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와 대형 태풍 영향으로 주요 댐에는 비가 예년 평균 2배 넘는 약 1200㎜ 내려 홍수 조절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제는 큰 홍수가 지나갔으니 댐이 안전한지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할 때다. 홍수 조절로 몸살을 크게 앓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심은 하천 범람, 제방 붕괴, 침수 등 대부분 홍수 관리에 집중되는 반면, 큰 홍수를 버텨낸 댐 안전 문제에는 크지 않아 보인다. 아마 댐은 늘 안전하고 그래야만 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공학 기술의 꽃이자 백화점으로 통하는 댐은 만든 재료에 따라 필댐(암석, 흙, 자갈 등으로 쌓은 댐)과 콘크리트댐으로 나뉜다. 대표적 필댐으로는 물을 29억t 저장할 수 있는 북한강 상류의 국내 최대 소양강댐이 있고, 콘크리트댐으로는 국내에서 둘째로 큰 남한강 상류 충주댐을 들 수 있다. 전국에는 크고 작은 저수지가 1만8000여 곳 있긴 하나 홍수·가뭄 등 국가 물관리에 핵심 역할을 하는 건 소양강댐을 비롯한 다목적댐 20곳이다.
높이가 100여m에 이르는 거대한 댐은 수위 변화나 계절에 따라 미소하게 거동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노화해 기능이 떨어진다. 살아있는 생물과 흡사하다. 이 때문에 지진이나 홍수가 지나면 댐의 안전 상태를 철저히 살펴야 한다. 환경부 관할 국가 댐 37곳 중 43%는 30년이 넘었고 지자체가 관리하는 저수지의 약 60%인 8600여 곳은 준공된 지 60년이 지났다.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1960년대에 지은 사연댐, 안계댐 등 용수 공급 전용 댐은 국가 기간산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더 각별히 관리해야 한다. 댐은 늘 완벽하고 안전할 것이라 믿으면 위험하다.
2000년 들어서면서 세계적으로 대형 댐 45곳이 붕괴했다. 대부분 집중호우와 부실시공, 그리고 관리 부실이 원인이었다. 댐 붕괴는 홍수 피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제2, 제3 재난을 동반한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를 하천과 댐 복구, 막대한 필요 예산, 그리고 복구 기간 수백만 인구에게 공급해야 할 생활용수와 산업용수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상상하기 싫은 일이다.
다목적댐에는 대부분 수문(水門)을 꼭 설치한다. 집중호우 때 물을 담아 놓았다가 하류가 안정되면 수문을 통해 서서히 물을 빼 댐이 넘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강우나 사고로 댐이 홍수 조절 능력을 잃고 물이 넘치면 붕괴하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필댐은 거의 치명적이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기후변화로 이상 홍수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배제해 댐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여수로(수문) 사업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대(大)댐의 수문학적 안정성과 댐 안전성을 크게 높여 놓았다. 이런 대응 덕분에 이번 홍수에도 소양강-충주댐은 홍수를 55% 조절해서 한강을 안전하게 지켰다. 댐은 이상 홍수나 비상시에 댐 안전을 위해 허용된 범위 안에서 하류로 방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댐의 홍수 관리를 특정인 잘못으로 여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다. 그들은 최대한 홍수 관리를 했고 각자 자기 소임을 다했다. 댐 사고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평상시 과학적 관리와 분석, 보수 보강을 철저히 해야 한다. 자기 몸처럼 관리해야 한다.
최근 케이워터(K water)에서는 실시간 댐 거동 계측과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댐을 더 안전하게 관리할 첨단 디지털트윈 댐 안전관리센터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먼저 선진국들의 댐 안전성 분석 기술과 노후 댐 보수 보강 기술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꼼꼼하게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지진이나 태풍 같은 불가항력적 자연재난에 완벽하게 댐 안전을 지키고 홍수를 관리할 수는 없다.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 개발로 물관리 방식을 발전시키고 물관리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