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77년 전인 1946년 7월 31일, 대한민국의 살길은 무역뿐이라는 데 뜻을 같이한 105인의 선각자가 모여 한국무역협회를 창립했다. 선배 무역인들의 혜안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는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세계 7대 무역 대국에 올라섰다. 남보다 한발 앞서 달려온 무역인들의 쉼없는 노력이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무역은 어려운 고비마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1960년대 수출은 대한민국 산업 공업화의 발판이 되어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수출 확대에 따른 외화 유입에 힘입어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다. 코로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된 작년에도 우리 수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K컬처 열풍이 세계로 확산되며 이제 한국은 문화와 서비스, 콘텐츠 분야에서도 수출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의 무역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딘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저탄소・친환경 규제 강화 등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무역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성장 잠재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 교육, 연금 등의 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하며 솔선수범해 위기 극복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수출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대통령이 앞장서 수출 전선을 누빈 결과 방산과 원전, 인프라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국빈 방문에서는 총 59억달러의 투자 유치와 50건의 MOU 체결 성과를 거뒀고, 7월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우크라이나 순방 때는 1조달러 이상으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과 방산 수출 확대, 신공항 고속철 사업 참여 등 굵직한 성과가 잇따랐다.

한미 동맹이 강화되고 한일 관계가 개선된 것도 우리 무역인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뤄진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미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핵심 파트너로 공조를 굳건히 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양국이 과거의 짐을 내려놓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기반을 마련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3국의 긴밀한 협력은 동북아 지역의 안보는 물론 공급망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한국 무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철폐와 함께 각국의 보조금 경쟁에 대응하여 이들과 동등한 수준의 투자 여건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반도체라는 특정 품목과 중국이라는 지역에 편중된 무역 구조를 다변화하여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도 상호 협력을 추구하는 균형 잡힌 접근도 필요하다.

이러한 과제들에 대한 해답은 오직 현장에서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기업과 정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원팀’이 되어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무역협회도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매어 본연의 소리를 되찾는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수출 확대에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