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이 치우치지 않은 분들에게서 요즘 자주 듣는 말이 “윤석열, 이재명 둘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민주당에 오래 몸담았던 분들 중에서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국민이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은 요즘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론은 60%를 넘는다. 현재 민주당에서 이 대표 외에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만큼 이 정권 교체론의 대부분을 이 대표가 흡수해야 맞는다. 그런데 이 대표 지지율은 다른 주자들에 비해선 압도적이지만 35% 안팎에 갇혀 있다. 서울에선 20%대다. 전국적으로 40% 선이 뚫기 힘든 천장처럼 보인다. 정권이 바뀌어야 된다고 답하는 국민 중에서도 이 대표를 적극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20% 이상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유권자 숫자를 대입하면 900만명에 육박한다. 실제 대선에선 이들 중 상당수가 어쩔 수 없이 이 대표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현재로서는 이 많은 국민들이 ‘윤, 이 둘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대표는 이 현상이 불만이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정권 유지론자의 두 배에 달하는 정권 교체론자들이 결국 어디로 가겠느냐는 것이다. 호남에서 정권 교체율과 이 대표 지지율 차이는 30% 안팎으로 나온다. 이 대표는 이 30%가 거의 모두 자신의 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대표는 정권 교체론과 이재명 지지가 불일치하는 이 현상이 호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불일치 이유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받은 이 대표가 조만간 2심에서도 유죄가 되면 ‘출마 반대’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훨씬 심각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대북 불법 송금 사건은 공범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이미 2심에서 징역 7년 8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공범으로 적시돼 있는 이 대표 역시 유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 대장동, 백현동 사건은 규모 자체가 초대형이다.
이 대표가 방탄 없이 이 재판을 다 받는다면 그의 최종 형량은 어쩌면 민주당이 윤 대통령이 내란죄 등으로 받기를 바라는 형량과 비슷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승복할 수 없는 국민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나라가 평안할 날이 있겠느냐’는 걱정은 합리적이다.
‘윤, 이 둘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은 만약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그에 대한 재판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고 있다. 이미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중에 대통령에 당선됐을 경우에 대한 법 규정이 없다. 법 전문가들 사이에선 ‘재판이 중지된다’는 견해가 많은 듯하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법적 정통성 시비와 시위는 임기 내내 계속될 수 있다.
재판이 중지되더라도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다시 재판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고 어쩌면 심각한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런 확정된 미래를 앞둔 이 대표의 대통령 임기가 정상적이겠나. 윤 대통령의 계엄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또 벌어질 수 있다. 그러니 ‘윤, 이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남의 사정과 고통에 공감할 줄 모르는 것 같은 이 대표 모습도 많은 사람을 걱정케 한다. 그가 자신의 문제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네 사람과 그 유족들에 대해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 적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가족과의 불화 중에 터져나온 제어되지 않는 분노, 같은 당 동료들에 대한 냉혹한 일괄 숙청 등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 대표는 며칠 전 최상목 권한대행과 만나기 30분 전에 최 대행을 무슨 “주범”이라고 극언을 써서 비난했다.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이 이른바 ‘카톡 계엄령’을 내렸을 때 이 대표가 겉으로라도 ‘심하다’고 제지할 줄 알았는데 도리어 ‘계속하라’고 했다. 카톡을 쓰는 많은 국민이 느끼는 걱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공감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소수파였다. 만약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사실상 189석을 가진 절대 권력자가 된다. 5년 뒤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피고인 상태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이 막강한 절대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지, 그 결과가 무얼지 예상하기 힘들다. 어쩌면 이 대표 자신도 모를 수 있다. 지금 나라의 운명이 이렇다.
이런저런 자리에서 “이재명만 아니면 이번에는 민주당을 찍겠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윤, 이 둘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와 같은 희망이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이 희망에 담긴 뜻을 무시한다면 큰 벽을 만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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