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내각 진용이 짜였다. 경제팀은 전문성·경험·팀워크 등에서 제법 괜찮은 평을 받고 있다. “정책 리더십의 1차 관문은 경제 주체의 신뢰”라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출발이다. 물론 과거에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고 정책 경쟁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집단 사고나 경험의 덫에 걸릴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실에 민간 합동위원회를 신설해 정책의 기획 단계부터 민간의 정책 제안을 구하겠다는 구상은 매우 적절하다. 종전에는 민간·기업·시장을 관료가 만든 정책 대상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정책 파트너로 격상한 셈이다. 정책 공간을 확장할 수 있을 테니 축구로 치면 운동장을 넓게 쓰는 것이다.

하지만 집단 이익에 민감한 민간의 참여가 양질의 정책 결정 과정으로 안착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오죽했으면 미국 클린턴 행정부 예산국장을 지낸 앨리스 리블린은 “경제정책 결정 과정은 너무 복잡하고 범위가 넓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는 고사하고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를 설명하기조차 불가능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필자는 지난해 이 지면에서 “새로운 정부의 프레지던트노믹스는 미움과 향수에서 벗어나 혁신과 형평이라는 두 축을 기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제는 “정책 결정 과정의 내비게이션이 되어줄 원칙과 기준이 무엇이냐”이다.

이를 일곱 가지로 구체화하면 첫째, 경제정책은 시장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시장 원리는 경제 주체의 행동 규범이며, 자원의 최적 배분을 이뤄내기 위한 전제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코드는 시장이어야 한다. 둘째, 경제정책의 균형성이다. 정책 결정을 할 때 장기와 단기, 거시와 미시, 국내와 해외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정책의 안정성과 효율성이 확보된다. 셋째, 일관성을 유지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일관성이 없으면 정책 불신과 경제 불안이 야기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의 지적대로 신뢰야말로 노동·자본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생산 요소다. 넷째, 글로벌 시각이다. 국제 규범에 부합하고 유연성을 수용하는 정책을 추진할 때 국가 간 이동성이 높은 자원을 국내에 유치할 수 있다. 그래야 새 정부의 경제·외교·안보의 통합 전략이 효과를 낼 것이다. 다섯째, 경제정책은 반듯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정책을 만들 때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근거를 찾아 꿰맞추는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현장의 근거에 기반한 정책이라야 작동한다. 여섯째, 정책 당국은 아우성치는 소수의 단기적 이익보다 말 없는 다수의 장기적 편익을 우선하는 ‘사심 없는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대화와 타협도 이 원칙 위에서 진행돼야 한다. 일곱째, 경제팀의 역할 분담과 책임 소재가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처 간 이해 조정이 어려워 정책이 표류하거나, 대통령과 거리가 가까운 쪽이 결정을 주도하면서 시비와 잡음이 나게 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우크라이나 분쟁, 팬데믹에 따른 투자·소비 위축, 글로벌 공급망 붕괴, 물가 불안, 비정상적 부동산 시장, 고용 부진 등 곳곳이 빨간불이다. 새 경제팀은 판박이 정책을 만병통치약처럼 꺼내 쓰지 말고 새로운 정책 환경에 맞서 일관성 있고 효율적인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 그 핵심은 정책 경쟁력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는 ‘보이지 않는 손’과 함께, 시장 기능의 원활한 작동을 보장하는 ‘보이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 새 경제팀이 확고하고 투명한 원칙 아래 정책에 경쟁력을 불어넣고, 그 정책이 시장에서 작동하길 소망한다. 케인스 말처럼, 피할 수 있는 위기도 없지만 극복 못 할 위기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