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과 함께 퇴직연금 개혁 논란이 한창이다. 전 세계 유례없이 빠른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소득 보장이 어려우므로, 이참에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퇴직연금도 개혁하여 3층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세우자는 것이 그 골자이다.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은 후세대에 부담이 전가되므로, 퇴직연금 등을 통해 그 부담을 줄이고 노후 소득을 더욱 든든히 해야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퇴직연금 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낮은 가입률과 연관이 있다. 퇴직금제도를 그대로 두면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결과, 아직도 70% 이상의 사업장이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 퇴직금 체불을 방지할 수 있고, 자산 투자를 통해 퇴직 소득이 증가할 수 있으며, 절세가 되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퇴직 급여를 사외에 적립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사업장은 가입을 회피하고 근로자는 당장 필요한 생활비 충당을 위하여 일시금인 퇴직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퇴직연금제도를 의무화하자는 논의가 있다. 노사 양측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할 때 사업장 규모별 단계적 퇴직연금 의무화 방안이 합리적이며, 이와 더불어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재정 지원을 하거나 수수료 감면 등 정부 지원을 통해 자발적 퇴직연금 도입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는 낮은 수익률과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제안되고 있다. 기존의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선택한 운용 상품에 따라 개별적으로 수익률이 정해진다. 그런데 운용 상품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여 대부분 원리금 보장 상품을 선택한 결과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하여 기금형은 운영 기관이 근로자들의 퇴직 급여 부담금을 하나로 모아 기금화하여 규모의 경제를 꾀한다. 그리고 금융 전문가 등을 통해 직접 운용함으로써 더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퇴직연금을 기금화하는 데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운용 수익률은 재정 안정화와 관련 있을 뿐, 가입자가 받을 급여 수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연금 수익률이 높더라도 가입자가 받을 급여에는 변동이 없다. 하지만 퇴직연금기금의 경우 운용 수익률이 바로 가입자가 받을 급여와 직결된다. 수익률이 높으면 받을 급여가 높아지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가입자가 받을 급여도 낮아진다. 따라서 퇴직연금기금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수익률을 추구해야 한다. 주식과 같은 고위험 상품의 비율은 줄이면서 채권 등 안정적이지만 예적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이미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례가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푸른씨앗’은 30인 이하 중소기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2022년 9월에 사업을 시작하여 만 2년간 누적 수익률이 13%에 달하고 있고,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6.97%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데, 이는 퇴직연금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고 있는 훌륭한 사례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 많은 근로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국회에서 푸른씨앗의 대상을 30인에서 100인으로 확대하는 법안이 제출되어 논의 중에 있다.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로 모든 근로자가 다층적 노후 소득 보장 체계 안에 들어오게 하고, 기금형 퇴직연금 등을 통해 낮은 수익률 문제를 극복함으로써 진정한 상생 연금 개혁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