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2017 무주 세계태권도대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했다. 두 대회 이후 남북 체육 발전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가. 전혀 없었다. 정치 논리를 앞세우면서 오히려 스포츠의 순수성이 훼손됐다.

대한민국은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에 앞서 스포츠가 가장 먼저 국제사회에 두각을 나타내며 10대 스포츠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 스포츠를 통해 한국을 알리고 국위를 선양한 첫 무대가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이었다.1986년 아시안게임은 북한, 1988년 하계올림픽은 일본과의 유치 경쟁 끝에 따냈다. 두 대회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고 남북 관계도 역전됐고, 일본이 한국을 경계하는 계기가 됐다. 스포츠를 통해 한국인의 강한 도전 정신을 먼저 알렸고, 그때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렸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치른 두 차례 큰 국제대회, 동·하계 올림픽 성적을 보자.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해 치른 도쿄 하계올림픽에서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이후 근 40년, 올 초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20년 가까이 후퇴했다.

체육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을 텐데, 문 정부는 “메달을 못 땄어도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 아름답다”는 말로 성적 부진에 면죄부를 줬다. 도대체 이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올림픽에서 순위를 소홀히 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메달 못 따도 괜찮다’는 정부의 한마디에 체육계 전체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국이 10대 스포츠 강국인데도, 수십년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졌는데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걱정하는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체육인은 부화뇌동하기까지 했다. 특히 대한체육회는 두 대회를 마치고도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없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자리는 감투 쓰고 면피하는 자리가 아니다.

현재 대한체육회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정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독일에는 체육을 관장하는 부서가 따로 없다. 스포츠는 순수 민간 분야이기 때문에 정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국가 예산 지원을 한 푼 받지 않는다. USOC의 예산 최대 수입원(40%)은 기업 후원금이고 다음이 방송 중계료다. 일반인 후원금도 10%에 이른다.

대한체육회도 USOC나 독일올림픽위원회처럼 자립 못 할 이유가 없다. 88올림픽은 정부 재정 지원 없이 흑자 대회를 해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정치판에 기웃거리고 보조금이나 받으려는 의존적인 태도를 버리고 선진 지향적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등을 개방하고, 입장료를 내고 선수촌 시설을 이용하거나 관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의 USOC처럼 위원회 체제로 일원화하는 방법도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정부와 체육회가 소통하는 협의체도 구성하고 체육회 내 체육정책을 제대로 시행할 전문가들을 둬야 한다.

새 정부에도 당부하고 싶다.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과거를 되풀이 하지 말아달라. 지금 대통령 인수위에는 체육 정책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새 정부 구성과 더불어 체육계가 자치 체제로 전환하고 체육 행정도 미국·독일 등 구미 선진국형의 민간 자립 단체로 가는 대전환점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스포츠가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체육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철밥통’을 개혁하고 감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