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곳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는 걱정을 듣는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50% 안팎의 국민은 그렇지 않겠지만 보수적이거나 기업을 하는 사람들의 우려가 큰 것 같다. 이 후보의 기업보다 노조 우선, 전통적 한·미·일 협력과는 다른 대외 정책, 언뜻언뜻 보이는 냉혹한 모습, 신뢰를 얻기 어려운 언행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요즘 이 후보는 이런 지적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선거용인지 아닌지는 얼마 안 있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후보에 대한 우려가 끝나면 거의 어김없이 나오는 또 하나의 걱정이 있다. “중국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는 비명이다. 지금 중국 경제 침체론, 위기론이 유행이지만 이는 한 단면이고 다른 쪽에선 놀라운 중국의 비약이 진행 중이다. 과거에도 중국 위협론은 있었다. 하지만 경계 차원의 얘기였고 이제는 기업인들이 “우리 업종을 중국이 시작하면 바로 접어야 한다”고 말한다. 눈앞의 현실이 된 것이다.
산업부 고위직을 지낸 분은 최근 중국 출장이 충격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공산당 독재라는 문제를 빼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 두려울 정도라고 했다. 기업에 문제가 발생해 사장이 해결을 지시하면 엔지니어들이 1~2주일 회사에서 먹고 자며 매달리는 것은 기본이더라고 했다.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우리 모습이다.
대학 부총장을 지낸 분은 최근 동남아에서 우리 전자기업 임원들로부터 눈물 섞인 절규를 들었다고 했다. 기존 제품 거의 모두에서 중국 기업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는데 감당을 못 할 정도라고 했다. 견딜 수 없어 다른 사업을 찾아보지만 모든 길이 전부 중국 기업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고 했다.
우리 IT 기업 CEO 한 분은 바르셀로나 세계 모바일 전시회(MWC)에서 중국 화웨이 그룹이 만든 특별전시장에 초대받았다고 한다. 그는 “화웨이의 신기술에 놀랐다는 말밖에는 할 게 없을 정도”라며 “중국은 이제 신물질을 만드는 수준까지 가 있다”고 했다. 이분은 “과거엔 미국이 자유와 창의력, 소프트파워의 힘으로 언제나 중국을 앞서 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이제 그 믿음을 버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 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최 회장은 최근 카이스트 강연에서 “중국의 속도를 보면 우리가 쫓아가지 못하고 죽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중국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13개 주요 제조 업종 전부에서 세계 6위 이내에 들었다. 7개 업종에선 일본을 앞섰다. 문제는 반도체 하나를 빼고 12개 업종 모두에서 중국에 뒤졌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자동차, 조선, 일반기계, 건설기계, 철강, 이차전지, 통신장비, 디스플레이, 생활가전에서 세계 1위였다. 세계 64개 핵심 기술 중 57개에서 중국이 1위이고 미국은 7개에서 1위다. 미국이 1위인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국은 신약 후보 물질 31%를 장악했다고 한다. 미국 턱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중국 제조업은 우리 제조업과 거의 중복된다. 한국이 하는 업종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며 하나하나 잡아먹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도 준다. 다른 나라들엔 중국의 부상이 서서히 다가오는 위협이라면 우리는 당장 내일 먹을 게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가장 무섭고 우리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 중국의 힘은 인재다. 중국은 초등 4학년 수천만 명 중 10만 명을 뽑아 영재학교 70곳에서 4~5년간 수학·과학을 대학 수준까지 가르친다. 여기서 또 걸러진 1200명은 베이징대 등 6개 명문대 부속 ‘소년반’에서 최고 석학들에게 배운다. 명문대엔 ‘천재학과’도 따로 있다. 딥시크, 세계 1위 드론 기업 DJI, 휴머노이드 강자 유니트리, 반도체 설계 한우지의 창업자가 이 ‘천재 양성’ 프로그램 출신이다. 글로벌 AI 기업 연구원의 47%가 중국 출신이다. 중국에선 과학 기술 천재급 인재들이 인해전술처럼 쏟아지고 있다. 한국에선 성적 좋으면 의사가 된다고 한다.
기업 일선에 있지 않으면 아직 중국의 위협을 실감하지 못한다. ‘내일도 오늘 같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이 여전하다. 하지만 한국의 내일은 더 이상 오늘 같을 수 없다. 화학 업종부터 무너지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중동의 압도적 경쟁력을 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최후의 보루이지만 메모리 하나를 제외하곤 팹리스, 파운드리 등 다른 분야에선 이미 중국에 밀렸고 격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얼마 안 있어 메모리마저 중국에 추월당하면 한국인에게 IMF 외환 위기급의 심리적 쓰나미가 올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5년의 문제다. 중국 악몽은 100년을 갈 수 있다. 20~30년 전 ‘지금은 중국인들이 우리 발 마사지를 하지만 나중엔 우리가 중국인 발 마사지를 하게 될 것’이란 말이 있었다. 그 얘기가 자꾸 떠오르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