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AI 이미지/그래픽=뉴시스

작년 말 이후, 챗GPT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챗GPT는 대부분의 회사나 개인에게 필요한 서류 작업을 상당 수준으로 해낸다. 시, 소설도 쓰고, 주요 외신을 요약하며, 아내에게 줄 편지나 대학생 리포트도 대신 써 준다. 그렇다 보니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함은 무엇인지 등의 미시적 수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챗GPT의 등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비가 필요한 심각한 사안이다.

놀랍게도 챗GPT는, 보통의 프로그래머들보다 코딩을 더 잘한다. 이것은 인간의 다른 능력 대체와 차원이 다른 일이다. GPT가 자기 자신을 개량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개량은 무리겠지만, 자신의 중요 부분 부분을 주고 개량하라면 성공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개량된 GPT는 자신을 계속 개량해낼 것이다.

필자는 인간의 지능을 흉내 내고 능가할 수 있는 강(強) 인공지능(AI) 연구를 30년 이상 해 왔다. 앞에서 말했듯 뛰어난 AI라면, 그 AI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더 나아지게 개량할 것이므로 따라잡기가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어떤 AI가 스스로를 매달 2배씩 개량한다고 하자. 비슷한 AI가 한 달만 늦게 등장해도, 처음부터 2배 이상 빠르고 훌륭하지 않은 이상 첫 번째 AI를 추월할 수 없다.

이런 능력의 AI는 계속 스스로를 개량하면서, 바둑에서 그랬듯이 과학이나 투자 같은 전문적 영역에서도 인간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속칭 ‘일반 인공지능(AGI)’, ‘강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는 AI가 등장하는 것이고, 어느 인류도 그 AI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 바로 ‘특이점’이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AI를 인류가 계속 통제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일단 그런 AI는 대부분의 인력을 대체할 것이다. 나아가 그런 AI를 먼저 사용할 수 있는 개인, 기업, 조직, 국가는 그렇지 못한 쪽을 모든 면에서 압도하고, 그 격차는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자본과 노동력이 경쟁력과 가치를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누가 더 나은 AI를 쓸 수 있는가가 결정할 것이다. 노동을 통한 가치 창출, 임금을 통한 분배라는 자본주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지나친 비약이 아니다. 탁월한 AI는 필연적으로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부의 분배 문제를 야기한다. 강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그런 파문을 일으켜 세계를 변혁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창업자 샘 알트만도, 빈익빈 부익부의 자본주의를 혁신한다는 신념으로 GPT를 만들었고, 기본소득 실험을 계속해 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특이점을 가져올 첫 번째 AI의 등장에 대비해야 한다. GPT가 그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도, 특이점을 달성할 수 있는 AI를 속히 확보하고 통제하며 AI로 인해 발생할 실업과 분배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대비는 국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챗GPT는 1조원짜리 수퍼컴을 3개월간 학습시켜 만들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우리 평범한 국민을 위해 그 산출물을 써 달라고 부탁하기는 어렵고, 그런 AI가 야기할 여러 문제들의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기는 더 어렵다.

여의도, 세종, 용산에서 이런 고민을 누군가 이미 할지 모르겠다. 특이점의 도래를 야기할 ‘진짜 인공지능’의 개발과 확보는 물론 법적, 제도적 대비에 국가적 차원의 투자가 시급하다. 혹시 아직 GPT가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우리가 뭔가를 해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기가 지금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