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초저출생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현실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양육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소득 대비 주택 가격,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느끼는 육아 독박에 대한 부담, 그리고 젊은이들의 불안정한 일자리 등 여러 복합적 요인 때문이다.

따라서 부총리급 총괄 부처를 신설해 종합적이고 혁신적인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저출생 대응 기획부’ 설치는 적극 환영한다. 다만 저출생 문제는 인구 고령화를 비롯한 사회 전반 문제이기 때문에 “저출생”이라고 범위를 한정하기보다는 ‘인구부’ ‘인구가족부’ ‘인구미래부’와 같이 포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이름이 더 적합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신혼부부에 대한 헝가리식 대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지난 총선 기간 민주당은 “신혼부부에게 1억원을 10년 만기로 대출해 주고 첫째 아이를 낳으면 무이자로 전환, 둘째를 낳으면 5000만원 감면, 셋째를 낳으면 원금 전액을 감면”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내놓았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의 변형이다. 최근 나경원 의원은 이를 다시 꺼내 들며 “신혼부부에게 2억원을 20년 만기, 금리 1%에 대출해 주고 첫째를 낳으면 이자 감면, 둘째를 낳으면 원금 일부를 탕감”해 주자고 주장한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정부가 산모에게 자녀 1명당 현금 1억원을 지원해 준다면 동기 부여가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63%가 “동기 부여가 된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혼인은 19만4000건이었다. 혼인 한 건에 2억원씩 대출 지원한다면 거의 4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출생아는 23만명이었다. 출생아 한 명당 현금 1억원을 지급한다면 23조원이나 된다. 이러한 막대한 금액을 신혼부부와 출생아에게 일회성으로 지원한다면 아이를 키우는 데 쓰기보다는 집을 사는 데 쓸 공산이 크다. 이는 매년 주택 가격을 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해 특례 보금자리론으로 40조원, 올해 신생아 특례 대출로 27조원이 풀리면서 주택 가격이 들썩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지나치게 높은 집값이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데, 결국 일회성 목돈 지원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다.

때문에 필자는 현재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에서 나가는 모든 현금성 지원을 중앙정부가 통합해서 출생 후 20세가 될 때까지 아동수당으로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합계 출산율이 1.5명을 넘는 독일은 출생 후 18세까지 매월 250유로(약 37만원)를 아동수당(Kindergeld)으로 지급한다. 18세 이후에도 구직 중이거나 대학 재학, 직업훈련 중이면 25세까지 지급한다. 합계 출산율이 1.6명을 넘는 스웨덴은 출생 후 16세까지 매월 1250크로나(약 16만원)를 아동수당으로 지급한다.

이들보다 상황이 훨씬 나쁜 우리나라는 더욱 과감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면 매달 100만원, 연간 1200만원, 20년 동안 총 2억4000만원을 지급하자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매달 현금 지원을 하면 젊은 부부들이 대출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해 결국 집값을 올리는 결과를 부를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 일부에서는 이 돈이 사교육 시장으로 흘러가 과열 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한다.

따라서 아동수당은 용도를 지정한 바우처로 지급해야 한다. 또한 아동수당의 일부(예를 들어 50%)를 국민연금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 후 성인이 되었을 때 목돈으로 지급하면 종잣돈(시드머니)을 가지고 사회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동수당은 고소득층뿐 아니라 저소득층 자녀들에게도 양질의 육아와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래 인적 자원의 질적 수준을 크게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사회 양극화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현훈 강원대학교 국제무역학과 교수·제4의길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