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0.6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둔다면 2070년 우리나라 인구는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의 60%에 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소멸하는 노인국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경제가 추락하고 자주 국방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다른 나라들보다 유독 낮은 주된 원인에 대해 그동안 많은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를 종합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양육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택 가격,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느끼는 육아 독박, 그리고 젊은이들의 불안정한 일자리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출생률을 높이려면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아동 수당은 양육비를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하자는 것이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높은 주거 비용, 일과 육아의 병행 부담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꺼려하는 젊은이들에게 육아는 사회가 함께 책임진다는 확신을 주자는 것이다.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양육비의 주된 이유는 치열한 입시 경쟁과 이에 따른 사교육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므로 교육 개혁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올해 태어나는 아이부터 월 10만원씩 8세까지 아동 수당 960만원을 지급할 뿐만 아니라 임신·출산 의료비, 첫 만남 이용권, 부모 급여, 보육료·급식비, 초·중·고 교육비 등 명목으로 총 725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광역시·도와 기초지자체가 각종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파격적인 곳은 전남 강진군으로 아이 1명당 월 60만원씩 7년간 총 504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강진군의 재정 자립도는 7.6%에 불과하다. 이처럼 재정 자립도가 10%도 되지 않는 기초지자체들이 수두룩하다. 저출생 문제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국가적인 재난 상황이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저출생 대책이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중앙정부에 예산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기초지자체들이 나서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작은 지자체에서 시작한 양육비 지원은 이제 수도권 광역지자체까지 나서고 있다. 인천시가 0세부터 18세까지 1억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서울시 의회에서도 0세에서 18세까지 총 1억원 지급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서울시는 비록 출산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기는 하지만 인구 감소 지역은 아니다. 더욱이 재정 자립도가 75.4%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높다. 인천시도 52.4%로 넷째로 높다. 반면에 인구 감소 지역들이 몰려 있는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강원특별자치도는 재정 자립도가 24~25%에 불과하다.

결국 지자체별로 경쟁하도록 내버려두면 재정 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들의 지원액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지방의 인구 소멸과 고령화를 촉진하고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만을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에서 지급하는 모든 현금성 지원을 중앙정부가 통합해서 아동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지원 기간도 단기에 그치지 말고 성인이 될 때까지 지급해야 한다.

필자는 아이가 태어나면 매달 100만원씩, 연간 1200만원, 20년 동안 총 2억4000만원을 지급하자고 주장해 왔다. 매년 지출될 정부 예산은 신생아 30만명(2022년 25만명 출생)으로 계산하면 시행 첫해에는 3조6000억원이 된다. 10년 뒤에는 300만명에 대해서 36조원이 소요될 텐데 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지출한 예산 51조7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따라서 정부와 모든 지자체의 각종 출산·육아·교육 관련 보조금을 아동 수당으로 대체하면 증세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정책이다. 20년 뒤부터는 매년 아동 600만명에 대한 보조금으로 예산 72조원이 소요되는데 그동안 경제 규모도 커질 것이므로 경제 규모 대비 실질 부담은 거의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책이 성공해서 출생아 수가 30만명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예산이 좀 더 늘어나겠지만 크게 환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