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가 열린 지난 17일. 개장 3시간 전 한정판 유니폼을 사려는 사람들의 수백 미터 행렬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역시나 섬유패션인의 눈에 제일 먼저 포착되는 것은 본 게임보다 국산 야구복을 구매하는 장사진이다.

우리 패션을 주목하는 것이 어찌 나뿐이랴. 전 세계인들이 K콘텐츠를 시작으로 K팝, K푸드 등을 거쳐 섬유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바야흐로 유럽·아시아 등지에서 K섬유패션이 부상하고 있다. 우영미 디자이너는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아 파리 라파예트 백화점 등 정상급 유통 채널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며 탄탄한 존재감을 구축했다. 정욱준 디자이너의 ‘준지’도 해외 매출이 급성장하며 글로벌 유통망을 확대해가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코닥 등은 타 업종에 패션 DNA를 접목하여 재탄생한 라이선스 브랜드들로 K패션을 이끌 유망주다. 전 세계인이 착용하는 의류의 상당수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만든 제품이다. 최대 의류 소비국인 미국에서 “3명 중 1명이 한국 기업이 만든 옷을 입는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K섬유패션을 지탱하는 힘은 국산 소재이다. 국산 소재는 세계 시장에서 스마트하기로 유명하다. 똑똑하기에 분야별 일등 주자도 여러 개다. 소위 “섬유산업의 반도체”라고 일컫는 스판덱스의 글로벌 점유율은 1위이며, 전 세계 자동차 바퀴 네 개 중 하나는 국산 타이어코드로 만들어진다. 또한, 산업의 접착제인 저융점 섬유도 국산이 세계 최고다.

국산 섬유 소재와 패션의 합종연횡은 원사, 원단, 봉제 등 전 업종의 고른 분포와 100만 섬유 패션인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우리 섬유패션산업은 단합된 힘으로 1987년 단일 산업 최초로 100억달러를 수출하고, 지난 47년간 300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하며 핵심 기간산업의 지위를 점유하였다.

이러한 저력으로, 대한민국 섬유패션산업의 빛나는 미래를 자신한다. 전기차와 수소차, 풍력발전의 프레임을 만드는 탄소섬유, 5G 통신의 핵심인 광케이블을 보호하는 아라미드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 산업은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블록체인, VR(가상현실) 등 첨단 기술과 접목하여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로봇, 디지털 전환 기술이 섬유패션 제조 공정과 유통의 혁신을 이루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또한 섬유패션산업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리사이클 소재 사용, 가치소비 등을 통해 순환생태계를 만드는 데 민관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섬유패션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100년의 역사와 축적된 기술력, 가장 많은 세계 생산 공급망을 보유한 나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또한 첨단기술, 서비스, 문화, 예술이 어우러지는 융합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나는 40여년 전 한 평 남짓의 의류 소매상으로 시작하여 1조원 매출에 8개 계열사 그룹을 일구었다. 그 경험에 비추어 지금 K패션이 제2의 한류 전성기를 이끌 매력적인 산업임을 확신한다. 부디 열정 가득한 젊은이들이 패기로 도전해 전 세계에서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