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경건해지고 숙연해지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이다. 70여 년 전 6·25전쟁이 우리 국민에게 준 비극과 상처를 기억하고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달로 국민의 호국정신을 다지고자 함이 그 속에 들어 있다.

일제 치하를 벗어나 광복의 기쁨으로 만세 부르던 건국 초기 우리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내지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혼란스러웠다. 불행히도 국민은 좌와 우로 분열되고 국토는 남과 북으로 분단되고 체제는 양분되었다. 그리고 몇 년 뒤 6·25전쟁의 비극을 맞았다. 북한이 소련제 탱크를 앞세워 우리를 향해 공격해 왔다. 우리는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천만다행히도 전쟁은 북한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전쟁으로 남과 북은 모두 엄청난 희생과 손실을 입었다. 금수강산이 잿더미로 되었고 산천과 계곡은 피로 물들었다. 온 국토가 폐허가 되었다. 전후세대들은 그 모습이 잘 상상이 안 된다.

6·25전쟁의 처절한 상태가 상상이 안 된다면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거의 1년 반 동안 계속되고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과 생활은 언론으로 보고 듣는 것 그 이상이다. 70여년 전 이 땅에서 이러한 전쟁이 무려 3년 넘게 계속되었다. 3년 동안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치열했다. 우리는 낙동강까지 후퇴를 거듭하여 함락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천운의 기적이 우리나라를 살렸다. 반격 작전을 통해 압록강까지 진격했다. 통일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그러나 중공군이 참전하면서 다시 후퇴했다. 이 처절한 전쟁에서 우리는 미군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한미동맹은 이렇게 6·25전쟁에서 피를 통해 맺은 동맹이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했다. 각 분야에서 한류문화가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실로 우수한 민족이요, 잠재력이 뛰어난 나라다. 자랑스러워해야 마땅하다. 스스로 자신감과 긍지를 가져도 될 나라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잠시도 주춤할 겨를이 없이 기술혁명, 정보혁명, 의식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철 지난 이념 논쟁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지도 오래다. 오로지 국익만이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의 기준이다. 국제관계 틀에서 한미 관계를 대입해 보면 결과는 간단하고 분명하다. 우리는 미국의 도움과 지원으로 지금 세계 속의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고 있다. 미국과 안보동맹을 시작으로 경제동맹, 자유민주주의 가치동맹에 이르기까지 포괄적 동맹관계를 이루며 경제발전, 산업발전, 정치발전을 거듭해 왔다.

신상태 재향군인회장

한때는 미국과 거리를 두고 우쭐거리다가 곤란한 지경까지 이른 적이 있었다. 동맹의 입장에서 참으로 철없는 어리석음이었다. 꼭 친미(親美)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용미(用美)도 괜찮다. 그러나 반미(反美)는 어리석었다. 반미는 철없던 시대의 잘못된 화두에 불과하다. 지금 시대에 우리 사회에 아직도 반미운동이나 반미를 주창하는 세력이 있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북한의 사주를 받은 불순분자나 위장간첩일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반미운동이니 반미세력이니 하는 용어가 사라져야 할 때가 됐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영원한 동반자 미국과의 동행이다. 선진국으로 도약해가는 우정의 여정 그 자체였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여러 관공서에는 이를 상징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 문구 “피로 맺은 동맹, 같이 갑시다”를 보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다수일지 모른다. 외형으로 표현된 문구는 단순하다. 그러나 그 속에 내포된 의미는 깊다. 지향하는 목표 또한 크다. 무심코 걸려있는 현수막이 아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전쟁과 한미동맹, 그리고 우리 현대사를 연결해본다. 과히 기적을 이뤄낸 동맹이다. 그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 그리고 더욱 발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