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 주최 '기업생존을 위한 상속세제 개편' 세미나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요즈음 기업 상속세 개정에 대한 논의가 많이 나온다. 세금 정책은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영역이어서 기업 상속세 개정 방향에 대한 논의도 뜨거울 수밖에 없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 간의 논쟁에는 결론이 없다. 일반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정해진다. 이 논쟁에선 객관적 통계와 수치가 인용된다. 이들 자료는 가치 판단 진영에 따라 다른 게 아닌, 하나의 사실만 존재한다. 상속세 논쟁에서 객관적 통계가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상속세 논쟁에서 핵심적인 자료 중엔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한 가짜가 있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객관적인 수치마저도 왜곡시키는 사회적 범죄행위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의 상속세 부담이 적정한 수준인가? 이는 상속세 개편 논쟁에서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출발점이다. 우리의 상속세 부담이 적정한가를 판단하는 방법은 국제 간 비교다. 이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OECD 국가들의 평균 상속세율’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많이 인용하는 수치는 ‘26%’다. 지난번 경제부총리조차도 상속세를 개정할 때가 됐다고 발표하면서 이 26%를 인용했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왜곡하는 가짜 통계다. 평균치란 전체 집단의 특성을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고, 그 과정은 단순하고도 명료하다. 전체 38국 OECD 국가들의 개별 최고 상속세율을 합산해 전체 국가 수로 나누면 된다. 그 결과가 ‘13%’다. 그래서 ‘OECD 국가들의 평균 상속세율’은 13%다. 이 결과치엔 이념이 필요 없고, 서로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그러나 26%란 왜곡된 평균치를 유도한 과정을 보면, 누군지 모르지만 의도를 가진 교활함을 느낄 수 있다. OECD 국가들 중에선 상속세가 없는 국가가 14국이다. 이 국가들을 제외하고 상속세가 있는 국가들만의 평균 상속세율을 계산하면 26%가 된다. 필자가 처음엔 왜 많은 언론에서 26% 수치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이후 이 계산 과정을 우연히 발견하고선 누군가의 의도적 왜곡을 느꼈다. 목표 달성을 위한 가짜 통계치를 바이러스처럼 뿌려 놓았고, 이 수치가 진실인 양, 아직도 많은 언론과 상속세 개편 토론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평균치 계산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학생들의 개별 점수를 합산해 전체 학생 수로 나누면 그 학급의 평균성적이 된다. 그게 ‘평균치’의 수학적 정의다. 빵점을 받은 학생을 제외하고 구한 평균치라는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OECD 국가의 평균 상속세율은 13%이지, 상속세가 없는 국가를 제외한 수치인 26%는 OECD 국가의 평균 상속세율이 아니다. 구태여 이런 통계를 구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지금도 26%라는 가짜 평균치가 유통되고 있다. 모든 가짜 통계에는 빠져 나갈 논리를 만들어 놓는다. OECD 국가의 평균상속세율 26%라는 주장에 가짜 평균치임을 지적하면, 상속세가 존재하는 국가만을 대상으로 구한 평균치라고 부연 설명한다. 평균치는 전체 집단을 대상으로 진단하는 통계치이지, 일부분만을 떼어내서 구한 ‘부분적 평균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평균치에 부연 설명하는 꼬리표가 달리면, 더 이상 평균치가 아니다.

한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50%이다. 일본이 55%이므로, 우리가 전 세계에서 둘째로 상속세율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상속세 제도엔 다른 국가들에 없는 독특한 게 있다. 대주주의 경우엔 20% 할증해서 상속세 부담을 더 높인다. 그러므로 우리의 최고 상속세율은 ‘60%’이다. 많은 국가의 상속세 제도는 누진구조를 갖는다. 상속액에 따라 계산하는 세율이 다르다. 국가 간 상속세 부담을 비교하는 수치는 상속세율의 최고치다. 그래서 한국에서 최고의 상속세율은 50% 아니고, 60%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상속세율은 ‘60%’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OECD 국가들의 평균 상속세율은 ‘13%’이다. 숫자에는 정치와 이념이 필요없다. 단지 객관적인 진실이 존재할 뿐이다. 이제 이 수치를 갖고 다른 이념을 가진 진영 간에 기업 상속세의 개편 방향에 대해 논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