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1심 선고 재판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고운호 기자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판결을 두고 일각에서 ‘예상보다 형(刑)이 세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사람을 알았다 몰랐다의 문제는 인식의 문제인데 그걸로 처벌이 가능한가’라고, 다른 편에서는 ‘골프까지 쳐놓고 몰랐다는 건 범죄 수준의 거짓말’이라고 맞섰다.

여론은 ‘김문기 모른다’의 처벌 여부를 두고 대립했지만 133쪽의 판결문 중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다섯 쪽에 불과했다. 그 정도 발언을 공직선거법 처벌 범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작 재판부가 주목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백현동 용도 변경을 하지 않으면 국토부가 직무 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이 대표의 국정감사 발언의 진위를 가리는 데 판결문의 절반 가까운 61쪽을 썼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성남시에 부지 매각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용도 지역을 특정하지 않았고, 성남시가 검토하는 과정에서 용도 지역이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쌓아올렸다. 그 결과 용도 변경은 국토부가 아닌 성남시가 한 것이고 이 대표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과정에 수많은 증언과 공문, 복잡한 도시계획 내용이 등장한다.

그동안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은 지나치게 ‘김문기 모른다’에 갇혀 있었다. 김문기라는 실존 인물이 수사 중 사망했고, 딸에게 보내는 동영상까지 있는 이 주제는 상당히 소구력이 높다. 한편으로 ‘사람을 모르는 게 왜 죄가 되느냐’는 이 대표 측 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을 높인다. 처음 입력된 정보가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앵커링(anchoring) 효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선 후보의 개발 비리 연루 의혹과 관련한 백현동 발언의 진위 여부에 더 무게를 뒀다. 수상한 용도 변경이 이뤄진 과정, 그리고 해명의 사실 여부가 유권자의 선택에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일각에서는 ‘선거에 떨어진 사람에 대한 처벌은 가혹하다’고 한다. 하지만 발언 시점엔 당락이 결정되지 않았다. 선거법은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적용된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대선에 떨어진 점을 감경 사유로 들면서도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했다. 한 현직 판사는 “그마저도 없었으면 실형을 선고했을 수 있다”고 했다.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중요한 사항’ ‘방송을 이용’ ‘동종 전과’ 등 가중 사유가 많기 때문이다.

‘선거보전금 434억원 반환’ 때문에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도 잘못된 예측을 부풀렸다. 한 부장판사는 “반환 규정이 부당하다면 법을 고치면 되지 판사가 고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했다.

유권자의 선택에 혼란을 가져오는 거짓말을 처벌한다는 원칙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없음을 이번 판결은 보여 줬다. 결국 판결이 예상을 빗나간 게 아니라 판결을 둘러싼 ‘예상’이 잘못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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