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기업의 자산 규모는 세계 최대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공기업 순자산 비율이 16.8%로 매우 높다. 독일(1.2%)이나 일본(0.6%)보다 월등히 높고, 스웨덴(14.3%)보다도 높다. 또 우리 공기업의 부채 규모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공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국가 중 제일 높다는 것이다. 우리가 명실공히 G7이 되려면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 부문의 개혁이 필수다.

과거 정부들이 추진해왔던 공공기관 민영화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오히려 공공기관 숫자가 늘고, 이에 따라 공공기관 총수입 대비 정부 지원 재정 부담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민간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끊임없이 생산성 향상 노력을 한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생존이 보장되어 있는 공기업은 생산성 향상에 대한 절박함이 없다. 그러나 우리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공기업의 효율성 향상이야말로 절박한 관심 대상이어야 한다.

공공 부문의 생산성을 올리는 최선의 방안은 역시 민영화이다. 그러나 이는 노조 등 이해 관계자들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히게 되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과거 여러 정권에서 몇 번 시도했지만, 결국에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두 번째 방안은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간에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다.

뉴욕에서 공부할 때 일이다.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맨해튼으로 가는 직행 버스가 있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스태튼 아일랜드에 살면서 뉴욕으로 출퇴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을 보곤 좀 의아했다. 버스가 도착하기 1~2분 전 사설 미니 버스가 와서 뉴욕으로 가는 손님을 태워 가곤 했던 것이다. 이 미니 버스가 정식 운행 허가를 받았는지는 잘 모른다. 가끔 직행 버스 운전기사와 미니 버스 운전기사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욕시가 이러한 민간 사업자를 대상으로 소송한 재판 결과가 신문에 났다. 재판부는 민간 사업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판결 내용은 공공 부문과 민간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해 그 혜택을 일반 시민이 본다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요즈음 주택 개발 사업을 민간이 주도할 것인가, 공공이 주도할 것인가, 또는 민간·공공 합작으로 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가 많다. 필자는 스태튼 아일랜드의 미니버스 사업 모델을 제안한다. 민간과 공공 부문을 경쟁시키는 것이다. 게임이론에서도 같은 제안을 하고 있다. 조직 내에 같은 종류의 업무에 대하여 각각 별개의 두 기관이 독립적으로, 그리고 상호 경쟁적으로 일을 하게 하면, 두 기관은 경쟁을 통해 원가에 대한 ‘진실 폭로’를 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원가에 낀 거품(비효율)을 걷어내고, 결과적으로 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소위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공기업과 민간 기업에 각각 부여하고, 이들이 담합하지 못하도록 감독하면 된다. 그러면 죄수의 입장이 된 공기업과 민간 기업은 상대방과 공모를 하지 못하는 한 스스로 차선책, 즉 진실에 근거한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경쟁은 학교에도 적용할 수 있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에 경쟁을 유도하고, 공립학교가 사립학교보다 못하면 사립학교를 폐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공립학교를 사립학교에 못지않은 높은 질의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를 연구해야 한다. 경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어떻게 하면 생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연구해야 한다. 그것이 시장 경제의 순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