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달성군의 한 초등학교 입학식에서는 교장선생님의 입학 인사가 러시아어로 동시 통역되었다고 한다. 신입생의 60%가 다문화 학생들이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러시아어를 할 수 있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학교 전체로 보면 다문화 학생의 비율은 40% 정도로 모두 11개 국가, 6개 언어가 공존 중이다.
입학생은 23명으로 학령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나, 다문화 학생의 비율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아이들은 이제 학교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동복지법 제2조에 따르면 아동은 ‘출생 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고’ 자라야 한다. 과연 대한민국 사회는 아이들에게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를 가르쳐 줄 준비가 되어 있을까?
최근 ‘다문화’ 관련 이슈는 아동 복지 및 교육 복지에서 가장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주제다. 지난해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초·중·고 내 이주배경 아동 및 청소년의 숫자는 2014년 6만8000명으로 전체의 1.1%에 불과했으나, 2023년 약 18만1000명으로 전체 학생 수의 3.5%에 달했다. 약 3배 증가한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다문화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며 다양한 교육 및 복지 방안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이주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능력껏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 구축을 목표로 ‘이주배경학생 인재양성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어 교육 체계 전면 강화, 우수 인재 장학금, 다문화 강점 개발 정책학교 및 특화형 직업계고, 다문화 교육지원센터 설치 등 이주배경 학생이 겪는 학업적, 언어적, 문화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다문화 교육정책 실현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공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의 상황은 어떨까? 외국인 노동자 증가세가 뚜렷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아동센터 내의 이주배경 아동 수는 매년 증가세를 띠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조사한 ‘전국 지역아동센터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지역아동센터 내 다문화가정 아동은 2022년 기준, 2만4000명으로 전체 아동 수의 약 23%를 차지하며 학교 현장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후 교육 및 돌봄 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현재 다문화 교육에 대한 이렇다 할 정책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아동복지 전문가 및 교육현장 관계자들은 지역아동센터 맞춤형 다문화 교육 인프라 구축에 대한 민간 지원 등을 언급한다. 예를 들어 CJ 사회공헌사업 ‘CJ도너스캠프’에선 ‘꿈키움 문화 다양성 교실’을 운영 중이다. 지역아동센터를 기반으로 해 문화 다양성 인식 개선 및 문화적 고립 예방을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다문화-비다문화 아동뿐 아니라, 교사까지 대상에 포함한 커리큘럼으로 현장에서 호응을 얻었다. 수업 이후에는 아동들 간의 문화 교류 및 이해, 차별 예방, 다문화 아동의 정체성 확립까지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한 예로, 부모님의 국적을 숨기던 아동이 직접 친구들에게 해당 나라의 전통문화와 음식을 소개하는 등 변화를 이끌어 냈다.
대한민국이 ‘다문화 사회’로 성큼 진입한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다. 문화 다양성 인식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다른 국가의 경우, 다른 문화 간의 이해 부족, 교류 부족 등으로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다양한 연령대의 다문화 아동·청소년이 비다문화 아동·청소년과 함께 같은 현장에서 돌봄 및 교육 수혜를 받고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차별 없는 성장을 위한 ‘문화 다양성 교육’을 민관의 유기적 노력으로 지속할 수 있다면 사회 발전에 큰 기여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