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2022년 세계를 강타한 혹독한 물류대란이 지난해는 잠잠한 편이었다. 금리 인상으로 미국에서의 상품 수요가 잦아들자 지난해에는 컨테이너 선박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물류대란은 다시 시작됐다. 미주와 유럽 항로의 경우 수출품을 싣는 박스가 없어 화물을 실어나를 수가 없고, 부산항을 경유하는 선박 수가 줄어서 배를 구할 수가 없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홍해 사태로 수에즈 운하를 사용하지 못하는 선박이 희망봉을 돌다 보니 항해 일수가 길어졌다. 항해가 길어지자 싱가포르에 먼저 들러 연료를 공급받는 선박이 늘어나면서 싱가포르에서 대기하는 선박이 많아졌다. 미국에서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8월부터 부과한다고 하자 미리 수출품을 밀어내는 현상도 시작됐다. 이 모든 상황이 컨테이너 선박과 박스에 대한 수요를 늘어나게 했다.

중국발 화물은 동서 항로의 물량 5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중국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가는 경우 마지막 항구가 부산항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화물선은 대개 부산을 거쳐 미국을 향하지만, 요즘은 중국에서 높은 운임을 받을 경우 중국에서 화물을 모두 싣고 부산항은 그냥 건너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의 공급망 단절은 3년 전 코로나 사태 때 지적된 원인이 반복된 결과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장기 운송계약 비중이 작고 현장(스폿) 계약이 많다. 장기 운송계약은 1년 단위로 화주와 운송인이 운송량과 가격에 대해 미리 합의한다. 그래서 운임이 오르더라도 미리 계약된 운임으로 선박과 박스가 화주에게 공급된다. 이와 달리 현장 계약은 후순위이기 때문에 화주는 선박을 구하기도 어렵고 더 높은 운임을 지급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가 운송주권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미주 수출품의 20%만 우리나라 정기 선사(船社)들이 실어나른다. 선복(화물 적재 공간)으로 보면 우리 정기 선사들의 비율은 전체 미주 선복의 6%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컨테이너 박스는 95%를 중국이 제작한다.

반복되는 물류대란을 해결할 방안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국내 선사를 더 많이 이용해야 한다. 현재 국내 화주들의 외국 선사 의존도는 80%에 달한다. 만약 우리 정기 선사 비율이 50%까지 오른다면 어려움이 덜할 것이다.

또한 장기 운송계약을 더 많이 체결해 50% 수준까지 올리게 하고, 그 내용을 운송인과 화주가 잘 지키게 해야 한다. 우리 화주가 장기 물량을 많이 가질수록 정기 선사들이 결항하지 못하고 약속대로 부산항에 기항하게 된다.

운송 용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정기 원양 선사는 한 번에 9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운송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대만과 같이 200만TEU가 되도록 늘려야 한다. 가용 가능한 선복이 많을수록 그만큼 우리 화물을 더 많이 실어 나를 수 있다. 외국 선사들이 갑자기 부산항을 결항하는 행위를 줄이도록 행정력을 발휘할 필요도 있다. 정기선은 운송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마지막으로 컨테이너 박스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 컨테이너를 상법상 물적 설비로 등록하게 해서 항상 그 위치를 파악하고 우리 정기 선사끼리 효율적으로 공유하게 해야 한다. A선사가 자신의 박스를 한국으로 들여올 때 B선사의 컨테이너 선박에 실어오는 것이 좋은 예다. 공적 기관은 여유분 컨테이너를 보유하다가 병목 현상이 일어나면 제공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코로나 시절 모두 경험했던 문제점들이다. 대책이 제시되었지만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는 해결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