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남부 지역은 대한민국 최고 오지(奧地)다. 기업도 없고 사람도 없다. 전국 지도를 펴 놓고 영월·정선·태백·삼척·동해 지역을 찾아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격자 모양으로 전국 어디에나 깔린 고속도로가 이 지역만은 비켜간다. 이른바 ‘내륙의 섬’이다.

태백·영월·삼척 등지 탄광은 1960~198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산업 발전을 뒷받침한 대표적인 석탄·시멘트 생산 지역이었다. 하지만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이 지역은 폐광 지역이 됐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이 됐다.

동해안과 서해안을 잇는 동서 9축 중 하나로 평택에서 시작해서 삼척까지 이어지는 동서고속도로(동서 6축)

이곳에 고속도로를 놓는 계획이 1990년대부터 추진 중이다. 동해안과 서해안을 잇는 동서 9축 중 하나로 평택에서 시작해서 삼척까지 이어지는 동서고속도로(동서 6축)가 그것이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평택~제천 구간은 이미 개통했다. 제천에서 영월까지 30.8㎞ 구간은 올해 8월 26일 예타(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며 연장이 결정됐다. 그러나 이 구간이 실제 개통하기까지는 약 10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월에서 삼척까지 92㎞ 구간은 이제야 예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해선 정부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는데, 예상 통행량을 기반으로 한 경제성 분석을 하면 영월~삼척 구간의 경제적 타당성 조사 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타당성 조사를 하면 고속도로를 놓을 이유가 없다고 나오고, 그러다 보니 더 낙후 지역이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나라가 못살고 어려운 시절에 우리 동네 석탄·석회석 파내서 살더니, 이제 먹고살 만해지니 ‘경제성이 없다’고 우리를 버리느냐”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강원 남부 지역, 영월~삼척 구간에 고속도로를 놓았을 때 아예 쓸모없는 것도 아니다. 이 도로가 놓이게 된다면, 북평산업단지·동해항·삼척항과 같은 강원도 경제활동 중심지를 수도권 남부와 충청도 등 내륙 지방과 연결하기 위한 중요 고리가 될 것이다. 현재는 평택~제천 구간만 고속화돼 있어 연결성이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영월~삼척 구간이 고속화될 경우 통행 시간과 운행 거리가 단축되는 경제적 효과가 크다. 대전·세종권과 삼척까지 이동 거리는 50㎞ 이상, 통행 시간은 40분 이상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해항과 북평공단에서 나오는 벌크 화물들의 내륙부 접근성과 연결성도 개선할 수 있다. 또 평택에서 출발한 화물들을 동해를 거쳐 러시아와 일본으로 수송할 수 있게 돼 물류비 절감 효과도 크다.

우리나라의 장래 인구 전망, 산업 발전을 기반으로 강원도 지역의 국가 기간망 확대 방향을 생각하면 남북축은 철도망을 기본으로, 동서축은 고속도로망을 기본으로 연결성을 강화하는 사업도 중요하다. 현재 강원도는 춘천~속초 동서 고속철도가 연결된 상황이고 남북으로는 포항~동해 연장 사업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영월~삼척 구간 동서 6축 연장은 결국 네트워크 완결성 측면에서 도로와 철도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연결 고리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부가 작년부터 지방 도로 같은 기반 시설에 대해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추고 균형 발전 평가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제천~영월 구간 예타에서도 경제성 평가(B/C)는 통과 기준(1)에 못 미치는 0.46에 그쳤다. 그런데도 예타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균형 발전 효과에 이 점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역 균형 발전과 네트워크의 완결성을 위해 영월~삼척 구간이 예타를 통과하고 동서 6축이 조속히 완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