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한양대 부설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는 현대사회의 윤활유와 같다. 현대인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이용하면서 생활한다. 그런데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정보가 부실하다면 유용성은 낮을 것이다. 정보는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가장 근간이 되는 건 통계다. 통계는 직접 수치로 제공되기도 하지만, 간접적으로 통계에 기반해 해석하거나 유추한 내용으로도 전달된다.

통계는 조사를 통해 만들어지는데, 인구주택총조사(‘총조사’는 ‘센서스’를 우리나라 방식으로 표기한 것)가 대표적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실시한 인구센서스는 기원전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인구센서스는 세계 역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925년부터 5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2020년 11월 1일 기준으로 실시하는 20회까지 100년 역사를 갖고 있다.

인구센서스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직접 질문하는 유일한 조사다. 인구센서스는 현재 우리 모습을 그리고 삶의 방식을 실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 기준으로 과거 인구센서스에서 우리가 응답한 내용을 돌이켜보면 슬픈 기억 속에서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1960년에는 먹는 물이 공동 우물인지 개인 우물인지 수도인지 산에서 흐르는 물인지 등을 물었다, 1970년에는 재봉틀, 라디오, TV, 전축, 전화, 냉장고, 피아노·오르간 등을 가지고 있는지, 1980년엔 난방 연료로 나무 등을 사용하는지, 1985년에는 전용 부엌이나 독립된 출입구를 가지고 있는지 화장실이 수세식인지 재래식인지에 대해 응답했다.

실로 5년마다 실시해온 인구센서스 결과를 이으면 지난 100년 동안 우리 모습과 삶이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알 수 있고, 미래에 어떻게 변해갈지 짐작해볼 수 있다. 인구센서스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가교인 셈이다.

인구센서스는 국민이 응답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신용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다양한 형식으로 개인 정보 제출을 요청받는다. 먼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상대방 또는 불특정 다수의 신뢰를 구하고, 이를 토대로 이익을 취하거나 적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취업 지원, 카드나 통장 발급, 상품권 수령 등 다양한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센서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 조사원 대면에 대한 거부감, 시간 부족, 귀찮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소극적이며, 심지어 부정적인 편이다. 인구센서스 결과가 국가 운영에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복지 등 우리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마 인구센서스 혜택이 직접적이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돌아가는 탓에 체감도가 낮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나 하나 조사에 응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심리도 잠재해 있는 듯하다. ‘나 하나’ 조사 누락의 당사자가 되면 통계에 대한 불신감을 스스로 심게 되는 자가당착에 빠져드는데도 말이다.

통계 당국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국민 응답을 수치화하고 국가 목적 이외 사용을 금하고 있다. 또 기존 행정 자료와 연계하는 등록 센서스 방식을 도입해 국민 응답 부담을 최소화하고,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조사를 통해 조사 편의성을 제공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인구센서스 응답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조사 대상자 걱정과 부담을 줄이는 다양한 조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응답이라는 정성에 대해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확고해야 하며, 동시에 응답 결과를 투명하게 활용해 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 경우 우리는 굳이 ‘솔로몬의 지혜'를 빌리지 않아도 국민이 ’응답하라 2020년’에 호응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