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는 자질 향상, 선거 당선, 정권 인수, 국정 운영, 퇴임 및 사후 평가라는 단계가 있다. 이 중 핵심은 바로 정권 인수와 국정 운영이다. 당선 후 정권 인수 활동은 대통령 국정 운영의 절반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현장 밀착형 모드로 운용해야 한다. 현 대통령·행정부·공기업·사회조직과 신뢰로 소통하고 반드시 해당 부처를 방문해 업무를 인수받는 현장주의가 요구된다.
대통령직인수위의 첫째 임무는 대통령 후보가 공약한 사항을 정부 예산, 상대 후보의 정책, 현 정부의 추진 정책을 참고해 현실 가능성이 높은 간결한 전략 정책을 수립, 정권 인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모든 정부 부처 보고서는 1쪽짜리로 한정하여 전체 100쪽의 압축적인 보고서를 놓고, 정부 실무자, 분야별 전문가, 문장력 좋은 언론인·소설가·시인이 머리를 맞대어 누구나 읽기 쉬운 정권 인수 보고서로 편찬해야 한다. 향후 국정 방향을 한눈에 보여주는 인수위 보고서는 온 국민이 읽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 보고서 중 핵심 내용을 발췌해 정의와 상식이라는 당선인이 내건 시대정신을 담은 취임 연설문을 만들어 처음부터 국민을 매료하고,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관문을 열어야 한다. 대통령 취임 연설문은 주요 국가별로 번역하여 대한민국과 새 대통령이 글로벌주의를 지향하는 면모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인수위의 둘째 임무는 대통령의 전략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다. 임무·책임·기능별로 대략 30명 내외의 비서관을 분야별 정책팀장으로 두는 비서진을 꾸릴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정부 각 부처, 사회 직능 조직 간의 보고 체계, 책임 소재가 마치 수도관을 통해 물줄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처럼 간단명료하게 이루어지도록 디자인하고 운영해야 한다.
프랑스 대통령 비서실에는 기능별 비서관 35~45명이 엘리제궁의 다목적 홀에서 매일 아침 비서실장 주재로 약 1시간 동안 그날의 주요 전달 사항을 알리고 질의 토의한다. 프랑스 비서실 운영 사례를 현 한국 상황과 연계하여 추측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된 사실이 알려진 날 아침, 엘리제궁의 동북아 외교 안보 담당 비서관은 한국의 검찰총장 출신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사실을 보고하면서, 이탈리아 마피아 소탕 담당 특검에서 국가 통합 상징으로 선임된 피에트로 대통령 사례를 예로 든다. 이와 함께 미사일을 수시로 쏘는 김정은의 북한 정세를 곁들인 정세 보고서를 마크롱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고한다.
프랑스에서 대통령은 모든 비서관이 보내는 정책 보고서를 읽고 전화로 소통하고 필요 시 대면 토의도 한다. 지금도 이 기능적인 비서실 조직은 기동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내용을 필자에게 설명한 시라크 대통령 당시 대통령궁 운영 담당 비서실 차장은 지금도 마크롱 대통령의 안보 치안 고문으로 봉사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의 셋째 임무는 인사 충원이다.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이 직접 관장하는 국민통합인사위원회를 대통령직 인수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설치⋅운영할 필요가 있다. 인사위원회는 지역·학연·혈연·성별과 야당 출신, 반대 의견 표출자도 두루 고려하고 고도의 전문성·신뢰성을 가진 인물을 다단계 검증을 거쳐 투명하게 선정하고 대통령 당선인에게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이 행사하는 과도한 보은 인사는 출항하는 대통령호의 난파와 직결된다.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의 신속·공정·투명한 정권 인수 활동이 성공하는 대통령 국정 운영의 절반임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