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연구·개발) 예산으로 나라가 또 한 번 어수선하다. 왜 그럴까? 근본적으로 나라의 돈(세수)이 적어서다. 많다면 이럴 이유가 없다. 대학 연구비의 재원은 작년 기준 중앙정부 74%, 민간 17% 정도이다. 민간 연구비는 의약학 분야에 43% 정도 투자되고 있다. 그다음이 공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순이다. 인문학은 5% 정도에 머무른다. 미국과 항상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미국은 국가의 연구·개발 투자 중 기업이 투자하는 것이 66% 이상이다. 또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다.
근본적으로 적은 돈은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 창의적 연구, 도전적 시도는 적극 장려해야 한다. 국제 협력이 필요한 첨단 과학 연구는 긴요하다. 또 어려운 환경에 있는 후배들(학문 후속 세대)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것으로 충분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세금에만 의존하는 연구비 문제가 개선되어야만 한다.
국민이 내는 혈세(血稅)만으로 연구비를 지원해야 하나? 많은 국민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세금은 쓸 데가 아주 많다. 국방비, 홍수 예방, 도로와 하천 건설, 빈곤층 지원 등등 정말 다양한 곳에 써야 한다. 대학의 연구도 돈이 없으면 못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백년 대계(R&D)에는 민간도 동참하면 좋겠다. 특히 기업이 참여해 준다면 많은 고민이 해결된다. ‘윈-윈’이 가능하다. 어려운 경제 환경이지만 기업이 동참해주고 그 기업이 필요한 연구에 대학이 나서주면 어떨까? 기업이 대학 연구를 지원한 성과는 그 민간 기업에도 환류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문과(인문사회과학)의 경우 지원 과제의 평가를 논문 성과로만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이래서는 연구자의 동기가 부족하다. 융합연구 등의 경우, 연구 성과의 기술 이전, 특허 등록이 장려되어야 한다. 또 기업의 대학 연구비 지원에 대한 보상은 다른 제도 혜택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학은 기업에 ESG 비전, 전략 과제와 실천 목표 개발을 지원하여 보답할 수도 있다.
기업은 ESG 경영,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압박, 반(反)기업 정서에 괴로워한다. 기업 총수를 수사하고 구속하기도 한다. 물론 법의 문제다. 그러나 반기업 정서가 가장 아프다. 만약 학계에 연구를 지원하는 기업이 여럿 나온다면 이 문제도 간단히 해소되리라 기대한다. 대학이 나서서 삼성, 현대, 포스코 등을 응원하고 홍보해줄 테니까.
대학 형편은 어떤가? 수시·정시모집에 안간힘을 쓰지만, 학생 수가 모자라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교수 연봉 증액은커녕 구조조정이 임박했다. 먼저인가 나중인가 시간 문제일 뿐 수도권과 지방이 똑같다. 돈을 쏟아붓는 글로컬(Glocal) 대학, 라이즈(RISE·지역 혁신 중심 대학 지원 체계) 사업만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모두 알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근본적으로 아이를 많이 낳게 해야 한다. 대학과 기업이 손을 잡고 화끈한 출산 장려책을 내놓으면 좋겠다. 이른바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다. 장기적으로 대학과 기업이 살고 나라가 살아날 것이다.
국내 R&D에서 민간 부문 연구·개발 증가율은 답보 상태다. 2000년대에는 11.4% 증가율이었는데 2011년 이후 한 자릿수로 주저앉았다. 특히 문제는 그 효율성이다. R&D 대비 지식재산 사용료 수입 비중은 OECD 평균을 밑돈다. 투자액 100만달러 기준 특허 수는 OECD의 중간일 뿐이다. 연구비의 양적 증가 못지않게 그 질적 효율성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함은 물론이다. 단, 10만원이라도 아껴서 써야 하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연구를 하는 기업이나 대학에 세액공제의 혜택을 높여준다면 어떨까?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대한민국이 결과적으로는 돈 많은 사우디에 뒤졌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온 힘을 다하였다. 이대로 끝내지 말자. 총력으로 기업·학계가 합심해보면 어떨까? 다시 한번 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