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저서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소개했다. 그는 경제 주체들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며 자율적으로 행동하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기심과 행동의 조합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 것이다.

암호화폐 위믹스를 발행한 게임업체 위메이드 본사. /뉴스1

지난 대선 과정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양당 후보 진영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P2E(Play to Earn) 게임의 합법화였다. P2E는 흔히 돈 버는 게임이라고 불리며, 그 합법화는 위메이드 같은 P2E 업체의 숙원 사업이었다. 게임하는 유저는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게임 아이템, 특히 게임 머니를 획득한다. P2E 업체는 이 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하기 위해 위믹스 같은 코인을 만들었다. 위믹스는 현금으로 교환되기에 게임 머니는 현금화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0여 년 전 바다이야기에 의해 온 나라가 도박판이 된 적이 있기에 게임법 32조에서 환전을 금지하고 있다. 바다이야기라는 슬롯머신 게임은 게임에서 획득한 점수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었고,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도박에 빠진 것이다. 그때 후유증으로 신설된 게임법 32조의 환전 금지 조항은 P2E 업체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우리 학회는 ‘청소년판 바다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P2E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점은 필자가 이재명 후보 대선 캠프 ‘게임 메타버스’ 특보단장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전문가 자문 조직인 특보단에서 ‘P2E는 위험한 폭탄’이라는 반대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후보 입에서 P2E 게임 허용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후보는 유튜브에 출연해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P2E 반대는 쇄국 정책”이라는 발언을 했다. 특보단이 경악을 금치 못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부랴부랴 국회에서 특보단 정책 토론회를 열어 P2E 반대 입장을 천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김남국 의원은 대선 자금 NFT 모금을 발표했다. 이는 P2E를 ‘NFT 게임’ ‘블록체인 게임’ 등의 단어를 쓰면서 마치 첨단 기술 기반 게임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던 P2E 업체에 엄청난 호재였다. 발표 후 위믹스는 10%나 올랐다. 이런 상황은 이재명 후보 진영뿐 아니라 윤석열 후보 진영에서도 발생하고 있었다. 며칠 전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대선 당시) P2E 합법화 제안을 많이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 의원은 선대위 게임특별위원장이었다. P2E를 합법화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은 너무도 강력했다. 작년 국감에서는 여러 의원이 P2E 게임 허용을 촉구하는 등 허용 요구가 국회를 중심으로 분출했다. 지난 4월 국무조정실은 ‘P2E 게임 규제 완화 파급효과’를 연구한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에 대한 의문은 마침내 5월 5일,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이해되었다. 김남국 의원이 보유하고 있다는 위믹스의 존재, 그것은 대선 과정 내내 필자를 괴롭히던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를 보여준 것이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떠돌던 P2E 업체의 국회 로비설, 이익공동체의 존재 가능성이 힘을 받는 순간이었다. 이익공동체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증식한다. 김남국 의원처럼 위믹스를 보유하고 있는 의원이나 보좌관은 자신의 재산을 증식시키려고 미친 듯이 뛸 것이다. 생각해 보라. 200원짜리 위믹스가 3만원이 되고, 아니 10만원이 된다면 500배의 수익이 된다. 1000만원을 투자하면 50억원이 생긴다. P2E 업계에서는 위믹스가 10만원을 넘긴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만일 국회 관련자가 위믹스를 보유했다면, ‘위믹스 이익공동체’에 가담한 셈이 된다. 위믹스를 받았건 샀건 결과는 마찬가지다. ‘공범’이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 학회가 의원과 보좌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한 이유다.

국회와 P2E 업체의 이익공동체는 대한민국의 부패 정치를 막기 위해서도, 게임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분쇄되어야 한다. 게임 업체가 게임 개발을 하지 않고 이익공동체 형성을 위해 로비만 한다면 미래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