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스라엘 남부 아쉬글론에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대미사일 시스템이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3대 절기 중 하나인 초막절(추수감사절)이 끝나는 축제의 날 안식일 새벽,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예상 보유량을 넘는 수천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면전 수준의 도발이었다. 하마스는 지상으로도 직접 침투, 이스라엘 국민 수십 명을 포로로 잡아 가자지구에 억류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은 욤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 50주년 다음 날이었다. 당시 아랍 연합군의 공격 징후를 놓쳐 패배 직전까지 갔던 이스라엘의 트라우마가 떠오른다. 그만큼 하마스가 이번 공격을 오래 준비했고 상징성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왜 하마스는 이번 공격을 자행했을까? 먼저 팔레스타인 정치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보인다. 최근 이스라엘의 일부 극우 각료들이 서안지구 병합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현지 정정(政情)은 불안해졌다. 올해만 700여 건의 폭력 충돌이 있었다. 하지만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파타 자치정부는 무력했다. 2007년 파타와 싸우다 가자지구로 밀려났던 하마스가 공세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팔레스타인 대중에게 ‘우린 다르다’며 다가가는 것이다. 일종의 대비 효과다.

그래픽=송윤혜

둘째 이스라엘 정치의 혼란상을 활용하려는 노림수다. 사법제도 재편을 둘러싼 이스라엘 내 분열이 심각하다. 여론은 첨예하게 갈렸고 시위는 끊임없었다. 군을 포함한 고위직들도 이 정책에 반대했다. 정치의 혼돈은 안보 약화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하마스는 그 약한 고리를 파고들었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하마스의 공격 징후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셋째 지정학적인 포석이다. 미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 움직임을 막으려는 의도로, 가장 핵심적인 동기다. 2020년 아브라함 협정으로 아랍 형제국들이 줄줄이 이스라엘과 수교할 때 팔레스타인은 고립무원이었다. 여기에 아랍 이슬람권의 맏형 격인 사우디마저 이스라엘과 손을 잡으면 팔레스타인의 존립 기반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판을 흔들기 위한 도발을 한 셈이다.

그래픽=김현국

미국과 사우디는 당혹스러울 것이다. 미국은 한동안 갈등 관계였던 사우디를 다시 품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그 핵심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을 엮어 미국이 주도하는 친미 진영을 복원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사상자가 늘어나면 사우디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야 한다. 반면 미국은 이스라엘을 편들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최근까지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것들을 계산하고 있던 차에 돌발변수가 나타난 셈이다. 반면 오랫동안 하마스를 지원해왔던 이란은 내심 반가울 것이다. 일단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회복을 막아내는 효과가 크다. 하마스의 후견국이자 반서구 저항의 담론을 이끄는 이란의 소프트파워를 내세울 수 있다. 이란 배후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압도적 우위의 무력을 가진 이스라엘의 강력한 대응이 시작되면 곧 상황이 종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두 가지 고민이 있다. 자국민이 포로로 잡혀있는 상태라는 것, 그리고 지금은 대부분 하마스를 비난하지만 보복공격에 의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피해가 늘어날 때 비난의 화살이 이스라엘로 향할 가능성이다. 지난 수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아랍과 화해하며 안정적 안보 환경을 만들어온 이스라엘엔 부담이다. 종교에 매몰된 극단주의 정파가 적대적 공생을 하게 되면 최악이다. 싸움이 격화되면서 이스라엘 초정통파 유대교 세력의 팔레스타인 궤멸 논리가 힘을 얻고, 이슬람 극단주의 하마스가 이스라엘 소멸론을 주장하며 이란을 포함하는 반시오니스트 연대를 강화하는 시나리오다. 상대를 배척하는 종교의 교리가 담긴 종말론 즉 아마겟돈의 서사다. 이 서사는 현실이 되면 안 된다. 비유로만 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