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정부는 전체 91개 부담금에 대한 전수 조사를 거쳐 약 35% 수준인 32개를 정비하는 내용의 부담금 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2002년 부담금관리 기본법 관리체계 도입 이후 최초의 전면 정비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조세와 달리 부담금은 국민들이 부과 사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부담금은 수익자 또는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해당 공익 사업으로부터 편익을 받거나, 부정적 외부 효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집단에 부과된다. 예를 들어 ‘수질 개선’이라는 목적을 위해 물 사용자에게 ‘물 이용 부담금’을 부과하거나, 노후 경유차 소유자에게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대표적 예이다. OECD 주요 국가에서 부담금이 활용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지만, 주로 환경 보호나 수자원 관리, 교통 인프라 개선 분야 등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 지원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최종 소비자의 전기 요금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2년 말 기준 부담금은 총 91개이며 전체 수입은 22조4000억원이다. GDP의 약 1% 수준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다. 2002년 102개, 7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부담금의 수는 그리 줄어들지 않았고 규모는 3배 이상 크게 확대되었다. 물론 물가 상승분도 감안해야겠지만 국민과 기업의 부담이 그만큼 확대되어 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기획재정부는 2001년 부담금관리 기본법을 제정하여 부담금운용평가 등을 통해 부담금을 지속적으로 정비해오고 있다. 그러나 각 정부 부처 입장에서는 부담금이 기금이나 특별회계 등의 수입이며, 손쉽게 재원을 조달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정비가 쉽지 않다. 여건이 변했음에도 타당성이 약화된 부담금이 남아있는 이유이다. 2000년대 이전 도입된 부담금이 56개로, 전체 부담금의 60%가 넘는다는 점에서 정비가 한번쯤 필요한 시점이었다. 1961년 도로법 제정 시 신설되었으나, 요즘은 대부분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하고 있음에도 63년간 유지되어 온 도로시설물 손괴에 대한 부담금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번 정비 방안을 통해 그간의 정비 노력에도 불구하고 90개 내외로 유지 중이던 부담금 수가 역대 최저인 69개로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국민과 기업이 직접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부담금을 중심으로 연간 2조원이 축소된다. 전력기금 부담금, 출국 납부금,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등 실생활과 밀접함에도 그간 국민들이 납부 사실조차 잘 몰랐던 부담금이나, 학교용지 부담금, 개발 부담금 등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부담금이 대상이라는 점이 반갑다. 부과 실효성이 없음에도 관행적으로 존치되던 부담금을 일제 정비한 점도 의미가 있다. 일례로 1999년 신설된 이후 단 한번도 부과된 적이 없었던 댐건설법 수익자부담금이 이번 기회에 폐지된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우선 32개 부담금의 폐지 또는 감면이 시행될 수 있도록 신속한 법령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번 정비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정비 후 존치되는 69개 부담금에 대해서도 지속적 점검이 필요하다. 부담금 관리 체계 강화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부담금 존속 기한이다. 현재도 부담금관리 기본법은 부담금의 존속 기한을 각 근거 법령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존속 기한이 설정된 부담금은 6개에 불과하다. 모든 부담금에 예외 없이 존속 기한을 설정하여 관행적 존치를 방지하고, 부담금 신설 시 타당성도 보다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번 정비 방안은 2002년 부담금관리 기본법 시행 이후 부담금 관리체계에서 가장 큰 변화이다. “부담금 운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여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경제활동을 촉진”한다는 부담금관리법의 목적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