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이 독자 개발한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로 향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그날의 전율이 아직도 생생하다. 누리호는 위성 모사체를 목표 고도 700㎞까지 도달시켰지만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중지됐다. 결국 최종 비행 속도가 초속 7.5㎞에 도달하지 못해 위성 모사체의 목표 궤도 투입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모든 과정이 순조로워 보여도 최종 결과가 확인되는 순간까지 결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것이 우주 발사체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리호의 이번 비행은 독자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이번 누리호 발사를 통해 독자 개발한 75톤급 액체 엔진 4기가 하나의 엔진처럼 움직이는 1단부의 비행, 1단 분리, 2단 점화,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3단 점화, 3단 엔진 중지, 위성 모사체 분리 등 실제 비행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술들을 검증하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마지막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 또한 최종 성공으로 가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미 우리에게는 나로호의 값진 경험도 축적되어 있다. 나로호는 세 차례 시도 끝에 2013년 발사에 성공했다. 실패를 극복해 가는 과정은 힘겨웠지만 이는 고스란히 기술력 축적으로 이어졌다. 나로호 개발이 한창이던 2010년 3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사업의 시동을 걸 수 있었던 것도 1차 발사 실패 극복의 경험을 소중한 교훈으로 삼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위험을 감수한 시도와 이를 통해 축적된 기술과 경험, 이것이야말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거둔 성과의 공통분모다. 특히 우주 발사체 개발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21세기 세계 우주 발사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스페이스X도 팰컨-1 발사체 개발 시 네 번째 시도에서야 발사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가 화성 탐사에 이용하겠다는 스타십 로켓 역시 다섯 번 시도 끝에야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었다.

누리호의 개발 과정은 그야말로 도전적이었다. 중대형급 액체 엔진 개발의 최대 난제인 연소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려 12번의 설계 변경과 20여 차례의 시험을 반복해야 했다. 전 세계에서 75톤급 액체 엔진 개발에 성공한 나라가 미국·러시아·프랑스·일본·중국·인도 등 6국뿐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어려운 기술 장벽에 도전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우주 발사체 관련 기술은 국가 간 이전이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누리호의 첫 번째 비행 시험의 아쉬운 결과는 완성으로 가는 과정이다.

지금 우주는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2010년 이래 10년간 우주로 발사된 인공위성이 2663기였지만 앞으로 10년 뒤면 5배 가까이 늘어난 1만2510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모건 스탠리는 2020년 4470억달러 규모의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가 20년 후엔 1조1000억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시점에서 독자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우리는 이번 누리호 3단 엔진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내년 5월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를 반드시 성공시켜 독자적 우주 수송 능력을 완성할 것이다.

과거 나로호 1·2차 발사 실패에도 질책보다 격려가 더 많았던 이유를 우리 연구진은 잘 알고 있다. 이번 누리호 발사에도 변함없이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의 큰 격려와 성원을 가슴에 품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다시금 호흡을 가다듬고 우주 발사체 독립과 우주 강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