 것이다. 그건 휘발유차의 연료 연소 에너지 가운데 바퀴를 움직이는 데 쓰는 것은 20%(16~25%, 미국 환경청 사이트)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80%는 폐열로 라디에이터와 배기통을 통해 빠져나간다. 반면 전기차는 라디에이터도 배기통도 없다. 폐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감속·제동 시 회수하는 회생제동 에너지(17%)까지 감안할 때 모터 효율은 86~90%에 달한다. 결국 종합 효율에선 전기차가 휘발유차의 두 배 남짓 된다.

에너지 효율과 직결되는 지표가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미국 MIT가 세계 주요 차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해 공개하는 카본카운터라는 사이트가 있다. 운행 단계뿐 아니라 차량 제작, 배터리 생산 및 원료 광물 채굴 과정까지 따져 전 수명(운행 거리 22만㎞) 배출량을 종합 계산했다. 휘발유차의 중간값은 운행 거리 ㎞당 300g대 초반, 전기차 그룹의 중간값은 150g 전후였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제네시스 G80(2.5L) 휘발유차는 ㎞당 298.7g, 제네시스 GV60 전기차는 151.4g이다. 전기차가 휘발유차의 절반 수준이다. 공급 전기가 원자력·태양광 등 무탄소로 옮겨갈수록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든다. 미국은 무탄소 전력 비율(38.6%)이 우리보다 살짝 높다. 무탄소 비율이 훨씬 높은 유럽(61.4%)에서라면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은 휘발유차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탄소중립이 완성된다면 7분의 1까지 떨어진다. 궁극엔 전기차가 지배적인 기술 플랫폼이 될 수밖에 없다.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풍력 원료 광물의 채굴 과정이 환경 파괴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1㎏의 구리를 얻기 위해선 510㎏ 토석을 캐서 그 가운데 160㎏ 원광석을 채취해야 한다. 제련, 정제 과정에선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이 부분이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의 아킬레스건이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나 태양광 모듈 등은 일종의 설비에 해당한다. 휘발유차처럼 연료를 끝없이 공급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한번 만들어 놓으면 그 후론 수명 주기마다 교체하면 된다. 또 저탄소 원료 광물들은 재활용 시스템이 구축되는 중이다. 광물의 효율적 이용 기술들도 개발될 것이다. 뭣보다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풍력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다. 사용량이 증가하면 그에 맞춰 석탄·석유·가스 소비가 감소한다. 석탄·석유·가스는 저탄소용 광물보다 훨씬 많은 양이 소요되고, 그 채취·운반 과정은 더 환경 약탈적일 수 있다. 기름 유출로 인한 바다 오염을 생각해보라. 휘발유차는 1만2000㎞(한국차 1년 주행 거리)를 달리면 360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산화탄소 폐기물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기차의 환경적 이점은 너무 분명하다.

배터리는 미완성 기술이고 계속 진보 중이다. 전기차 주행거리는 2011년 100㎞를 겨우 넘었다. 지금은 500㎞ 이상 차가 많다. 앞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나오면 배터리 화재는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수백만대의 전기차 배터리가 밤엔 충전하고 낮엔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지능을 갖춘 에너지 저장 수단이 돼서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해줄 수 있다. 전기차는 도시 대기오염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내연기관의 연소 에너지에서 배터리의 전기 에너지로의 전환은 기술 진보의 거대 흐름이다. 배터리 화재는 기술이 흐름을 꺾는 시기에 나타나는 일시적 부작용일 수 있다.

문제는 전기차 이점은 전기차 소유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국가, 더 나아가 세계가 나눠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 있다. 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은 인식 불가능의 극미 수준이다. 그에 반해 전기차 화재는 전기차 소유주에게 실질적, 구체적 위협이다. 필자만 해도 최근 차량 유리 파쇄용 탈출 망치를 인터넷으로 구입해 차에 비치해뒀다. 지하주차장을 들어갈 때면 주변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만에 하나라도 청라 전기차 화재 같은 일을 겪게 된다면 개인으로선 인생이 걸린 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전기차 포비아도 누그러지긴 할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 올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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