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들의 처절한 인정 투쟁.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예능 ‘더 인플루언서’를 보다가 들었던 생각이다. 제목처럼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같은 온라인 매체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77명이 상금 3억원을 걸고 펼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다른 경쟁자들보다 오로지 ‘관심’을 더 받는 것. 호감만큼이나 비호감도 생존의 동력이고, ‘싫어요’도 ‘좋아요’만큼 중요한 잣대가 된다.
안 그래도 시청자와 구독자들의 관심으로 밥벌이하는 인플루언서들인데, 넷플릭스가 알아서 판을 깔아주니 점잔 뺄 리가 없다. 속옷만 입은 채로 연신 옷 갈아입으며 관음증을 자극하고, 성형 사실을 공개하는 건 기본이다. 방송 중에도 욕설이 난무하고 눈썹을 미는 엽기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악플(악의적 댓글)보다 무서운 게 무플(댓글 없음)이고, 사회적 논란이나 구설수가 없었던 점이 오히려 반성거리다.
방송 장르만 따지면 이 프로그램은 크게 새롭지 않다. ‘오징어 게임’ 같은 서바이벌 게임의 바탕 위에 참가자들이 두뇌 게임과 심리전을 펼치는 ‘더 지니어스’의 공식을 덧입혔다. 거기에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1인 방송 프로그램까지 가미했다. 좋게 말해서 장르의 혼합이요, 나쁘게 보면 ‘잡탕밥’에 가깝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는 유별난 점이 있다. ‘관심’ 외에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트로트든 힙합이든 예전 노래 경연 프로그램들은 노래 실력이라도 따졌다. 음정·박자는 기본이고, 다른 참가자들과의 화음을 맞추거나 협업하는 자세도 냉정한 평가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조회수와 댓글 같은 숫자만 높으면 된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 과당 함유 음료라면, 이 방송은 그냥 설탕물을 마구 들이키는 것 같았다. 잠재적 경쟁자인 유튜브와 틱톡마저 예능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는 역설적으로 넷플릭스의 위기 징후도 엿보였다.
어떤 방송이든 세상의 반영일 뿐이다. 이 문제적 예능 역시 우리가 얼마나 ‘관심 중독 사회’에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방증(傍證) 같았다. 알코올이든 도파민이든 중독이 무서운 건 중단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심 중독의 금단 증상은 무엇일까. 관심의 반대말인 무관심과 외로움에 대한 저항력 결핍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과도한 소셜 미디어 중독도 해롭고 ‘디지털 디톡스(해독)’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다른 한편에서는 이처럼 끊임없이 자극을 통해서 중독을 부추긴다. 흡사 어른들은 게걸음으로 걸으면서 아이들에게는 똑바로 걸으라는 격이다. 7부작을 모두 보고 나니 딱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이 ‘규칙 없음’을 대체 뭐라고 설명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