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냉전 이후 한국의 어느 정부보다 국제적인 도전과 위기 속에서 임기를 시작한다. 세계경제의 혼란과 첨예화하는 미·중 대립 등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제일 위험한 도전은 북한에서 나올 것이다. 지난달 김정은과 김여정의 언설은 북한의 새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정은은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핵을 사용할 것”이며 “적대 세력들을 선제적으로 제압 분쇄할 것”이라고 했다. 남한을 겨냥한 핵 공격을 명언한 것이다. 수 십 년 동안 한국 진보파가 신봉하던 “북핵은 같은 민족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신화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북한의 행동을 보면 이것은 과대망상이나 빈말이 아니다. 3월 북한은 ICBM 발사를 재개했고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ICBM, SLBM, 그리고 수소폭탄도 이미 모두 보유하고 있다. 북핵은 공세 수단, 즉 침략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북핵의 최종 목적은 체제 유지를 넘어 적화통일이나 남한의 예속화가 되었다. 그들의 희망대로 될지 모르지만 북한 지도부가 이러한 꿈을 꾼다는 것은 확실하다.
북한의 ‘남벌(南伐)’은 두 단계일 것이다. 먼저 대미 공갈이다. 물론 이 공갈은 북한에 유리한 조건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미국에서 경제 위기가 생기고, 고립주의가 고조되며, 특히 현임 미국 대통령이 유약한 성격을 가졌을 때 북한에 좋은 기회가 된다. 북한은 이 기회를 잡고 한반도에서 대규모 도발을 감행한다. 미국이 증원군 또는 전략 자산을 남한으로 파견하려 할 때, 북한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뉴욕이나 LA에 핵 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한다. 미국 대통령은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을까”라는 딜레마에 직면하는데, 그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미국이 겁을 먹고 한국을 포기할 경우, 북한은 전면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북한의 전술핵 앞에서 한국군의 무기는 장난감에 불과하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북한은 남한을 흡수 통일할 수도 있지만, 연방제로 위장한 불평등 관계를 설치할 가능성이 더 높다. 쉽게 말하면 남한의 홍콩화이다. 즉 국군을 해체하고, 남한의 내정 및 외정에 개입·간섭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 시나리오를 지나친 비관주의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는 실현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제로였던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이제 5~10%까지 높아졌다고 생각된다.
윤석열 정부는 수십 년 동안 경험한 적 없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북핵의 위협을 상쇄시킬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핵 개발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지만, 이것은 희망일 뿐이다. 남한의 핵은 한미 동맹과 병존하기 어렵다. 만약 한국이 정말 핵을 가지려 시도한다면, 국제 제재 때문에 남한 경제는 무너질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는 의미가 있지만, 여기에 지나친 희망을 걸지 말아야 한다. 어느 경우든 핵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이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에 한국의 전략적인 가치를 높여야 한다. 미국 주도 경제·안보 블록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동맹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유지·보수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미·영, 미·일 동맹에 근접할 만큼 강화해야 한다.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도 계속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문재인식 비현실적인 평화 프로세스가 아니라, 북한의 핵 능력 증강을 가로막기 위한 냉정한 접근이어야만 한다. 수십 년 만에 남북 체제 경쟁 시대가 재개되었다. 이를 한순간도 잊지 않는 것이 새 정부의 핵심 의무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